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시간동안 쭈그려 지역본부 자유게시판만 바라보고 앉아 있었습니다. 또 글을 올려야 할지 말지 고민하면서 이글도 읽어보고 저글도 읽어보면서 내가 노동운동이란 것을 처음 접했을때가 생각나고 지나간 일들이 생각나서 글을 씁니다.
이십대 초반에 대한이연에 들어와 이제 30대 중반이 다 되어버린 나의 뒷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대한이연에 처음 들어와서 노동조합을 처음 접했을때 그때만 해도 노조는 다 빨갱이라고 불순세력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한여름 50도가 육박하는 힘든 노동속에서 4,5십이 넘은 아버지 뻘되는 아저씨들이 젊은 관리자들에게 자기이름 석자도 불리지 못하고 “어이”라고 불리고 무시당하는 것을 보면서 저도 빨갱이가 됐고, 불순세력이 되어 버렸습니다.
먼저 조합활동을 시작하고 당시 어용노조였던 한국이연을 민주화시켰던 선배님들과 형님들이 지역연대만이 노동자가 살길이다라고 가르쳐 주었고 늘 그것이 머리속에 박혀 지역활동을 하면서, 많은 지역동지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금속이 아닌 박민숙동지, 김창근동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96,97노개투 투쟁을 거치며 당시 한국노총이었던 대한이연노조를 노개투투쟁의 힘으로 압도적인 찬성으로 민주노총에 가입하였을 때는 왜 그렇게 가슴이 뻑차 오르던지...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뛰는 것 같습니다.
박민숙동지 그때 기억나십니까? 당시 성모병원 사무국장으로 있던 박민숙동지와 이대연위원장등이 노개투투쟁으로 해고당하고 힘들어 할 때 당시 만도기계동지들과 지역동지들이 성모병원타격 투쟁을 벌이던날! 비도 온것 같은데... 성모병원 윤주병(신부)의 탄압에 못이겨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에 등을 돌리고 노동조합사무실 마저 빼앗겨 병원 앞 낡은 건물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힘든 해고투쟁을 전개하던 그때...
그렇게 성모병원 조합원들이 등을 돌릴때도 지역동지들은 늘 성모병원 해고자들과 함께 했습니다. 실천단이름으로 각 노조의 이름으로 해고투쟁을 접을때 까지 함께 했었습니다. “투쟁으로 말한다”라고 적혀 있던 실천단 투쟁복이 그렇게도 저에게는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때 박민숙동지의 말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나는 윤주병이 아니면 결혼을 하지 않겠다” 그당차던 동지의 모습과 말이 지금도 또렷합니다.
그후에도 대전지역은 어떤 투쟁이든 모든 노조가 함께하며 힘을 모아 나갔었는데 2004년 임원선거가 시작되고 투표가 중단되면서 모든 관계가 꼬여 버렸습니다. 지역을 둘로 나뉘고 누가 잘하고 못했는지도 분간을 못할 정도로 적이 아닌 적이 되어 서로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만 남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민숙동지! 동지가 자유게시판에 쓴 글을 보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선대본의 글이 아니라 박민숙개인의 글로 올라와 기대를 가지고 읽어 보았지만 개인적인 생각보다는 선대본의 선전담당자가 쓴 것 같은 느낌의 선거홍보물의 내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투표를 해달라 본부장이되면 잘하겠다는 말들도 온통 가득 차 있었습니다.
박민숙동지 정말 투표를 하고 지역본부장에 박동지가 당선되면 지역이 하나로 모아 지겠습니까? 저는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이미 갈라진 지역에 본부장을 뽑는다고 하나로 갈수 있다는 말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낮에 다른 지역에 있는 동지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마도 게시판에 쓴 제 글을 읽고 다른 글들도 읽고 연락을 한 것 같습니다. 그 동지의 말을 빌리면 양동지가 반성을 하고 있다는데 무엇을 반성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노동자민주주의라는 대의가 사라져 버리고, 조합원은 늘 대상화되고, 폭력적인 형식적 민주주의만 판치는 상황에서 다들 조합원들에게 답이 있다고 말은 하지만 그것도 역시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한 입바른 소리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또한 양동지의 주장이나 전현직 간부들의 주장이나 몇몇 사람들에 의해 구상되고 조직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란 말이었습니다.
굳이 그 동지의 말을 풀어서 이야기 하지 않아도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현직 간부모임도 진정한 지역본부 정화를 원하고 있고, 박민숙동지 선본에서도 진정성을 이야기 하며 정상화를 말하고 있습니다. 모두 정상화를 말하고 있는데 무엇이 이렇게 지역을 갈라놓고 있는 것입니까? 이미 지역에서 누구 옳고 그른지의 논쟁은 무의미 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누구건 간에 지역본부의 정상화를 말해도 그 사람이 누구쪽이냐가 판단의 근거가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찬반투표 또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투표가 과반수가 되지 않으면 투표를 반대했다고 또 다른 논쟁이 벌어질 것이고, 이후 지역본부 선거가 가능하겠습니까? 또한 과반수가 넘어 당선이 된다해도 선관위 결정과정의 논쟁등 여전히 논쟁은 계속 될 것이며 지역본부 지도부로서 정당성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제가 대한이연에 속해 있고 전현직간부모임에 있으니 저의 주장이 그들의 말과 다른게 무엇이냐고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저에 생각은 지역본부 선거가 지역의 분열을 더 조장하고 지역본부에 등을 돌리는 상황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민숙동지! 동지가 후보로서 사퇴를 하는 것이 힘들다면 최소한 선거는 중단하고 지역의 동지들과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박민숙동지 선대본의 몇 동지는 너무 늦은 것 아니냐고 말씀하시지만 저는 늦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이라도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향후 3년 마다 선거가 있을 텐데 매번 선거마나 이러한 홍역을 치를 순 없습니다. 2만 조합원이 결정해야 하는 것은 투표에 참여해서 지역본부장을 뽑는 것이 아니라 현 지역본부의 파행에 대해 정확히 알리고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에서의 결정입니다. 그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우리 활동가들이 해야 할 책임입니다.
좀 천천히 간다해도 지역의 간부, 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 하고 스스로 잘못을 있다면 반성하고 닫혀 있던 마음을 열어 놓을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난후 선거는 해도 늦지 않습니다. 이번 선거가 계속된다면 지난 10년동안의 지역운동의 성과를 무너지고 이후 10년의 지역운동은 분열의 연속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20년의 지역운동이 이번 선거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박민숙동지! 판단은 스스로의 몫인것 같습니다. 결정하기 어려운 말만 하고 있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지만 저의 생각에 동의해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노재동동지, 최세철동지, 김창근동지를 비롯 기호 1번 선대본에 있는 동지들도 다시한번 많은 고민속에서 빠른 결단을 내려 주셨으면 합니다.
박민숙동지! 동지와 저는 지역에 동지들이 다 알고 있는 둘도 없는 가까운 “동지”였는데 어쩌다 악수도 서먹한 사이가 되어 버렸는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아니 이제까지 악수를 한적이 없어 서먹한지 모르겠습니다. 늘 만나면 손바닥을 마주쳤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악수를 하는 사이가 되어 버려서 그런것 같습니다. 심지어 어떤 동지는 둘이 사귀냐는 말까지도 할 정도 였는데 무엇이 그런 “동지”의 관계를 갈라놓았는지 정말 안타깝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에 이런 마음이 지역동지들과 박민숙동지에게 조금이나마 전달되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는 자리가 내일이길 바라며 글을 마칠까 합니다.
* 제글을 읽는 동지들중 다른 사이트에 특히 금속노조 게시판에 퍼다 나르지 말아으면 합니다. 지역의 일들은 지역에서 끝냈으면 합니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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