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일 밤 대전 중부경찰서 앞에서 폭력진압에 항의하고 있는 대전시민들. 이날 경찰은 중부경찰서 정문을 열어 놓고 있었다.
이날은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선언하면서 촛불문화제에 결합, 평소 3-400명에 불과하던 시민행렬이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나 있었다. 시민 대부분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었다.
대전시민을 향해, 그리고 이명박 정부를 향해 외치는 ‘고시철회 전면재협상’, ‘공안탄압 중단하라’, ‘평화시위 보장하라’, ‘대전시민 함께 해요’ 등의 구호는 그 어느 때보다 우렁찼다.
그런데 나는 참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시민행렬은 항상 그랬듯이 대전역에서 출발, 충남도청 앞에서 반환점을 돌아 대전역광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충남도청 바로 옆에서 중부경찰서가 자리하고 있다.
5월 말, 경찰이 서울 촛불행렬을 무자비하게 폭력진압하면서 시민행렬은 항상 중부경찰서 앞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는 경찰청장 파면과 폭력진압 중단 등을 요구하는 구호와 야유를 보냈다.
그럴 때면 항상 중부경찰서의 철문은 굳게 닫혀있고, 든든히 잠겨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그 철문에 스티커를 붙이기도 하고, 피켓을 끼워 놓고 오곤 했다.
활짝 열린 중부경찰서 정문...
그런데 2일 밤에는 특이한 장면이 일어났다. 중부경찰서 철문이 활짝 열려 있는 것이다. 정부와 경찰, 보수 언론이 그렇게 ‘폭력시위대’라고 매도하는 촛불시민들이 항의하러 왔는데 말이다.
그것도 경찰입장에서 보면 가장 과격하다고 볼 수 있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대거 참여한, 1000여명의 시민들이 폭력진압에 항의하는 분노에 찬 마음을 가지고 왔는데 말이다.
활짝 열린 철문 옆에는 사복 경찰들이 서 있고, 경찰서 담 옆으로는 방패를 든 전경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또 왼쪽 담쪽에는 완전무장을 한 전경들이 갑자기 집결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시위대를 막기 위해서 대비한 것이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시위대는 활짝 열려 있는 문으로 들어가지도, 다가서지도 않았다.
참 이상한 점은, 왜 방어를 문 열고 밖에 경력을 대기시키면서 할까? 이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상식적이라면 문을 닫고, 그 안에 경력을 대기시키면 되지 않을까?
또 이상한 점은 평소와 다른 경찰들의 움직임이다. 평소에는 정보과 형사들과 몇몇 경비인력이 나왔었다. 그런데 이날은 특이하게도 고위직 간부들까지 총 출동하여 경찰서 현관 등에서 시위행렬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평소 얼굴이 익숙한 한 경찰에게 물었다.
“왜 오늘은 문을 열어 놨어요? 이상하네요?”
“무슨 소리예요? 항상 열려있었어요.”
6월 1일 중부경찰서 앞에서 시민행렬을 이끌던 길놀이패가 공연을 하는 모습. 뒤에 보이는 중부경찰서 정문이 굳게 닫혀 있다. 
6월 9일 닫혀있는 중부경찰서 정문.
그리고 또 한 경찰이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었다.
“왜 승합차를 저기에 대지? 못 들어가게 막나?”
이 소리는 또 뭔가? 그 동안 시위행렬을 인도하는 승합차는 이날과 마찬가지로 항상 그 자리에 멈췄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문이 닫히기 때문에 정문 앞을 가로지르며 차를 세웠던 것이다.
이날도 똑 같이 차가 세워졌다. 그러나 평소와 다른 광경이 펼쳐진 것이다. 이날은 유독 문이 열린 경찰서 정문을 승합차가 막아서게 된 셈이다.
이 광경을 보면서 몇몇 시민들이 내게 말했다.
“왜 문을 열어놨지? 들어오라는 말인가?”
“들어오면 치려고, 경력을 밖에 대기시켰나?”
아하! 나는 지난 6월 30일(월)자 조선일보 1면에 실린 사진이 떠올랐다. 촛불시민들이 전경 50여명을 둘러싸고 폭력을 행사하는 사진이다.
이 사진이 찍히기까지는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시사인 고재열 기자가 블로그를 통해 잘 설명해 놨다. <고재열 기자 블로그 글 바로가기> 고 기자는 왜 경찰이 그렇게 무리한 작전을 펼쳤나하는 의구심을 가졌다. 혹시 의도된 것은 아니냐는 의문이다.
6월 30일자 조선일보 1면 사진. 만일 위기 상황이 발생할 때, 정문을 열어 놓고, 경력을 밖에 대기시킨다면 그 지휘관은 과연 훌륭한 지휘관이라고 칭찬받을 수 있을 까?
혹시 경찰서 주위 건물에는 모 언론사 사진기자가 대기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왜 그 동안 단 한 번도 열어 놓지 않은 문을 민주노총 조합원이 대거 참여하자 열어 놓았을까?
참 의문이다.
이 의문을 풀 좋은 댓글을 기대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