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13일 중앙위원회에서 규율위원회를 새로 선출할 계획이었지만 투표자수가 의결과반수에 미치지 못해 실패했다. 규율위원회 강화는 지난 2월 민주노총 지도부 선거당시 쟁점이 되기도 하는 등 주요한 민주노총 내부혁신 과제로 제기돼 왔음에도 결국 어떠한 결정도 못한 셈이 됐다.
이날 중앙위 1호 안건으로 올라온 규율위원 선출건은 선출방식과 선출여부를 놓고 논란이 됐다.
최대한 7명까지 뽑을 수 있는 규율위원 후보에 5명이 등록했지만 이날 안우헌 화학섬유노조 사무처장과 조미자 금속연맹 부위원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서를 제출했다. 따라서 김대용 민주노총 대구본부 수석부본부장과 이지영 민주노총 원주시협의회 사무국장, 이미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 3명의 후보만 남게 된 것.
이와 관련해 일부 중앙위원들은 소수의 후보만 남게 됨에 따라 규율위원 선출을 미룰 것을 주장했다. 동시에 투표를 진행하더라도 득표순으로 당선되는 종다수 선출방식이 아닌, 과반수 지지를 받은 후보에 한해 당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노총 지도부 등은 규율위원회 선거는 전 조합원들에게 공고했기 때문에 예정대로 선출해야 한다는 점과 규율위원 선출 방안 결정을 중앙위로부터 위임받은 중앙집행위가 지난달 23일 종다수제에 의한 선출방안을 결정했기 때문에 선출 방식을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한시간 30여분간에 걸친 논쟁 끝에 선관위는 투표를 진행했으며 투표진행과 종다수 투표제에 반대한 일부 중앙위원들은 퇴장했다. 투표 결과 중앙위 회의 참가 서명을 한 인원은 117명이었지만 투표자 수는 의결 정족수 102명에 한참 모자란 80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투표자수를 안건 성립을 위한 재석수로 간주하기로 했던 선관위는 안건자체가 성립돼지 못했음을 선언했다.
한편 이날 중앙위에는 하반기 사업계획 및 예산, 노사관계로드맵 저지 및 특수고용노동권쟁취 투쟁방안이 안건에 올랐다. 조준호 위원장은 규율위원회 선출 건이 부결된 뒤 “중앙위 회의마저 무산된다면 특수고용과 로드맵 저지 투쟁을 논의할 기회조차 없어진다”며 “안건처리에 협력해 달라”고 중앙위원들에게 호소했다.
민주노총 의결기구 잇단 망신살
책임 못질 총파업 결정에 규율위원도 못 뽑아 |
중앙집행위와 중앙위 등 민주노총 의결기구가 잇단 망신을 사고 있다. 중집위원들은 실행하지도 못할 총파업 결정을 내 놓고서 대안도 찾지 못하고, 중앙위는 민주노총 내 주요 혁신과제였던 규율위원회 선출도 하지 못했다.
13일 민주노총 중앙위에서 성원 부족으로 부결된 규율위원 선출건은 지난 2월 지도부 선거때부터 규율위 혁신과 강화가 제기되면서 주목을 받은 부분이다. 하지만 7명 선출에 5명만 후보등록을 한데 이어 2명이 사퇴하더니 일부 중앙위원들의 퇴장 끝에 성원부족으로 투표마저 무산됐다.
이날 투표 전에 재석수를 회의자리에 앉아 있는 중앙위원 수로 할 것인지, 아니면 투표에 참가한 인원으로 할 것인지를 놓고 논의한 끝에 투표에 참가한 인원을 재석수로 간주하기로 했다. 선출 뒤에 불필요한 논란을 없애자는 의도도 있었지만, 규율위원 선출은 무산되더라도 중앙위 회의는 계속 진행하기 위한 지도부 고육책이었다. 만약 회의 자리에 앉아있는 중앙위원 수를 기준으로 했을 경우 의결정족 부족으로 회의 자체가 무산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반기 사업계획과 노사관계로드맵 저지 및 특수고용기본권 쟁취 투쟁방안 안건이 올라온 가운데 지난 3월 임시대의원대회 무산에 이어 또다시 회의 무산이 우려된 것이다.
이날 중앙위에 앞서 오전에는 중집회의가 열려 노사관계로드맵저지 및 특수고용기본권 쟁취 투쟁방안을 놓고 논의했다. 지난달 23일 중집회의에서 노사정대표자회의 불참에 따라 6월21일 경고파업을 결정했지만 일부 연맹에서 파업 날짜 연기 등을 제안하면서 재논의한 것.
당시 중집회의에서 반드시 6월21일로 결정한 게 아니었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경고 파업 준비를 한 산별연맹은 한 군데도 없었다. 역시 같은 날 결정된 7월12일 한미FTA협상 저지를 위한 총파업에도 대부분 연맹이 시기를 맞추기 힘든 것으로 확인됐다.
중집위원들은 이후 투쟁방안을 논의했지만 아무런 대안을 내오지 못한 채 안건을 중앙위로 넘겼다. 한 중집위원은 “지난달 23일 중집위원들이 정세와 현실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채 무책임한 결정을 내렸다”며 “그런 중집위원들이 무슨 전술을 다시 내 올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