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출입국사무소 화재참사, 무차별 인간사냥이 부른 노동자 학살을 규탄한다!
2월 11일 새벽 여수에서 참사가 발생했다.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 보호시설 화재로 9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철책에 갇힌 채 살려달라는 외마디 절규를 남긴 채 숨졌다.
이주노동자의 처참한 죽음은 처음이 아니다. 05년 7월 강제추방과 임금체불 압박을 견디다 못한 고려인 이니나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05년 10월 한 조선족 여성 노동자가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추락사했으며, 바로 그 곳 6층에서 06년 2월 고 코스쿤 셀림 열사가 추락사했다. 고 누르 푸아드 열사는 출입국 관리국의 불법적인 강제연행을 피하다가 공장 3층에서 추락사하고 말았다. 작년까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강제단속과 추방과정에서 무려 55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운명을 달리하더니, 새해들어 무려 9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이국땅에서 숨을 거둔 것이다.
이들의 죽음은 화재로 인한 단순사고인가? 아니다. 한국자본의 착취와 출입국 관리사무소의 무차별적인 인간사냥이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간 것이다.
그동안 자본은 3D 업종에 종사할 값싼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산업연수생제도, 고용허가제 등을 도입하여 중국,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이주노동자들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은 노동자로서 기본적인 권리는 물론이고 임금체불과 각종 폭력과 학대에 시달렸다. 심지어 산업재해보상금, 퇴직금조차도 이 나라 자본가들에게 갈취당하며 살아야 했다. 이들 노동자들은 불법부당한 대우를 하는 자본가들을 고발할 수도 없으며, 더 나은 노동조건을 찾아 일자리를 옮길 수도 없으며, 스스로 대항해 싸우기 위한 노동조합조차 만들 수 없다.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고향의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장시간 고강도의 노동을 감내하는 것밖에 없다.
그런데 현행 고용허가제가 정한 3년 기간 동안 이주노동자들이 원한 만큼 노동해서 돈을 벌기란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은 그 기간 내에 한국으로 오는 대가로 지불한 송출금조차 갚기가 버거운 지경이다. 그래서 이주노동자들이 법이 정한 체류기간을 넘기는 경우가 허다하며, 결국 미등록 이주노동자, 즉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전락하고 만다.
또 조금 더 나은 대우를 받기 위해서 스스로 이직하여 다른 회사를 구할 경우에도 불법으로 간주되어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되고 만다. 자본은 바로 이 점을 악용하여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더욱 가중한 착취를 일삼는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자본가들의 착취와 폭력으로부터 살아남아야 하지만, 출입국 관리사무소의 무차별적인 인간사냥으로부터도 숨을 죽이며 살아야 하는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게다가 인간사냥으로 불법체류자 보호시설에서 갇힌 이후에는 비인간적 환경 아래 죄수 취급받으며 각종 비인격적 대우를 받아야 했다.
자본은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이주노동자들을 값싸게 고용하여 착취하고, 정권은 자본에게 안정적으로 노동력을 수급해주기 위해 고용허가제와 같은 제도를 운용한다. 그리고 이주노동자들이 노동자로서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단결하는 것을 막고자 이들 노동자들을 불법체류자로 전락시키면서 무차별적인 인간사냥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 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이 나라 정권과 자본이 합작한 이주노동자 착취이자 학살이다. 따라서 희생된 이주노동자들은 신자유주의 자본의 공격에 의해서 희생된 한국 노동자들의 죽음과 전혀 다르지 않다. 따라서 전국의 노동자들과 노동자 민중운동 진영은 이번 사건을 결코 좌시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의 책임자 처벌을 강력 요구해야 한다. 나아가 이 땅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자유롭게 노동할 수 있는 권리인 노동비자 쟁취와 노동3권을 완전하게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위한 투쟁에 돌입해야 한다. 노동자힘도 이 투쟁에 적극 연대할 것이다.
07년 2월 14일
노동자의 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