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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평화를 갈망하는 북의 의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하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강의를 되새겨 보게 된다.
2000년 6월 15일, 이날은 김대중 전 대통령일행이 평양상봉을 성과적으로 끝내고 돌아가게 된 날이었다.
남측일행을 위해 국방위원회명의로 오찬을 차리고 직접 참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측성원들에게 “나는 오늘 이 자리에 남쪽의 여러 장관들도 앉아 계시기 때문에 내가 근심하고 있는 문제를 하나 이야기하려고 한다”고 화제를 꺼냈다.
김 위원장은 “북남 간의 신뢰와 단합을 도모하고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호상 비방중상과 상대를 자극하는 일체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열흘 있으면 우리 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난 6월 25일인데 이번에는 다른 해와 달라서 50돌이다, 내가 알기에는 남쪽에서 많은 행사들을 벌리자고 하고 또 미국에서도 행사를 크게 하려고 한다고 하는데 공동선언을 채택하고 열흘 있다가 6.25전쟁문제를 다시 거론하면서 우리를 자극하면 공동선언에 수표(사인)한 것이 무효로 된다, 남쪽에서 약속을 어기면 되겠는가, 북에서는 6.25에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 고 단언했다.
6.25 반북행사 문제를 통해 남북공동선언에 대한 남측의 입장을 판별하겠다는 의미였다.
사실 매년 6.25가 되면 남한 정부는 반북행사를 정부주도의 관제행사로 진행했고 그것을 대북적대감을 고취시키고 ‘흡수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계기로 이용해왔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제의에 남측성원들은 깜짝 놀라 그렇게 되여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장관들에게 눈길을 주면서 “김 대통령과 나의 체면을 조절해줄 수 있는 사람은 당신들이다, 이번에 내가 한번 청와대나 문화관광부, 통일부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조종해나가는가 하는 실력을 시험 쳐보겠다, 그것을 제대로 조종하지 못하면 장관자리를 다 내놓게 하고 내가 직접 서울에 나가 장관을 겸임하겠다.”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순간 폭소가 터져 나왔지만 김 위원장의 해학적 발언에 남측 장관들은 웃으면서도 정곡을 찔린 듯 김 위원장에게 공동선언이 잘 이행되도록 있는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그렇게 안돼야죠. 너무 염려 마십시오.”라고 몇 번이나 말했다.
오찬회가 끝나가자 남측장관들은 아예 김 위원장의 주위를 에워쌌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 김 대통령과 남쪽의 정치인들이 평양에 와서 대단한 일을 했다, 오늘을 두고 남쪽의 구정치인들이 한탄하고 후회하게 만들자, 북남공동선언을 이행하여야 할 민족사적 임무가 우리에게 짊어져있다, 너무 서두르거나 조급하게 하지 말고 하나하나 착실하게 해나가야 한다, 우리는 언제나 민족문제를 우선시해야 한다, 우리는 남쪽당국이 다른 나라들과 공조하는 것을 무턱대고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우리 민족끼리 화해하고 단합하는 조건에서 다른 나라들과 공조해야 한다, 자기 민족을 반대하는 국제공조란 있을 수 없다, 우리는 우리 민족을 위한 공조를 하여야 한다”고 절절히 강조했다.
그러자 장내에서는 일치하게 요란한 박수가 터졌다.
우리 한민족을 위한 남북공조를 그 어떤 공조보다 우선시하는 김정일 위원장의 민족사랑을 증명해주는 역사적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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