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경하는 민주노총 조합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리들은 대구지역일반노동조합 소속의 정안농산지회 조합원입니다.
정안농산은 우리나라에서 2번째로 큰 김치회사로 풀무원김치를 전량납품해 온 회사인데,
1월 31일자로 회사의 일방적인 정리해고로 길거리로 쫒겨 났습니다.
저희들의 억울한 사정을 알리고자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저희들의 마음을 읽으시고 많은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호소문]
대한민국이 언제부터 가진자들이 마음껏 휘두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단 말입니까?
10년전 IMF가 한창일 때 집안의 가장이라는 막중한 책임이 주어지면서 생계를 유지하기위해 찾아간 곳이 정안농산이었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살벌한 환경에서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노동자들이 있구나 라는 생각고 함께 나 또한 오늘보다는 나은 내일을 위해 참고 인내하며 열심히 일한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지금보다 나은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회사가 수익이 늘어나면 당연히 그 수익의 작은 부분이라도 우리 노동자들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바쁠 때는 밤늦은 시각까지 앉을 자리조차 변변치 않아, 선채로 우유한 병 빵 한 조각으로 저녁을 때워가며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면 아직 꼬맹이 들인 내 아이들은 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고 이 구석 저 구석에 웅크리고 잠든 모습에 눈물 흘리던 날이 허다했습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낫겠지라는 희망 하나로 정안농산에 피와 땀을 쏟아 부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용운 사장, 서슬퍼런 정리해고 라는 칼날을 휘둘러 이 엄동설한에 10수년을 젊은 노동력을 바쳐 일해 온 아줌마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았습니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내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 따뜻한 옷 한 벌이라도 더 사주고 싶은 욕심에 그저 묵묵히 시키는대로 일한 죄 밖에는 없습니다.
중노동의 휴유증으로 팔목, 어깨의 통증으로 밤잠을 설치고, 통증을 이겨내기 위해 우리 돈 들여가며, 병원을 수도 없이 드나들면서도 우리가 열심히 일 한 이유는 오늘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나아질거라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노동자에게서 그 소박한 희망마저 앗아가버린 정안농산의 김용운 사장은 근로자들을 가족같이 사랑하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정리해고를 할 수 밖에 없답니다.
가족이란 것이 무엇입니까?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을 수 있는 것이 가족 아닙니까?
창립이래 승승장구하던 회사가 기생충파동, 엔화 환율 하락이라는 작은 걸림돌이 생기자 매년 수십억의 수익을 내다가 작년 한해 조금 어렵다고, 그래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정리해고의 칼날을 서슴없이 휘두르고 있는 게 자본이라는 이름의 김용운 사장입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그날도 저녁을 빵, 우유로 때운다기에 하도 배가 고파서 우유 하나만 더 달랬더니만 정안의 한 관리자 말인즉 “작업자 수에 맞춰 주문을 해 여유분이 없어 더 줄 수가 없다”고. 400원 밖에 하지 않는 우유값까지 아껴가며 이렇게 키워놓은 정안농산은 김용운 사장이 주인이 아니라 우리 아줌마 노동자들이 주인인 것입니다.
그런데 누구 맘대로 문을 닫는단 말입니까? 회사 곳곳에 우리 아줌마 노동자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베어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아이들이 엄마를 기다리다 지쳐 눈물범벅으로 잠든 애달픔이 젖어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포기할래야 포기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희망과 열정과 피와 땀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우리아줌마 노동자의 삶 자체인 곳입니다.
그걸 저희들에게 포기하라니요?
저희들이 거리로 나와서 호소합니다. 그러면 대부분의 시민들이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있는 놈한테 없는 사람들이 이길 수 있겠느냐” 고. 여러분들도 그렇게들 생각하겠지요 저희들이 여기서 포기한다면 정안농산 김용운 사장과 같은 또 다른 악질자본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겠지요. 우리 노동자들이 포기하고 밀리다보면 어디까지 밀려가겠습니까?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판단됐을 때는 이미 늦은 후입니다. 저희들의 싸움이 미약하고 힘에 부치겠지만 그래도 우리 싸움 멈출 수 없습니다. 지쳐 휘청거리는 저희들의 모습 어디서든 보시거든 따뜻한 격려의 말 한 마디 어깨 한번 두드려 주십시오.
저희들의 작은 희망은 우리의 피와 땀과 눈물과 소중한 젊은 날의 추억들이 살아있는 정안농산으로 돌아가 어제와 같은 모습으로 내일을 꿈꾸며 일하고 싶은 작은 욕심 뿐 입니다. 저희들의 바램과 희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