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08.06.금
<그 여자의 파업일기 _2>
어제 밤부터 내리던 비가 아침까지 계속이다. 빨간 띠를 조여 묶는 손이 이제는 제법 야물다. 출근하는 사람들에 웃어 보일까 인사를 해야 하나 머뭇거리다 이내 가열찬 구호를 함께 한다. 이어지는 간단한 게임과 율동.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아침이라고 스스로를 달랜다. 그래, 파업 중이라고 즐겁지 말란 법은 없다. 승리로 다 함께 가는 길이라면 더더욱이.
사실 이 길을 함께 하지 않는 다른 부서사람들이 궁금했다. 우리를 어찌 바라보고 있을지, 그리고 그들도 그들의 길에 많은 걱정을 하고 있는지. 오가며 서로 씨익 웃고 마는 것은 실은 건넬 말이 많음을 대신하는 것 이었으리라. 정오로 향하는 시각, 처음으로 다 함께 서로 마주보고 인사를 한다. 수일 전까지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서 있다. 울지는 말자 했는데. 마음이 매섭지 못한 이 하나가 눈물을 보이고 만다. 따라서 늘어선 많은 이들이 눈물에 지고 만다. 울지 못한 동지들이 숙인 고개들을 쓰다듬는다.
함께 지내노라면 조직과 규칙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내가 속한 부서는 우리의 일을 기록하고 알리는 역할을 한다. 매 순간 마음을 다해 참여하는 것이 우리의 기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우리가 함께 하고 있음을 다른 부서사람들은 물론 바깥에서도 많이 의식해주어야 할 텐데. 순간 괜히 책임감 비슷한 것이 생기려 한다.
오랜만에 기자선배에게 전화해 푸념이라도 할까 보다.
한바탕 눈물바다가 지나가고 다시 웃음을 찾을 시간이다. 회사 복도에서의 볼링 토너먼트라니, 평소 같았으면 생각지도 못했을 일이라 더욱 웃음이 난다. 상황에 따라 사장님 결제를 받으러 가는 진땀 나는 길이기도 했다가, 넘어지는 볼링 핀에 환호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길이기도 하다. 인생, 한 치 앞도 모른다 했다. 난 불과 그 다음 날을 모른 채 이 길에 들어서야 함을 알았고, 지금 이 순간도 내일에 대한 감각이 없다.
이 많은 이들을 함께 하게 한 힘은 무엇일까. 오후에 다시 모인 조원들이 속내를 이야기한다. 서로 사정도 다르고 바라는 바도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은 그 다름을 서로 이해한다는 것이며, 한마음으로 이 길에 정진하리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길에 앞장서 목청 돋우는 이들에 감사의 인사를 드린 적이 없다. 그들이 목 놓아 울지 않는다 해서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님을 우리는 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