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

대법원 노동관련 판결, ‘그때 그때 다르다’

4개월만의 초고속 기각에서 3년 넘는 미판결 사례까지

정청천 기자

현행 3심제도에서 마지막 보루인 대법원이 이해할 수 없는 ‘오락가락’ 판결로 여론의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최근 노동관련 소송에서 장기간 판결을 미루는가 하면, 또다른 사건에서는 검토조차 하지 않고 기각하는 사례가 이어져 법조계 안팎에서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잘 알려진 현대미포조선 해고노동자 김석진 씨 사례가 전자에 해당한다면, 대성산업가스 해고노동자 곽민형, 윤효한 씨의 경우가 후자에 해당한다.

특히 대성산업가스 해고자의 경우에는 ‘심리불속행’ 기각을 내려, 소송 당사자들의 재판기회마저 빼앗아 버렸다. 심리불속행이란 형사사건을 제외한 상고사건 가운데 상고이유나 주장이 ‘이유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정식재판을 하지 않는 제도를 말한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담)는 지난달 29일 이들이 상고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소송에 대해 이같은 심리불속행 기각을 내렸다. 대법원은 지난 4일 송달된 판결문에서 “상고인들의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은 이유 없음이 명백하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중대사안은 “신중하지 않은 결정”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1심에서 원고 승소, 2심에서 원고 패소 등 엇갈린 판결이 나온만큼 심사숙고해야할 사안이라며 “대법원이 너무나 가벼운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01년 대성산업가스와 용역관계에 있던 ‘대성용역’에서 노조를 결성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대성산업가스는 대성용역과의 용역을 해지하고, 이들을 해고했다.

이후 2003년 11월6일 서울행정법원은 대성산업가스와 용역회사의 관계를 형식적으로 판단, ‘노조활동을 이유로 한 해고는 부당하다’며 부당해고 철회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어 지난해 12월에서는 서울고등법원은 ‘대성용역이 독자적으로 고용계약을 체결했다’고 판단, 이번에는 사측의 손을 들었다.

그리고 올 1월 이들의 상고로 이어졌다. 상고에서 기각까지 불과 4개월을 넘지 않았다.

명백한 사건은 아예 판결 미뤄

반대로 현대미포조선 김석진씨의 경우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했음에도 대법의 확정판결이 미뤄지고 있다.

김씨는 지난 97년 노조활동 중에 명령불복종으로 해고당했다. 이후 해고무효소송에서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이에 사측은 지난 2002년 2월 대법원에 상고했고, 아직 판결이 내려지지 않고 있다. 앞의 사건처럼 엇갈린 판결이 내려진 것도 아닌 명백한 경우임에도 판결이 미뤄지고 있다는 비난이다. 또 이 같은 경우의 6개월에서 1년 안에 판결이 나오는 것을 감안할 때, 판결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 2월 임시국회 법사위 대법원 업무보고에서 의원들의 추궁을 받기도 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재판지연이 대법원에 접수된 후 3년이 다 된 현재까지 계속 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회사가 상고심 진행 도중 대법관(법원행정처장 겸임) 출신의 변호인을 선임하면서 장기간 재판지연이 되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최연희 법사위원장은 “국민의 의혹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며 “이번에는 아예 속기록을 서면으로 재판부에 전달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 정청천 기자의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