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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노동자 식구들을 책임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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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0일 영등포구치소에 있던 변외성 동지가 원주교도소로 이감을 갔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내내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변 동지는 항소심 재판에서도 1년 실형을 선고 받았으나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여 형이 확정된 기결수로서 이감을 구치소에서 교도소로 간 것이고, 더구나 1년 6개월의 집행유예가 실효되어 모두 2년 6개월의 징역살이를 살아야 하는 처지다. 더구나 해고 노동자면서 철거민으로 주거권을 위한 활동도 하였고, 아직도 가족들은 상도동 철거촌 빈집에서 살며 철거 용역 깡패의 위협 속에서 부인은 요구르트 장사를 하면서 구속된 남편과 자식 셋을 건사하며 하루하루 위태로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3월 16일 항소심 선고 이후 보낸 편지에서 그렇게 의연하던 변 동지도 약한 모습을 보였다. 초등학교 3학년 막내딸이 면회와서는 "아빠는 왜 집에는 안오고, 맨날 거기(감옥)에서 사느냐"며 투정을 해도, 철없이 "피자 사 달라"고 응석을 부려도 비록 감옥에서 만나는 거지만 가족들을 가까이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영등포 교도소로 오기를 그렇게 원했는데 그만 원주교도소로 이감을 갔다는 소식에 기가 막힐 뿐이다. 이어서 온 편지에는 영등포교도소가 아닌 다른 교도소로 간다면 사실상 면회는 불가능하지 않겠냐는 부인의 이야기에는 결국 나도 눈물이 젖었다.
몇 년 동안 해고자 생활에 무슨 돈이 남았겠는가. 온종일 야쿠르트 배달을 해야만 세 자식과 겨우 먹고사는 것도 벅찬 일인데, 이젠 언제나 원주교도소까지 가서 못난 남편을 만날 수 있단 말인가. 시간도 시간이지만 원주교도소까지 오가는 왕복 차비는 네 식구 한 끼 밥값 이상일지도 모른다. 이것이 감옥에 갇혀 있는 해고 노동자, 건설 노동자, 비정규직 구속 노동자를 남편으로 두고 있는 대부분의 가족들의 암담한 삶이라면 과장하는 것인가.
변외성과 같이 재판을 받은 해고 노동자들은 모두 여덟 명이다. 작년 911 노사관계로드맵 노사정 합의에 분노하여 한국노총 점거 사건으로 1심, 2심 재판에서 1년 4개월, 1년 8개월 따위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물론 노사관계로드맵이 국회에 통과한 것이 문제라면 민주노총도 민주노동당도 그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8명의 해고 노동자 중 5명은 한국노총 소속 사업장에서 쫓겨나 실상은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을 검거한 죄밖에 없는데 그런 죄치고는 벌금형도 아니고 실형을 선고 받았으니 너무 가혹한 처벌이 아닌가.
더구나 구속된 후 민주노총에서도 한국노총에서도 그 누구 하나 변변한 석방 운동 한 번 없었다 한다. 한쪽에서는 해체되어야 할 조직을 상대로 대화나 도움을 요청할 수 없다고 방관하고 있고, 다른 한쪽은 구속 7개월이 지나고 2심 재판이 끝나도록 모르고 있었다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으니 결국 모든 책임은 당사자와 가족들이 온전히 짊어져야 했다. 과연 이것이 구속된 동지와 가족에 대한 예의인지 괘씸죄인지 그 무엇이 노동 운동의 도덕적인 실체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월 27일 욕 얻어먹을 각오로 양심수후원회 권오헌 선생님께 면회를 와 주실 것을 요청하였다. 그날 권 선생님을 만나 뵙고 변 동지, 강성철 동지 들 같은 구속 노동자들의 처지를 말씀드리고 권 선생님을 비롯한 어르신들께서 석방 운동에 나서 주실 것을 요청 드렸고 선생님은 흔쾌히 허락을 하셨지만 시기가 너무 늦어 2심 선고 재판에 아무런 도움이 못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던 차에 공안 담당 교도관으로부터 3월 19일에 한국노총 위원장이 면회를 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리고 그날 이용득 위원장을 만나 첫째, 한국노총 점거 관련 구속 노동자들이 2심 재판이 끝났으니 석방 탄원을 할 시기는 늦었고 하여 구속 노동자 가족 생활을 지원하는 기금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번에 출간한 <삼성재벌에 맞선 다윗의 투쟁>책을 한국노총에서 최대한 조직적으로 팔아 주면 판매 가격 일부를 기금으로 조성하여 구속 노동자 가족을 지원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하였다.
비록 한국노총을 점거했다지만 그것을 감정으로 대응하여 노동자들이 사법 권력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장기간 징역살이를 하는 것은 오히려 이용득 위원장에게 도움은커녕 흠집이 될 것이 뻔하지 않은가. 한국노총 처지에서도 하등 자랑스런 사건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위에 말한 요청에 대한 답변을 전자 서신으로 알려 달라고 이용득 위원장과 이상연 국장에게 이야기하였고 이용득 위원장은 긍정적인 답변을 주겠다고 확인까지 하였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는 원칙과 현실이 다르다고 이런저런 문제를 들어서 이야기하지만 현 기업별 노조 아래서 복수 노조가 또다시 3년이 유예가 된다고 하는 것은 지난 몇 년 동안 해고를 당하면서까지 노동조합 민주화를 위해 활동해 온 노동자들에게는 재앙이고, 해고 노동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이에 분노하여 한국노총을 점거 농성한 사건에 대한 괘씸죄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그이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오히려 그 패기를 인정하고 격려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바란다면 너무 앞서 간 생각인가.
지난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아 잘잘못을 따질 능력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지만, 해고 노동자들이 이번 사건으로 구속되고 재판이 끝나 형기가 확정이 되었다고 모든 일이 없던 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구속된 8명의 해고 노동자 중 변외성 등 4명은 상고를 포기하여 형이 확정되었고, 박상길 등 3명은 대법원에 상고 신청을 하였고, 강성철 동지는 추가 사건으로 계속 재판을 받아야 한다. 당사자들이야 기왕에 형이 확정되어 징역살이를 한다 해도 더는 그 가족들에게 서러움과 아픔을 주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사건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적어도 도의적 책임감을 갖고 구족 노동자 가족들의 생계 지원을 위해 나서야 한다.
지금도 이 나라 감옥에 100명 가까운 노동자들이 갇혀서 짐승의 삶을 강요당하고 있다. 다는 아니더라도 적지 않은 구속 노동자 가족들의 생계 유지는 어렵고 심지어 가정이 해체되는 위기의 순간에 있다는 현실을 보면서 그냥 마음만 아파하며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것이가. 이 모습들이 변혁을 이야기하고, 사람임을 외쳐 왔던 노동 운동의 보편적인 도덕적 양심의 한계는 아닐 것이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20주년을 맞는 올해는 구속 노동자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논의가 오가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이것이 앞으로 10년, 20년 후 노동자들이 건설해야 할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세상'을 위한 디딤돌을 놓는 것이 아니겠는가. | | - 영등포교도소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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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 : 2007-06-08 04:39: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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