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오후 2시.
근로복지공단 대전본부 앞이 노동자들의 규탄 목소리로 가득 메워졌다.
민주노총 대전, 충남, 충북 본부는 공동으로 근로복지공단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4월 노동자 건강권 쟁취의 달을 맞이하여 개최한 이번 집회에서 200여명의 참석 노동자들은 근로복지공단 질병판정위원회를 집중 성토했다.
2008년 7월 산재법 개악 이후 질병판정위원회의 산재불승인률이 급속도로 높아졌다.
뇌심혈관 질환 같은 경우 불승인률이 자그만치 84%에 달한다.
이날 대회사를 맡은 민주노총대전본부 엄연섭 본부장은 보다 발전하는 사회를 위해 일하다 다친 노동자를 자본과 정권은 쓰레기 취급을 한다며 울분을 토했다.
더불어, 질병판정위원회가 산재신청 1건당 평균 10분간만을 투자한다며 높은 산재불승인률은 졸속행정 때문에 기인한다고 규탄했다. 이어 4월 28일 있을 총파업, 총력투쟁에서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권리도 함께 쟁취하자며 참가자들을 독려했다.
이어 대전,충남,충북 지역의 노안담당자들이 근로복지공단 심태식 대전본부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전달에 앞서 하동현 충남노동보건위원장은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이명박 정권 들어와 근로복지공단의 흑자폭이 커지고 있다. 자본가들이 내야 할 산재보험료까지 대폭 인하했다. 또한 근로복지공단에서 처리해야 할 안전보건관리업무 25가지를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했다. 모든 지자체에서 ‘기업하기 좋은 지역’이라고 홍보하기 바쁘다. 이런 조건에서 25가지의 안전보건관리업무가 지자체로 이양되었을 때 그 폐단은 그림 보듯이 알 수 있다. 지금의 근로복지공단은 노동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질병판정위원회는 산재불승인 남발의 이유만으로도 해체되어야 마땅하다.”며 투쟁의 의지를 다졌다.
지역 피해사례, 각종 증언들을 듣는 시간도 가졌다.
충남지역의 금속사업장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는 자신의 동료가 겪었던 산재불승인 사례를 증언했다. “저희 회사는 엠시트란 회사로 자동차 시트납품업체입니다. 제 직장동료가 품질관리부서에서 일하는데 손을 높이 올려 스티커를 부착하는 공정이 있습니다. 어깨가 말도 못하게 아파서 산재신청을 했는데 불승인이 떨어졌습니다. 이유는 질병판정위에서 ‘퇴행성’이라 판단해서 였습니다. 제 동료 나이가 35세인데 말입니다. 예전에 질병판정위가 없을 때똑같은 업무, 같은 질병으로 신청했던 동료들은 산재 승인이 떨어졌습니다. 도대체 질병판정위의 산재 승인, 불승인의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산재 신청 1건당 10분정도 소요된다고 하는데 우리가 산재 신청할 때 내는 자료가 수백페이지나 됩니다. 질병판정위에서 심사하는 양반들이 우리 현장의 부품, 공정, 라인 등의 이름을 제대로나 알겠습니까? 현장에 나와보지도 않고 책상머리에 앉아 심사하니 우리 노동자들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겠습니까? 지금과 같은 질병판정위는 아주 없어졌으면 합니다.”라고 현장에서 겪는 억울함과 분노를 호소했다.
또 다른 사례로 반도체노동자의 인권과 건강지킴이 ‘반올림’에서 활동하는 노동자가 삼성자본과 근로복지공단의 만행을 고발했다.
“저희 반올림이 발촉 했을 때만 해도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들이 6명인 줄 알았어요. 그러나 활동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무려 23명이나 백혈병에 시달렸고 그 가운데 10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얼마전 돌아가신 故박지연 동지는 병투병 과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제발 산재 인정을 해 달라고 절규했습니다. 그러나 끝내 근로복지공단은 노동자의 절규를 외면하고 삼성이 제출한 자료만 인정했습니다. 천여가지 화학물질과 방사선 처리 공정이 필요한 것이 반도체 산업이다. 수많은 화학물질 중에 70%가 유해성 물질입니다. 그러나 몇가지 화학물질을 제외하고 삼성자본은 유해성 화학물질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습니다. 오로지 빨리 생산하라고 재촉할 뿐입니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삼성은 안전하다고 합니다. 얼마 전 삼성전자에서 공장의 라인 공개로 백혈병의 종지부를 찍겠다고 언론에 공표했습니다. ‘반올림’에서는 이런 상황을 전하며 각종 질병에 노출된 노동자들을 조사하니 우후죽순으로 튀어나왔습니다. ‘림프종에 걸린 노동자, 자궁암, 유방암, 흑색종, 루겔릭, 생리불순, 유산, 불임 등 끝없이 나왔습니다. 이것이 삼성이란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입니다. 원래 산재법상 산재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어야 승인하는 것이 아닙니다.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법적용은 전혀 그렇게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잘못된 자본주의, 삼성, 근로복지공단, 노동부의 썪은 구조를 여기계신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로 바꿔야 합니다.”라며 절절히 호소했다.
지민주 동지의 열정적인 노래 공연도 이어졌다. 지민주 동지는 산재로 죽은 노동자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노래를 바친다며 참가자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참가자들은 추모공연 과정에서 노동건강권을 상징하는 보라색 리본에 자신의 염원과 투쟁의지를 담은 구호를 적었다. 그리고 근로복지공단 주변에 새끼줄을 연결하고 리본을 묶었다.
마지막으로 대전, 충남, 충북 지역의 대표자 5명이 근로복지공단과 질병판정위원회를 규탄하며 얼음을 격파하는 상징의식을 전개하며 마쳤다.
투쟁의 결의를 담은 구호는 다음과 같다.
* 산재치료 강제종결 근로복지공단 규탄한다.
* 산재 불승인 남발 근로복지공단 규탄한다.
* 삼성백혈병 산재불승인 질병판전위원회 투쟁으로 박살내자.
* 산재노동자 다 죽이는 질병판정위원회 해체하라.
* 근로복지공단 무리한 행정소송 즉각 중단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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