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기고] 1,000일 뒤에 남은 것들?!
콜텍투쟁 1,000일 문화제 천막에서 일어난 일
콜텍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려 싸워온 지 1,000일이 되던 날인 지난 29일 밤, 서대전공원에서는 ‘콜텍투쟁승리 1,000일 문화제’가 열렸다. 고공농성에 점거에 안 해본 투쟁 없이 지나온 시간들이 콜텍 노동자들에게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이겠지만, 그 시간들이 남긴 것은 패배와 절망, 포기가 아니었다.
문화제가 열리는 공원 한 쪽 천막에서 문화제 전부터 끝까지 음식을 마련하던 콜텍 노동자들의 모습에서 그 남겨진 것들을 찾았다.
#1. 짬밥
"오늘은 신경 쓰고 나왔으니까, 얼굴 예쁘게 나오게 찍어주세요~"
지금까지 함께 했고, 앞으로도 함께 힘을 모아줄 지역 노동자들을 위해 준비한 파전, 국수, 돼지고기 두루치기, 막걸리 등등 음식 300인분! 아무것도 없는 야외에서 준비하기란 쉽지 않은 양과 조건이었지만 투쟁 1,000일의 짬밥이 어디 가랴. 누구 할 것 없이 척척 알아서 짐을 나르고 무대를 준비하고 음식을 만든다.
#2. 동지애
한기가 올라오는데 바닥에서 어떻게 음식을 먹을 지 걱정...걱정...
지역 노동자들이 올 때까지 국물이 끓지 않을까봐 버너 주변에 바람막이를 세웠다.
국수 육수를 끓이면서 그들 사이에 오가는 목소리가 밝지 않았다. 아침, 저녁으로 부쩍 쌀쌀해진 날씨 탓에, 바닥에 앉아서 음식을 먹어야 할 텐데 함께 하려고 와준 동지들의 엉덩이가 차가울까 걱정됐던 것이다. 하지만 콜텍투쟁 1,000일 문화제에 오는 사람들에게 차가운 바닥이 뭐 그리 대수일까. 그저 그 애틋한 마음이 따듯할 뿐이다.
#3. 여유
무대에서 내려와 천막 앞에서 노래하는 박준 씨.
3년 가까이 힘겹게 싸워온 노동자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밝고 활기차다. 노래 따라 부르랴… 박자에 맞춰 춤추랴… 파전 부치랴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심지어는 그렇게 정신없는 사이 버너에 가스가 떨어져 불이 꺼진 것도 모르고 전을 부치기도 한다. 그리고 그걸 확인하면서 또 한 바탕 웃는다.
문화제에 참석한 그 누구보다도 씩씩한 모습에 노래로 연대하는 박준 씨가 아예 무대를 천막 옆으로 옮겼다. 그렇게 쌀쌀한 날씨로 움츠린 이들에게 흥을 전염시킨다. 절박함과 좌절을 넘어섰을 때, 진정한 여유가 찾아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노래하랴 춤추랴 전 부치랴...불 꺼진지도 몰랐네. 하하하하"
#4. 깡다구
"투쟁~ 투쟁~~"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오지 않아 함께한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콜텍 노동자들에게 미안하다는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섭섭한 마음은 고사하고, “준비한 음식이 300인분입니다. 저 음식들이 남으면 우리 조합원들이 한 달 넘게 저 것만 먹어야 할 겁니다. 자~ 부지런히 날라 드세요~”라며, 사회를 보던 노동자가 흥겹게 너스레를 떤다.
그리고 투쟁이 말 그대로 1,000일을 넘기고 있지만, 무엇 하나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 희망 앞에서도 즐겁게 투쟁가를 부르며 음식을 만든다.
저 정도가 되지 않으면 감히 장기투쟁 사업장이라고 얘기할 수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콜텍 노동자도 함께하는 이들도 아프지만 웃어야 한다.
#5. 생명력
"나쁜 첨가물 없는 순수한 국내산 농산물로만 직접 만든 고추장 된장 사세요!"
투쟁, 원칙, 계급의 할아버지가 와도 사는 것은 중요하다. 생계를 꾸리고 삶을 이어가야 한다. 그래야 싸울 수 있다. 그렇게 콜텍 노동자들이 순수 국내산으로만 만든 고추장 된장 등의 장류 판매도 잊지 않았다.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기분 좋은 가판대 하나짜리 작은 가게도 문화제에 함께 했다.
난생 처음 노동조합을 만들고, 모든 것이 낯설었을 그들이 이제는 갖은 투쟁으로 가슴에 굳은살이 박힌 노동자가 되어 일본에서 열리는 악기쇼에 원정투쟁을 가고, 또 다른 내일의 싸움을 다시 준비한다.
그렇게 콜텍 노동자들의 삶에 투쟁이, 그들의 투쟁에 삶이 스며들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