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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버린 모국어의 생리
박완섭
나에 모국어는
중국어였다가 일본어였다가
러시아어였다가 영어인
우리는 반도의 어느 나라 사람인가
침략의 언어
지배의 언어
살인의 언어를 배웠지만
한번도
침략, 지배하지 못한
우리의
눈앞에서 부모, 형제를 죽여도
살인자들을
침략자들을
조상처럼 떠받드는
우리의 언어는
외세의 그늘아래
노동착취의 날로 기념되는
버려진
무관심의 언어로
구부러진 혀에 말려
잊혀지는
우리 말과 글의
멈쳐버린
붉은 생리
※ 한글날 공휴일 제정을 위하여
나에 모국어는 잉글리쉬이다.
박완섭
청춘에 모든 것을
영어사전에서
영어단어를 찾아
영어단어를 외우는데 바치는
모자도, 옷도, 신발도
영어로 된
모자, 옷, 신발을 신는
모국어보다 영어를 잘해야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가는
미국사람보다 더 미국사람이 되고
미국보다 더 미국이 되는
햄버거, 콜라
영화에 책
미국을 갔다 와서 혀가 구부러져야
출세도 하고
좋은 아빠, 엄마도 되는
양식이 우리에 양식이 되어
반만년 역사에
우리의 몸과 마음을
미국산 쇠고기와 쌀에
의지해야만 하는 시대가 오는
아름다운 청춘에 모든 것을
영어단어 외우는데 바치는
나에 모국어는 영어이다.
앵글로색슨이 창제한 잉글리쉬이다.
어머니의 유산
박완섭
어머니
돌아가시더라도
그냥 가시지 마시고
어머니의 말은
자식들에게 남기고 가세요.
이 시대에 남기고 가세요.
어머니의 말을 잃어버린
자식들은
어머니의 자식들이 아닙니다
말이 끊긴, 뜻도 없는
말은 언어가 아닙니다.
어머니의 쌈지, 장독대에
두고 쓰던
아름다운 우리말은 두고 가세요.
빛나는 우리말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어머니가 낳고 기른
이 땅의 언어는
우리들에게 남기고 가세요.
글을 모르는
이름 석 자 쓸 줄 모르는
어머니가
어머니에게
배운 말들
배운 것이 없어 쐐가 돌아가지 않아
평생 우리 말 밖에 해 본적이 없는
어떤 책에도
연구소에도 없는
어머니의 말을
이 시대의 가장 아름다운
유산으로 남겨 주세요.
이 땅 어머니의
어머니이시여
한글날을 법정 공휴일로!
박완섭
뿌리부터
사상의 밑뿌리까지 외제인
외세의 물결이
우리의 의식을 장악한
의정부, 동두천, 용산, 수원, 평택
군산, 광주, 대구, 부산, 제주로 이어지는
전국토의 민군기자회를 넘어
경제식민지로 가는 FTA
식민지, 근대화, 발전론
정신애 할머니들이 창녀라는
자발적 식민론자들
고구려 역사도
중국 역사라고 하는 동북공정
우리 말과 글까지 사라지는
이 땅에서
우리가
우리를 지킬 수 있는 힘은
우리말과 글을 지키는
모국어의 독립운동
우리의 얼과 정신이 살아있는
한글날을 우리 손으로 지키는
투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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