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트 콜텍이라는 회사가 있다. 전 세계 기타 시장 점유율이 삼십퍼센트에 이르는 기타 제조업체다. 많은 국내 기업들이 그랬듯 이 회사 역시 2007년 노동자들을 무차별 해고한 뒤 위장폐업을 하고 공장을 인도네시아와 중국 등으로 옮겼다. 노동자들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까맣게 잊었던 노랫말이 떠올랐다. ‘노동자가 언제는 별 볼일 있었나. 찍혀봤자 별 볼일 없네.’ 세월이 흘러도 별 볼일 없기는 마찬가지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생계의 고통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목숨의 위협까지 받으며 삼년여의 세월을 외롭게 견뎌왔다. 고립된 이들이 느껴야 할 고통이 어떤 것인지 우리는 잘 안다.
그런데 최근 그들에게 연대의 메시지를 보낸 이들이 있다. 뮤지션 잭 데라 로차를 비롯해 그룹 오조매틀리가 공식적으로 그이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나섰다. 일본에서 열리는 후지록페스티벌에 그이들을 초청해 다시 한번 지지를 밝힐 예정이라고 한다. 뮤지션들로 하여금 연대의 손길을 내밀게 한 보이지 않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 악기 노동자가 없다면 음악도 없을 것이고 음악이 없다면 우리의 삶도 없을 것이라던 뮤지션들의 말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나는 부끄러웠다. 언제부터인가 인쇄노동자들을 잊고 산 듯해서였다. 소설이 없다면 나는 빈 껍데기다. 내게서 소설을 빼앗는 건 내 목숨을 빼앗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또한 그 소설이 활자화되어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건 굉음을 내는 인쇄기와 더불어 밤새 불 밝힌 노동자들 덕분이기도 하지 않던가. 나는 언제 한 번이라도 인쇄 노동자의 고통에 창작의 고통을 견준 적이 있었던가. 나도 언제고 인쇄 노동자들에게 연대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 아니, 한 편의 소설이 창작되어 내 손을 떠난 뒤로 독자의 손에 쥐어질 때까지 묵묵히 길이 되어준 모든 노동자들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