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파업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는가
- 쓰레기를 치우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지만, 그렇다고 환경미화원이 쓰레기는 아닙니다 -
서산,태안,당진,보령,아산,태안,서천,부여의 7개 시,군 환경미화원 200여명이 금일(6.27) 01시를 기해 일제히 전면총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우리들 환경미화원들은 비록 배운 것도 부족하고, 가진 것도 없어서 시,군청 공무원들의 지시와 감독을 받으며 지역주민들의 생활쓰레기를 치우고 있지만, 우리가 하는 노동이 그 어떤 직업보다 의미있고 가치있는 노동이라고 생각하며 묵묵히 일해왔습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4시부터 골목과 거리를 누비며, 겨울이면 얼어터진 손으로, 여름이면 구더기 득실거리는 냄새나는 쓰레기를 청소하고 있지만, 우리의 노동으로 지역주민의 생활이 편해지고 거리가 청결해진다는 소명감으로, 일년이면 서너명씩 달리는 차에 치이고, 쓰레기차에서 떨어지고, 쓰레기더미에 깔리고, 손이 베이고, 피부병을 앓아도 참고 참으며 지난 반평생을 보내 왔습니다.
처음에는 시,군청의 상근인부라는 이름으로, 그 다음엔 청소부란 이름으로, 그리고 현재는 환경미화원으로 불려지며, 한결같이 쓰레기와 살아온 우리들에게 시,군청은 항상 미화원을 소모품이자 이용해먹기 좋은 제물로만 취급해 왔습니다.
시,군청 소속으로 재직할때는 추석때마다 공무원들 조상묘에 벌초까지 해야하는 사역에 시달려왔고,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이 시작되자 공무원들의 정원유지를 위해 감원대상 1호로 민간 용역업체에게 위탁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단 한푼의 임금도, 단 하루의 휴일도 모두가 시,군청의 예산과 지휘감독에 따라 좌우되지만, 단지 민간에 위탁된 신분이란 이유만으로 온갖 차별과 멸시를 감내해야 했습니다.
5년전 우리 환경미화원들은 스스로의 권리를 스스로 확보하기위해 시,군마다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매년 청소용역업자들과 때로는 고성이 오가고 때로는 몸싸움을 하며 처우개선과 차별철페를 요구했지만 우리가 들을 수 있었던 한결같은 대답은 '시,군청에서 허락을 해주어야 한다'는 말뿐이었습니다.
지난 5년동안 해마다 한 두군데 시군에서 미화원들의 파업이 끊이지 않았고, 이러한 노사갈등의 구조적인 원인과 배후에는 언제나 시청,군청이 있습니다.
금년도에도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지난 4월부터 3개월이 넘게, 7차에 이르기까지 우리들은 7개 시,군의 청소용역업체 사용자들과 성실한 대화를 통한 타협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우리에게 오히려 '시,군청에서 모든 것을 결정해야하고 자신들은 형식적인 중간관리 사용자에 불과하다'는 하소연뿐이었습니다.
우리들이 요구하는 것은, 우리의 호주머니만 채우겠다는 요구나, 쓰레기를 볼모삼아 무리한 요구를 관철하려고 지역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똑같은 미화원으로 똑같은 일을 하고도 시,군마다 임금차별이 있고, 퇴직정년이 차이가 나는 것을 시정해서 정년을 동일화 해달라는 것입니다.
시,군청에서 근로기준법과 정부지침을 악용하여 퇴직금을 1년마다 한번씩 강제로 지급하는 '퇴직금 강제정산'을 중단하고, 퇴직할 때 퇴직금을 지급해 달라는 것입니다.
7.1일부터 모든 시,군청과 산하 업무종사자가 주5일 근무에 들어가지만, 청소업무의 특성을 고려하여 토요일 근로할 경우 이를 휴일근로로 인정해 달라는 것입니다.
도대체 이것이 얼마나 무지막지한 요구이길래, 지난 3개월간 실질적인 결정권자인 시,군청은 단 한번도 교섭에 얼굴도 내밀지 않은 채 용역업체 사용자들만을 내세워 노사분규를 유도한단 말입니까!
환경미화원들을 최소한 인간으로 생각한다면 사람끼리 직업의 귀천과 노동의 종류를 떠나 얼굴을 맞대고 대화는 할 수 있을 텐데, 우리가 냄새나는 쓰레기를 치운다고 미화원들을 쓰레기 취급하는 것입니까!
우리가 파업을 선택하기 직전인 6.24일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서 마지막 노·사·정 대화와 조정을 하였지만, 이 자리에 조차도 서산시청을 비롯한 일부 시,군청에서는 단 한명의 관계공무원도 참석하지 않아 파업을 유도하였습니다.
우리는 진정으로 촉구합니다. 아니 시장,군수님들에게 호소합니다
환경미화원들은 명절 때 양말 몇 켤래 보내주고, 삼겹살 몇 점 사주며, 사진찍어 선거때 전시하는 선전용 동물이 아닙니다.
배운 것도 부족하고 냄새나는 쓰레기를 치운다고 적당히 달래고 겁주며 맘대로 부릴 수 있는 노예도 아닙니다.
환경미화원도 인간입니다.
공무원들처럼, 다른 노동자들처럼, 남들 쉴 때는 쉬고싶고 정년퇴직할 때 퇴직금을 받고 싶은 인간입니다.
우리의 최소한의 요구를 즉각 수용하십시오
그것만이 파업을 조기에 해결하는 유일한 방책입니다.
만일 시,군청에서 우리의 요구를 거부하고, 오히려 우리의 파업을 매도하며 방해할 경우, 우리의 투쟁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지난 5년간 쓰레기더미를 헤치며 참고 참았던 우리의 인내와 가슴에 쌓인 한을 이제 백배,천배의 투쟁으로 되돌려 드리겠습니다.
- 우리의 요구사항 -
-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준수하여 향후 3년내 협의수당을 상향 동일화하라!
- 주5일 근무제 실시하고 토요일 근무에 대해 인정하라!
- 퇴직금 강제 중간정산을 중단하고 행자부지침에 따라 퇴직시 퇴직금을 지급하라!
- 퇴직정년 편차를 해소하고 정년을 60세로 동일화하라!
민주노총 공공연맹 충남공공환경산업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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