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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 세계> 편집국과 민주노총 조합원 동지들께
민주노총 기관지 <노동과 세계>에 2002년 6월부터 ‘사진 속의 노동역사’를 시작해서 2005년 9월까지 29회 동안 연재를 했습니다. 그 사이 2004년에는 건강 때문에 10개월 동안 연재를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노동자 역사인식부터 시작해서 지난 8월과 9월에는 ‘1980년 민중항쟁’을 거쳐 원풍모방 노동조합의 ‘노동자 의리’까지 다루어 왔습니다. ‘사진 속’의 노동역사이기 때문에 사진이 없는 노동자 투쟁의 역사는 다루지 못한 아쉬움도 컸습니다.
한 회에 원고지 12매 정도 밖에 안 되는 짧은 글 속에, 목숨까지 던져가며 피땀으로 이룩해온 노동과 투쟁의 역사 핵심들을 전달해보려고 나름대로는 애를 썼습니다. 그런데 강승규 전 수석부위원장의 비리 사건으로 표상되는 민주노총의 현 상황과 지도부의 대응을 보면서, ‘노동자운동사를 제대로 알았다면 이런 일이 없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가셔지지를 않습니다.
<노동과 세계>에 29회씩이나 지면을 차지하면서 선배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의 역사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책임도 있습니다. 80년대부터 전개되는 노동자 운동사는 곧 바로 민주노총의 역사와 이어지게 됩니다. 지금의 이 참담하고 부끄러운 심정으로는 민주노조운동의 현실을 이해하고 소화하면서 가까운 노동자 투쟁의 역사를 정리하기 힘듭니다. 게다가 머리를 쥐어뜯어가며 글을 쓰기에는 아직 건강도 완전하게 회복되지 못한 상태입니다.
민주노총 창립 이후의 역사는 ‘민주노총 10년사’로 미루더라도, 지면이 허락한다면 민주노총 창립까지는 ‘사진 속의 노동역사’를 이어가 보려고 했는데, 저를 채찍질하는 뜻으로 여기서 연재를 중단하려고 합니다.
민주노총 창립이후 ‘슬라이드로 보는 노동자운동사’를 가지고 한 해에도 몇 백번씩 조합원 동지들을 만나면서 제 삶의 터전과 방식까지도 바뀌었습니다. 많은 것을 배우고 얻었습니다. 선배노동자들이 지금보다 더 큰 어려움과 위기를, 생존을 위한 투쟁과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는 희망으로 극복해 왔듯이 오늘 민주노총과 민주노조운동이 겪고 있는 이 힘든 상황도 조합원 동지 여러분들의 지혜와 투쟁으로 이겨나갈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건강이 회복되어 좀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을 때, 역사와 희망과 해방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다시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노동과 세계>에 ‘사진 속의 노동역사’라는 지면을 열어주신 편집국 동지들, 읽어보시면서 격려해 주신 조합원 동지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2005년 10월 14일 박준성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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