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부모님께,
학부모님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온 나라가 교원평가를 두고 소란스럽습니다. 정부는 교사들의 능력을 계발하고 전문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교원평가를 실시하겠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이를 반대하고 있지만, 국민여론은 교원평가가 시행되면 학교 현장에서 무능력한 교사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희망으로 찬성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나라 공교육이 신뢰받지 못하는 것이 과연 교사들의 실력이 모자라서일까요? 지난 6월에 한국교육개발원은 ‘한국교육의 성과는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하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 고교생이 국제학력비교평가에서 세계 1위의 학력수준을 과시했고, 게다가 교육의 형평성도 달성하고 있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교사들의 전문성이 부족한데 어떻게 학생들의 학력이 세계 최고일 수 있겠습니까.
물론 학부모님들이 보시기에 많이 부족하고 ‘부적격하다’고 느낄만한 교사가 없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빈대 몇 마리 잡으려고 초가삼간 다 태울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공교육이 불신 받고 사교육비가 팽창하는 것은, 획일적 입시경쟁교육 강요 등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 때문이지 결코 교원평가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지금도 교원들은 ‘근무평정제’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근평제도를 그대로 둔 채 또 다른 교원평가제를 도입한다면, 교사들은 오로지 점수의 노예가 되어 학생상담이나 전인교육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저희 교사들은 철밥통 지키겠다고 교원평가에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사명감보다는 점수를 의식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에게 돌아가고 학교 현장은 더욱 황폐화될 것임을 알기에 그토록 반대하는 것입니다. 전에 교육혁신 사례로 그 이름이 전국적으로 알려졌던 서울의 한 사립학교인 H고등학교에 근무했던 어느 교사가 증언했던 내용이 기억납니다. 그 학교는 재단에서 선견지명을 가지고 교원평가제와 성과급제를 일찍부터 자발적으로 실시했는데, 교원평가제 시행 결과 대다수 우수교원들은 모두 학교를 그만 두고 지금은 계약제 교사들만 남아 있다고 합니다.
지금 학교는 학부모들의 참여가 거의 막혀 있습니다. 일부 학부모들이 학부모회나 학교운영위에 참여하고 있지만 학부모회가 법제화되어 있지 않아 거의 유명무실합니다. 저희 교사들은 학부모회가 법적기구로 정착하여 학부모님들의 건전한 학교 참여가 보장되고, 교사들과 대화와 협력을 통하여 학교 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앞으로 저는 더욱 노력하여 아이들을 사랑으로 가르칠 것입니다. 학부모님께서도 교원평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고 저의 충정을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05년 11월 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