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은 글(사퇴의 변)
사퇴한지 이틀이 지났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에 많은 동지들과 대화(통화)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빨리 보고서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사태진행과 관련하여 사실과 다르게 알려진 것과 동지들이 아셔야할 것을 먼저 말씀드리고 저의 심정을 전하고자합니다.
1. 이수호 집행부의 이번 결정은 민주노총 중집의 결정이 아닙니다.
10월 10일 오후 7시에 중집이 열린다는 연락을 받고 회의실인 전교조사무실에 도착해서 있으니까 이수호 위원장이 들어와서 ‘ 이번 강승규수석의 비리사건과 관련하여 책임을 지고 스스로 직무를 정지하였다. 그리고 오길성 부위원장을 수석으로 임명하였으니 지도부의 거취를 포함하여 허심탄회하게 토론하고 결정하면 따르겠다’는 요지의 인사말을 하고 회의장을 떠났습니다. 회의가 진행되기 전 회의를 비공개로하고 기록도 남기지 말자는 제안이 있어서 반대 하였는데 결국은 회의록은 작성하고 참관은 없이한다는 결정에 따라 그때까지 뒤에 있었던 사무처 3인(박유순 김태연등)을 내보냈습니다.
‘중집에서 토론해서 위원장에게 보고하고 위원장이 결정케 하자’는 의장의 발언을 반대하여 그럴거면 중집간담회로 해야 한다는 제기가 있었습니다. 중집이 다룰 문제가 아니라 지도부가 결정 할 문제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사퇴불가에서부터 중집위원 총사퇴에 이르기까지, 몇 차례의 정회를 거듭하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정회 전 그때까지 나온 의견을 전달하고 위원장(상집)의 안을 가지고 나오라는 요구가 있었습니다. 밖에서 기다리다 아침 9시에 속개한다는 전갈을 받았습니다. 아침 9시 30분경 이수호위원장이(직무정지를 풀고(?)) 입장하여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을 발표하였습니다.
결국 그렇게 강조하던 회의 형식은 파기 됐고 중집위원들은 동원의 대상, 결정의 방패막이로 활용되었습니다. 일부 언론이나 우리내부에서 나온 중집의 결정이라는 표현은 수정되어져야합니다
2. 지역본부장 다수는 사퇴를 주장했습니다.
정회 중에 지역본부장들이 모여서 의견을 나눈 적이 있습니다. 모두 11명의 본부장들이 모였는데 사퇴하면 안된다고 발언한 동지는 단 두명이었고 나머지는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모두 사퇴에 동의 했습니다.
-기자회견 후 질의응답에서 즉시사퇴에서 하반기 투쟁 후 사퇴로 바뀐 이유를 설명하면서 ‘지역본부장들의 판단이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대로 해석하면 마치 지역본부장 다수가 사퇴불가를 주장한 것으로 들립니다. 그 해석이 맞다면 언론을 상대로 아니 조합원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입니다.
3. 지금 이 상태로는 하반기 비정규. 노사관계로드맵 투쟁을 힘있게 조직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총사퇴 후 비대위를 구성하여 투쟁을 조직해도 비리사건이 안터진 상황보다는 어렵겠지만 지금처럼 내부가 양분된 상태에서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조합원의 투쟁열기를 힘있게 모아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4. 저는 이런 이유로 사퇴하였습니다.
1) 기만과 배신에 대한 항의였습니다.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은 기아차문제가 터졌을 때 대책위원장이었고, 대전본부 비대위원장을 맡고 있었고, 조직혁신위원장이었습니다. 얼마전 노동과세계 인터뷰에서 ‘동지들 지도부를 믿고 혁신합시다’고 외쳤던 장본인 입니다. 택시연맹 위원장의 검찰조사 후 민주노총사무처 회의에서 ‘나는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다’는 말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말 있는지 2일만에 구속되었습니다. 이것은 기만입니다.
뿐만 아니라 많은 동지들이 그를 따랐고 자랑스러워했습니다. 마치 운동에 관하여는 그 사람과 항상 함께할 것처럼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그와 함께 집행권력을 잡은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사회적합의건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사안을 밀어붙이던 동지들이 사건이 터지자 입을 모아 개인비리로 몰아가려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정치적 책임을 조금이라도 덜 지려던 모습을 보면서 심한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적어도 골목 조직들도 그 정도는 안합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적극적으로 항의 하고 싶은데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2) 민주노총상층과 현장의 괴리가 심각함에 대한 문제제기 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민주노총 중앙회의에 대하여 관심을 갖는 동지들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그럴 수밖에 없는 주요한 요인이 바로 현장의 동지들을 보지 않는 4기 집행부의 운동방식에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공세에 놓여있는 현장의 동지들은 전체노동자계급의 투쟁에 복무하는 것 보다는 자신의 현장투쟁을 먼저하고 있습니다.
총연맹 중앙은 이러한 현장의 치열한 투쟁을 전체 노동계급의 투쟁으로 받아안으며 현시기 자본과 정권에 맞서 전선을 분명히하며 힘있게 투쟁하도록 해야 함에도 이를 수행하고 있지 못합니다. 불법파견 사내하청 투쟁, 건설플랜트, 특수고용노동자들의 투쟁이 처절히 진행되고 있음에도 이들 투쟁은 고립분산되고 방기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현장의 동지들은 총연맹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고 있으며, 투쟁하는 조합원으로부터 지지받지 못하는 총연맹 중앙은 모든 결정을 중집이나 대의원대회 등의 회의기구를 통한 다수의 결정으로 풀어가려고 하는 정치공학적 행태를 보여왔습니다.
현재의 집행부는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을 강조해왔지만 이번 결정은 국민은커녕 현장의 조합원과도 함께 하지 않은 결정이었으며, ‘중집’회의만을 사태해결의 공간으로 좁혀놓고 말았습니다. 문제를 철저하게 개인비리로 규정지으려하고, 투쟁시기에 투쟁을 책임져야 하므로 사퇴 할 수 없다는 뻔뻔한 논리를 내세우고 그것을 중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처리하면 끝나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민주노조운동의 기본도 지키지 못하는 것입니다.
3) 아래로부터의 혁신을 촉발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미 민주노총 4기 집행부는 올곧은 민주노조운동을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판단합니다. 더불어 저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조직에 중차대한 문제가 발생하면 현장에서부터 중앙까지 온라인 오프라인을 달구며 다양하게 의견이 제출되고 토론되던 민주노총이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조합원들조차 일반 시민과 다를바없이 지극히 냉소적인 태도로 이 문제를 대하고 있다는 점에 사태의 심각함을 제기합니다. 민주노총 역시 무릇 모든 조직이 그러하듯이 권력과 기득권을 가지게 된다면 가장 내부에서, 현장에서 이를 비판하고 감시하며 올곧게 조직을 세워나가야 합니다.
현장의 비판과 질책을 ‘중집’, ‘대의원대회’ 등의 기구에서 다수에 의한 결정이라는 이름으로 비켜나갈 때 조합원들이 느끼는 무력감, 실망과 냉소야 말로 우리 운동을 공멸시키게 될 것입니다. 저는 본부장 사퇴를 통해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싶었고, 동지들과 함께 토론하고 싶습니다.
본부장의 갑작스런 사퇴로 지역의 동지들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을 안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러한 중차대한 사태와 관련해서 중집위원 중 한두명은 이런 행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제가 먼저 이행하였습니다. 하지만 사퇴한다고 해서 제가 떠날 곳은 없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함께 해야 할 곳이라면 함께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해를 구합니다.
2005. 10. 1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