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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하겠다면 이렇게
나는 한 때 내 눈앞에 놓여 진 억대의 현금 다발과 악마의 유혹에 눈이 뒤집혔었다.
탄압은 몰려왔고 동지들은 좌절과 절망 속에서 헤어날 줄 몰랐고 연대를 외쳤던 사람들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배신이었다. 치를 떨었다. 97년 뜨거운 여름은 갔고 가을로 접어들 무렵 교섭이라고 진행하고 있었지만 이미 뒷거래로 뻔한 결론만 기다리고 있었다. 배신과 변절 좌절과 절망만이 넘치고 또 넘쳤다.
끝장이라고 생각했었다.
도망치며 이제 다시는 돌아올 수 없으며, 다시는 나도 인간이라고 외칠 수 없다는 것을 끝도 없이 되뇌이며 그렇게 목상동 100번지로부터 멀어져 갔었다.
나에게 찾아온 것은 행복도 기쁨도 잠시였을 뿐 진짜 지옥이 기다리고 있었다.
쳐다보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은 망상에 불과하였다.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내가 버린 그 과거의 진실은 천형 같은 낙인이 되어 나에게로 되돌아와 내 눈앞에 어른거렸다.
쫒아내려면 그럴수록 더욱 선명하고 집요하게 내 심령을 파고 들어와 생살을 후비는 고통으로 나는 단 하루도 편히 쉴 수가 없었다.
죽음보다 더한 기나긴 고통의 세월이 끝없이 펼쳐지고 나는 죽음을 생각했다. 더 살아야할 이유도 가치도 그 무엇도 나에겐 없었고 절망과 고통, 회한과 분노가 뒤범벅이 되어 나를 끝없이 죽음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고 있었다.
그러던 나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내가 고통 속에 지옥의 미로를 헤매고 있을 때 내가 버리고 온 동지들의 죽음에 관한 소식이었다.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죽어버리다니... 아 그 동지들은 도망도 가지 못하고 그 곳에서 죽어갈 수밖에 없었구나.
갑자기 생각이 많아지고 그 동안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부끄러움이 겉잡을 수없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나에게는 도저히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았던 뜨거운 것이 나를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죄 없이 학대 받다 죽어간 사람들...... 이건 아니었다.
우리의 죽음과 학대 원한과 지옥을 저 놈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