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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교조 조그마한 지회의 지회장입니다. 여러 가지로 어려운 시기에 동지들께 이런 소식을 전해드리게 되어 정말 부끄럽습니다.
요즘 교원 평가제 때문에 전교조가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다는 건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여론몰이 속에서도 전교조 조합원들은 총투표를 통해 11월 12일 토요일에 연가 투쟁에 돌입하기로 비장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전교조 이수일 위원장은 "교원평가 일방강행을 저지하기 위하여 11월 12일 조합원 서울집중 연가투쟁을 전개하고자 하오니 승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라는 주문을 조합원 총투표에 부쳤고, 지난 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조합원 총투표를 하여 목요일 밤 최종 결과가 나왔습니다. 전체 조합원의 74.7%가 투표를 하고 투표 조합원의 71.4%가 찬성하여 11월 12일 토요일 연가 투쟁이 결정되었습니다. 무려 4만 7천명의 조합원이 찬성을 하여 연가 투쟁을 결정한 거죠.
그러나 개표가 끝난 다음날 아침 돌연 이수일 위원장은 일방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조합원 총투표 결정 사항을 뒤집었습니다. 세상에 어느 노동조합 위원장이 조합원 총투표 결과를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뒤집는답니까? 아무리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왔다 하더라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조합원의 결정을 충실히 따르는 게 위원장의 일이 아닌가요?
과거 여러 사업장에서 어용노조 위원장들이 직권 조인을 하고 날른 경우는 자주 있었지만, 백주대낮에 총투표 결과를 뒤집고나서도 자신의 친위대들과 함께 감언이설로 조합원들을 기만하며 활보한다는 것은 들은 적도 없습니다. 심지어 항의하는 조합원들을 조직을 분열시킨다고 몰아붙이기까지 합니다.
아시다시피 이수일 위원장은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위기의 민주노총을 이끌고 있는 10명의 지도부 중 한 명입니다. 민주노총 최고 지도부라는 사람이 이런 짓을 하고 다니니 우리 전교조 조합원들은 어디에 가서 하소연을 할 데도 없습니다.
노동조합의 첫 번째 원칙은 바로 민주성과 자주성이 아닌가요? 이제 전교조는 회의도 투표도 필요없는 조직이 되었습니다. 회의를 하면 뭐합니까? 투표를 하면 뭐합니까? 위원장이 뒤집으면 그만이니 아무 방법이 없습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민주노총 총파업 투표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뒤집으려고 할 것입니다.
전교조 내에서 잘못된 일을 바로잡아야 하지만 친위대들에 의해 장악된 상태라 어떻게 할 방법이 없습니다. 홈페이지에 글도 올리고, 선전물도 돌리고, 조합원에게 최대한 알려내려 했지만,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느낌입니다. 경험도 별로 없고 힘도 없어서 잘못된 일을 바로잡지 못하는 제 자신이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지 못하겠지만, 달리 방법이 없어서 이렇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민주노총 조합원 동지 여러분께 도움을 청합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만일 여러분의 노동조합에서 위원장이 마음대로 조합원 총투표 결과를 뒤집는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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