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소리 인터뷰 기사]
파업 23일차, 조기현 대구경북건설노조 위원장
대구경북 건설현장의 90%를 멈추고, 22일째 완강하게 지속되고 있는 건설일용노동자 초유의 총파업. 파업 10일차부터 수배 중인 조기현 위원장을 만났다.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우리가 파업에 들어가기 이전에 이미 노동청에서는 불법파업이라고, 찬반투표를 안했느니, 쟁의행위 신고를 안했다느니 시비를 걸어왔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전국 최초의 이 파업에 대한 부담감과 불안감이 있었던거다. 파업 3일이 넘어가자, 파업참여를 촉구하는 선전전에 대해 112 신고를 하라는 등, 건설회사에는 업무방해하는데 왜 고발을 안하냐는 등 경찰·검찰이 먼저 파업 파괴에 나섰다. 교섭도 당연히 안 될 수밖에 없었다.
-조합원들의 분위기는 어떤가?
워낙 척박하다보니 조합원들 중에선 이게 봉기 수준이라고까지 얘기가 나온다. 억눌린 사회의 밑바닥이 폭발한 거다. 그렇지 않다면 간담회 몇 번으로 2천명이 넘게 조직화가 되기는 어려운 거다.
-공안탄압 양상은 어떠한가?
이미 2003년도에 '노가다' 하청노동자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했다는 것과 교섭 내용에 전임비를 넣은 것이 '금품갈취다'라면서 탄압을 시작했는데. 대전지법에서는 이미 그 사건은 하청이라도 교섭할 수 있다고 판결했고,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동지들의 중노위 소송 승리도 마찬가지고. ILO 권고까지 나온 마당에 파업기간에 그 걸로 지도부 영장을 발부하는 건 파업을 깨기 위한 것이다. 2005에도 이 사건 조사받은 바 있다. 면담에서 이 사건 확대 안하겠다 다짐도 받아냈고. 그래서 자진출두해서 종결된 사건이다. 그래서 내사종결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제와서 그걸로 영장을 발부한 거다.
-노동탄압이 아닌 특히 공안탄압이라고 보는 이유가 있나?
건설 일용이 전국 180만이 된다. 토목건축협의회에서 지난 몇년간 조직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 거고. 아무리 노무현 정부가 비정규직 비정규직 얘기를 해도 건설 일용을 빼고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비정규직과 관련 나쁜 것들이 집합되어 있는 백화점이다. 다양한 계약, 용역, 특수고용 없는 게 없고.
열악할 상황은 대구나 대전이나 서울이나 다 같을 테지만, 대구가 이 투쟁이 일어나고 파업 성과가 나타나면 전국에서 일어날까 우려하는 것 같다. 울산(플랜트)과 같은, 어쩌면 울산보다 더 심각하게 바라보는 거 같다. 그래서 더 탄압하는 게 아니냐 생각된다. 파업 직전에 제명 당한 전직 간부까지 체포하는 걸 보면 검찰이 완전히 이성을 잃은 상황이다.
-지금 파업의 주축은?
형틀(목수)과 철근이다. 타직종보다 열배 정도 숫자가 많다. 골조부분이니 인력이 가장 많다. 집단노동을 하는 특성도 있다.
-건설부문 총파업은 처음이라고 들었다
토목건축 쪽, 실제 일용직의 쟁의는 전평 이후 전국 최초다. 지역산별적 성격의, 가장 밑바닥 건설노동자의 총파업이 붙자마자 계급투쟁의 성격으로 미칠 정도로 격화되고 있다. 비정규직 중에서도 비정규직이라고 할 건설일용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전무했다.
시공참여자제도를 악용해서 현장에서 일하는 팀장, 반장에게 계약을 강요하고 전문건설업체의 책임을 모두 전가시켰다. 임금체불로 노동청을 찾아가면 당신들은 사용자라면서 진정서도 안 받고 산재, 체불 등 모든 부분을 팀장에게 돌렸다. 뻔히 적자 날 줄 아는 공사에 들어갔다가 그거 감당을 못해 자살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지난 몇 년간 아파트 가격을 천정부지로 뛰었다. 그 내용에는 임금인상 부분이 포함되어 있는 것인데, 현장 노동자들의 임금은 계속 삭감됐다. 도대체가 어느 직종의 사업이고간에 최저임금조차 조금씩은 오르는데 삭감되는 경우가 있는가. 과거 십년전 받던 노임의 2/3 수준이고 노동강도는 높아지고 전반적으로 임금과 근로조건을 더 이상 못참겠다는 말이 나온다.
-그런 조합원들의 의지는 지금도 마찬가지인가?
'이대로는 복귀못한다'는 게 조합원들의 의지다.
또 지적해야 할 게 90%이상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구조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원래는 원청회사에서 도급을 주고 하도급 업체는 현장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 하도급 구조들을 보면 전문업체에 이사로 등재시키는 위장하도급 그리고 면허 대여 그리고 회사의 직원인 것처럼 속여서 '얼마에 도급을 해라' 하는 '실행'이라고 얘기하는 게 있고.
그 밑으로 내려가면 불법 용역과 불법 파견, 거머리같은 인간들이 존재하는데 하루 일하게 되면 오천원 씩 소개비 명목으로 갈취하고 겨울엔 만오천원까지. 이렇게 힘들게 일해도 현장노동자들이 임금을 제대로 못받게 되고 '유보임금'이라고, 현장에서는 '쓰메끼리'라고 얘기하는. 보통 3-4개월씩 늦게 주고 체불임금도 발생한다. 그 안에서 불법용역업자들 한달에 지급해주는 조건으로 하루 일당 만원씩을 더 뗀다. 여기서 뜯어먹고 저기서 뜯어먹는 부분이 존재하는 것이다. 노동청에서는 분명히 알면서도 관행이라는 이유로 묵인하는 거다.
이렇게 전반적으로 누적되고 폭발된 것이다.
-파업이 성공하면 그 영향은?
상당히 큰 영향이 있다. 이미 이 파업은 다 잡혀가도 이긴 투쟁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조직이 남았다는 것. 20일 이상, 제조업도 20일은 힘든데 하루 일당을 포기하면서 대구경북지역 90프로의 현장을 멈추며 위력적 파업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조직력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정권과 자본이 두려워하는 거 같고.
애초에 계획은 6일이나 일주일이면 끝 안나겠나 생각했는데. 파업 끝나면 이후 지역업종 1일 총파업, 하반기 쓰메끼리 근절 투쟁을 잡았었는데 이번 파업에서 간부들은 (검경이)전부 씨를 말릴 것 같다.
어쨌든 파업이 성공하고 나면 현장복귀 투쟁을 할 계획이다. 단협 이행. 그리고 전평 때 없어지긴 했지만 현장위원회, 이제는 현장노동자들이 자신의 근로조건에 대해 현장 지부별로 모여서 의논하고 결정하고 현장에서 사용자에 항의하고 시정 요구하고 또 투쟁하고.
-블랙리스트 우려는 없나?
아마 못 그럴 것이다. 95% 노동자를 들어내면 누굴 일시키겠나. 건설은 인맥으로 이루어지고, 인맥은 우리가 틀어쥐고 있다. 건설업자들이 자기 함정에 자기가 빠졌다고 하는데. 현장에서 다단계 하도급을 하다보니 현장 통제권을 다 놓치고 있었다. 노동자들은 인맥구조와 공동작업으로 내부 결속력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불랙리스트, 작업 안시키겠다는 게 아니라 오히려 현장에서 우리 노동자들이 작업을 안 할까 걱정하는 상황이다.
-파업 끝나면 구속이 될텐데
민주노총에서 공동 변호인단을 구성하고 공동대응을 밖의 동지들이 할 일이고. 2선 지도부는 구축해놨다.
-이번 투쟁과 관련해 아쉬운 점은?
매년 비정규직 투쟁에서 건설의 지역 업종. 그야말로 가장 많이 구속되고 가장 격렬한 투쟁을 하고 있다. 작년 울산, 그 전 여수와 전남동부. 덤프 투쟁에서, 대구경북파업투쟁. 그런 매번의 투쟁과 투쟁들이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 사안으로 떠오르지 못하고 묻히고 있는 게 안타깝고. 이건 누굴 원망할 문제가 아니라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문제인 것 같다.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연대 활동이 더욱 폭넓고 광범위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 많은 비정규직 투쟁이 묻히게 될 것이다.
-조합원들에게 당부할 말씀
200만 건설 노동자의 희망을 만듬과 동시에 800만 비정규직 투쟁의 중심에 우리가 있다. 이미 중요한 투쟁이지만, 전국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우리의 이 투쟁과정에서 구속되고 다친 동지들. 이 희생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더 힘찬 투쟁을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투쟁이 단순한 건설 비정규직의 투쟁이 아니라 전체 비정규직 투쟁으로 확산되는 그런 투쟁을 만들어가자.
2006년06월23일 ⓒ민중의 소리 문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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