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안보인다는 사람에게 “진술서 먼저”
불법 판치는 경찰의 인권 탄압 증언 이어져
16일 대전 전국노동자 민중대회에서 벌어진 경찰의 대규모 연행 사태 비난에 이어 인권탄압이 도마에 올랐다.
치료 중 쫓기고, 비에 젖어 지내고, 아프다는 사람에게 진술서부터 강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갑자기 경찰이 한 무리 몰려오더니 씩씩대면서 우리를 노려보고 간호사들에게 우리 신분을 물어봤어요. 그래서 치료 도중에 병원 밖으로 뛰쳐나왔습니다.”
“남, 여 할 것 없이 경찰 체력 단련실 같은 곳에 몰아넣고는 자래요. 비에 젖은 옷을 입고 맨 바닥에서 덜덜 떨면서 지냈어요. 모포 같은 건 줄 생각도 없었고, 우린 저녁 내내 굶다가 새벽녘에 동료들이 빵을 갖다줘서 간신히 허기 채우고 17일 점심부터 밥을 먹었어요.”
“옆구리를 방패와 곤봉으로 맞았어요. 집회에 참가한 의료지원팀이 응급처치를 해주면서 늑골 골절이 의심되니까 병원으로 가라고 했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도 경찰은 계속 때렸고요. 나중에 경찰서 와서 아프다고 얘기했는데, 경찰은 한 두 시간 후면 집에 갈 수 있다면서 진술서부터 쓰랬어요. 병원요? 월요일에 나왔는걸요”
“여성조합원들이 비를 맞고 추워해서 버스에 올라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버스에 뛰어 올라왔다. 우리는 집회가 끝났나 보다하고 버스를 잘 못 탔다고 알려주고 있는데, 뒤이어 경찰이 들이 닥쳐 막무가내로 ‘이 **들 다 잡아’라면서 곤봉을 휘둘렀다. 우리는 화물연대도 아니고 왜 잡아가냐고 계속 소리쳤는데, 맞고 싶냐고 위협하며 곤봉을 치켜세웠다. 대체 왜 잡혀가는 건지도 몰랐고, 말 그대로 보이는 족족 잡아갔다.”
“미란다 원칙 이송버스에서 들은 것은 양반”,
“신변 확보 후 다른 경찰들이 몰려와 짓밟았다”
지난 16일 연행된 노동자들과 시민들은 공포심 속에서 벌벌 떨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갑자기 경찰이 때리고 밟으면서 무조건 연행해갔고, 미란다 원칙은 커녕 곤봉과 방패로 맞는 사람들의 비명소리만이 들렸다”고 밝혔다.
이들은 연행과정에서의 폭력도 지적했다. 이미 집회 “현장에서 신변이 확보된 연행자에게 여러 경찰이 둘러싸고 때리기도 했으며, 폭행을 당한 후 이송버스로 이동 중에 또 다른 경찰들이 몰려와 화풀이 대상으로 재차 발로 짓밟고 곤봉으로 내려쳤다”는 것이다.
실제 본지 칼럼기고가인 김순자 씨는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들이 아무에게나 곤봉을 휘둘렀고, 인도에 있는 시민들이 말리자 방패로 위협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신변이 확보된 후 경찰이 가면서까지 군홧발로 엉덩이를 차 공포심과 함께 수치심이 들었다”고 말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미란다 원칙을 이송버스에서 들은 것은 양반이었다”며 “경찰서에 도착 후 듣거나 심지어 유치창에 들어가기 전에 들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동의 없는 야간조사는 신체의 자유의 침해, 가혹행위
순경 불러놓고 “찍어”, “마스크 쓴 사람을 어떻게 찾아낸다는 거지?”
여연심 변호사는 “미란다 원칙은 원칙적으로 체포 동시에 고지한다. 다만 상황이 위급할 때는 신변확보 직후 한다. 그러나 16일 당일 경찰은 버스나 경찰서에서 뒤늦게 했으므로 형사소송법 200조 5항을 위배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야간조사의 경우 당사자의 동의 없이 새벽 2시가 넘도록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헌법 제10조에서 연유하는 피의자의 수면권, 휴식권은 물론 헌법 제12조의 신체의 자유 침해에 해당한다. 현재 야간조사 내지 밤샘조사의 경우 그 지속시간과 방법, 정신적 및 육체적 효과, 피해자의 성별, 연령 및 건강상태 등에 따라서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처우 나아가 가혹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여 변호사는 “당일 경찰이 무리하게 연행함으로써 초래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경찰 조사 시 부상당한 부위의 고통을 호소하는 노동자에게 “한 두 시간후면 집에 갈 수 있으니 참고, 일단 진술서부터 쓰도록” 강요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 변호사는 “당일 고통을 호소하던 노동자 중에는 최루액으로 인해 눈이 안보이거나 맞아서 갈비뼈가 다친 사람이었다. 이들은 경찰서에서 이틀을 보낸 후에야 병원에 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확인 결과 17일 새벽 응급처지가 필요한 연행자 소수가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두 사람은 진술서를 이유로 병원에 가지 못했다.
심지어 “경찰은 죽봉을 휘두른 사람을 찾는다며 증거 확보를 위해 목격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진술서를 쓰게 하거나, ‘전, 순경들에게 누가 죽봉 휘둘렀는지 찍어’라고 하면서 정확하지 않은 사실로 혐의를 덮어씌우고 있었다”는 공통적인 증언도 이어졌다. 증언자들은 “당일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경찰들은 어떻게 찍을 수 있을까 정말 의아했다”고 전했다.
"불법과 인권탄압 자행, 공동 대응할 것"
이러한 인권탄압 사태에 대해 여연심 변호사는 “비가 오는 상황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연행됐으며, 연행 당시 방법이 잘못 됐으면 그에 따른 후속조치를 밟았어야 함에도 경찰은 이들에게 먹을 것도 체온 조절을 위한 모포 한 장도 주지 않았다”고 재차 설명했다. 이어 “이는 경찰이 불법적인 연행과 조사를 한 것이며, 국가가 국민들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조차도 망각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현재 민주노총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성명서 발표와 함께 다각도로 피해사례를 수집하고 있다. 이들은 빠른 시일내에 강경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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