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게펌. 대선 달구는 이명박, 문국현, 심상정 '3色 경제론'
[경향신문 보도전문] 대선주자 3인 공약비교
색깔있는 ‘경제 전쟁’이 대선판을 달구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민주노동당 심상정 후보, 독자 대선행보에 나선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이 그들이다. 이들 3인은 ‘나만의 경제론’을 갖고 있는 경제전문가들이다. 방향·해법은 다르지만, 어떤 성장·복지·글로벌 전략이어야 하는지 다투는 각은 뚜렷하다. 직선제를 도입한 1987년 이후 대선판을 지배해온 정치 담론이 ‘87체제 20년’을 넘어 경제로 옮겨갈지 주목된다.
속칭, 세 사람은 요즘 ‘뜨고’ 있다. 이후보는 50% 안팎 지지율로 ‘대세론’ 몰이에 나섰다. 청계천 복원과 더불어 당내 경선을 통과하고, 수도권 30~40대와 일부 중도층의 지지를 점한 그의 힘은 ‘경제 대통령론’이 뿌리다.
심후보는 민노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권영길 후보와 결선 투표에 오른 정치입문 3년째 ‘뉴페이스’다. ‘심바람’은 “진보도 대안으로 말해야 한다”는 ‘경제정책가’ 플랜이 동력이다.
문후보는 지난달 23일 대선출마 선언 3주 만에 3%대 지지선(범여권 3위권)에 올라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다. ‘진짜경제·가짜경제’를 화두로 이후보의 ‘경제 대항마’ 논쟁을 일으킨 결과로 보인다.
3인의 분기점은 경제 프레임(Frame·담론)이다.
이후보는 ‘747(7% 성장, 4만달러 국민소득, 세계 7위 강국)’과 ‘한반도 대운하’를 앞세운 성장담론을 편다. 스스로 “고도성장의 과실이 서민에게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말한다. 전체적으론 ▲규제완화 ▲감세 ▲노동시장 유연화(비정규직 불합리한 차별은 폐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찬성 등 친기업적 정책과 맥이 닿는다. 다만 최근에는 ‘2008년 신발전체제’를 발표, 복지·교육 문제를 양극화 해법에 접목시키는 등 서민적 경제코드를 모색중이다.
문후보는 ‘사람 중심 경제민주화’가 키워드다. 8% 성장과 500만개 일자리 창출이 그의 공약이다. “재래식 방법으로는 (이후보가) 7% 성장을 할 수 없다”며 인적 투자와 중소기업을 강조한다. ▲비정규직 해결 ▲노동시간 단축 ▲중소기업 소득·재해율 선진국화가 그의 해법이다. 유한킴벌리 사장 시절 해고없이 IMF 파고를 넘긴 4조2교대 방식과 평생학습도 그의 상품.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석방을 두고 “매년 40조~50조원의 외국인 직접투자가 이런 일로 못들어온다”고 비판한 그는 한·미 FTA 추가대책(비준 유보)과 재벌의 은행지배 금지를 역설한다.
심후보는 ‘세박자 경제론(서민경제론·평화경제론·동아시아 호혜경제론)’을 주창한다. “지금 사회는 부자를 위한 민주주의”라는 그는 “돈얘기를 중시하면서도 정치는 다른 얘기만 한다. 진보정당 전략은 ‘경제의 정치화’여야 한다”고 말한다. 서민경제론은 “서민을 위한 성장과 자산재분배”로 압축된다. ▲서민금융 국책은행 설립 ▲택지국유화·공공임대주택 확대 ▲외국자본·재벌 과세 강화 ▲비정규직 고용안정세 도입 ▲사회복지세 도입 등이 주요 항목. 한반도 평화기금 100조원을 조성하고, 미국식 FTA에 맞서는 ‘탈달러 아시아통화체제’ 구축 공약도 내걸었다.
세 사람의 날선 신경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후보는 “시멘트나 콘크리트 길 만드는 데 온 영혼이 팔려있다”(문후보), “구체적 성장전략이 없다”(심후보)는 공격을 받으며 성장공약의 핵인 한반도대운하와 747이 쟁점화되고 있다. 문후보는 “기업경영론과 국가경영론은 다르다”(심후보), “500만개 일자리는 검증 안된 포퓰리즘일 수 있다”(이후보측)는 비판이 있다.
심후보의 진보적 대안인 생산자본의 사회화·전국단위 경제네트워크는 구체성·실현성에 대한 의문이 따른다. 문후보와 심후보가 라디오에서 직접 대담을 하고, 문후보－이후보간 ‘정책 베끼기’ 설전도 시작됐다. 세 사람 모두 본격적인 ‘검증터널’은 이제 막이 오를 단계다.
지난 7월 정치컨설팅회사 ‘P&C 정책개발원’의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의 우선 해결과제로는 ‘경제성장과 내수경기 활성화’(54.7%), ‘사회안전망 등 복지제도 강화’(21.2%)가 압도적으로 1·2위를 점했다. 성장과 양극화 해법을 다투는 ‘경제 승부’가 대선 한복판에서 뜨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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