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신자유주의 전선, 反한미FTA 전선이 대선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한미FTA 협상 타결이 임박한 2007년 3월 현재는 反한미FTA 전선이 폭넓게 펼쳐지는 분위기다.
국회 안에서는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가 제안한 ‘한미FTA에 반대하는 정치세력간 정치협상’이 ‘한미FTA 협상 졸속타결에 반대하는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로 현실화됐다. 비상시국회의는 대표단을 구성하고 모임을 정례화하기로 해, 일단 이 틀을 바탕으로 정치권의 反한미FTA 전선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아이러니한 것은 한미FTA 협상이 타결돼야 비상시국회의는 유지될 수 있고, 한미FTA 협상이 31일(토) 새벽에 결렬되면, 각각의 정치세력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주소를 찾아 돌아가게 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한미FTA 협상 타결 가능성에 무게감이 실려, 反신자유주의 전선의 큰 틀은 국회 안 비상시국회의가 쥐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
| △ 천정배 의원의 한미FTA 중단 요구 국회 본청 앞 농성장을 방문한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 ⓒ 프로메테우스 임세환 |
한미FTA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이 틀이 대선까지 유지될 것인가의 문제는 反한미FTA라는 명분이 아니라, 각 정치세력간 정치적 계산에 달려있다. 한미FTA 투쟁을 가장 열심히 이끌어 온 민주노동당은 비상시국회의에서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 하겠지만, 대선에 다가올수록 非민주노동당계의 비상시국회의 참여세력들의 주도권 다툼이 심해질 것은 예상 가능하다. 모두가 기득권을 버릴 수 있다는 자세로 反신자유주의 전선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민주노동당을 포함한 당사자들 중 누군가는 이 틀을 먼저 깨고 나올 수밖에 없다.
대선을 앞두고 反한미FTA라는 명분에 공감하는, 유권자들에게 별로 다르게 보이지 않는 여러 정치세력들이 한나라당 반대편에서 서로 분열 경쟁하는 상황도 가능하다.
비상시국회의와는 별개로, 민주노동당이 원외에서 구성해 온 反한미FTA 전선도 확장되고 있다. 이전부터 한미FTA에 반대하는 원외 진보진영, 진보정치세력간 운동본부인 한미FTA반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이 존재했지만,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진보 정치세력 중심으로 판이 재구성되는 분위기다.
민주노동당이 反신자유주의를 합의의 최소치로 하는 진보진영 선거연합을 제안하고 있고, 이 선거연합에 참여하는 제 정치세력들이 원외의 새 판을 주도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그동안 관계가 소원했던 원내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과 원외 진보정당인 한국사회당의 공조도 가속화되고 있다.
 |
| △ 지난 23일, 청와대 앞에서 농성 중인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를 방문한 금민 한국사회당 대표 ⓒ 한국사회당 양희석 |
지난 26일(월), 금민 한국사회당 대표가 청와대 앞에서 한미FTA 반대 농성중인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를 전격 방문했다. 양당의 대표가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2001년 이후 6년만이었다. 이 자리에서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가 조만간 한국사회당 중앙당사를 방문하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정종권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이 23일(금), “민주노동당이 4.25 보선에서 한국사회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대전에서의 민주노동당과 한국사회당의 공조 분위기도 한미FTA를 매개로 가속화되고 있다.
28일(수), 민주노동당 대전시당이 성명을 통해 한미FTA 협상 즉각 중단과 지역 국회의원 및 서구(을) 보궐선거 출마 후보들의 한미FTA에 대한 입장 표명을 촉구하자, 김윤기 한국사회당 대전 서구(을) 국회의원 보선 예비후가 이를 적극적을 환영하는 의사표명을 했다.
김윤기 후보측은 29일(목) 논평을 통해, “대전 서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진보적 가치와 입장을 대표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선거 기간 한미FTA를 반대하는 대다수 시민들과 함께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하고 태도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실천에 힘을 다할 것”이며 “국회에 입성한다면 비준거부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민주노동당 대전시당에 화답했다.
덧붙여 지난 23일(금) 민주노동당 대전시당의 한미FTA 반대 단식천막농성장을 지지방문했음을 강조하고, “한미FTA 반대 운동을 힘차게 펼쳐온 민주노동당 대전시당의 노고에 깊은 감사와 연대를 표명하며 앞으로도 계속 함께 연대할 것을 결의한다”고 했다.
30일 저녁 7시에는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에서 진보진영의 선거연합 가능성을 타진하는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다. 민주노총 정치위원회가 주최하는 이 토론회에서 민주노동당과 한국사회당은 선거연합을 주제로 최초의 의견을 교환하게 된다. 민주노동당에서는 최규엽 집권전략위원회 위원장이, 한국사회당에서는 최광은 정책실장이 이 자리에 참석한다. 미래구상과 노동자의 힘, 임종인 의원 등 그 동안 민주노동당이 제안한 진보진영 선거연합의 주된 당사자로 거론됐던 정치인, 세력들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인다.
메일보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