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돈이 없어’ 정부 예산을 받아야 한다는 거짓말.
지자체 예산을 타내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를 핑계 삼는 일은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이재웅 본부장은 지난 7월 15일 ‘참세상’과의 인터뷰를 통해 “서울본부가 비정규 노동자를 위해 한 사람도 사업을 배치할 역량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에 서울시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아서라도 비정규직 사업을 해보려는데, ‘배부른 자들’이 비겁하게 문제제기를 일삼고 있다고 주장하며 ‘조직적 반성’까지 요구했습니다.
서울모임은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2013년 상반기 결산자료를 입수하여 분석해 보았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열악한 상황이어서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단 한사람도 비정규직 사업을 위해 배치하기 어렵다는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넉넉하지 않은 상황임은 분명했습니다. 채용상근자 동지들은 여전히 다른 상급조직들보다 한참 낮은 수준의 활동비를 받으며 일하고 있습니다. 또한 총연맹으로부터 내려와야 할 인건비교부금이 두달이나 밀려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재웅 본부장의 말처럼 ‘단 한사람도’ 비정규직 사업에 배칠할 수 없을만큼 열악한, 그래서 민주노총의 방침을 어겨가면서까지 지자체로부터 보조금을 받아야할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심각히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서울모임이 확인한 결과, 총연맹으로부터 받는 인건비교부금만으로도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13명 채용상근자의 급여와 4대보험을 충분히 지급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이렇게 지급하고도 교부금 예산은 남을 수 있습니다. 즉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내는 조합비 만으로도 현재의 인력을 충분히 운용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게다가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서울시로부터 매달 1천만원씩 건물의 관리비를 지급받고 있습니다. 이 수입도 그간 한번도 공개되지 않다가 지난 3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의 문제제기가 있은 후에야 처음으로 공개되었습니다. 서울시로부터 매달 천만원을 받고 있으면서도 서울본부는 현건물에 입주한 다른 노조와 단체들로부터 월 470만원이상을 임대료로 거둬들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재정사업수입과 직가입노조의 의무금까지 더하면 매달 1300여만원의 재정수입이 발생합니다.
임원 2명의 급여와 판공비 집행예산이 전체 예산의 10.5%에 달합니다. 소위 ‘임원예산’이 전체 사업비보다 많습니다. 비정규직관련 사업비는 '임원예산'의 20%에 불과합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2013년 상반기 결산결과에 따르면 총연맹 교부금 2달치 5천1백여만원이 밀려있음에도 불구하고 2천5백여만원 이상이 잔액으로 남아있습니다. 현재 구조대로 1년 예산을 운영한다 하더라도 년 1억4천만원 이상의 여유예산이 있습니다. 이 정도 규모라면 여러명의 활동가를 더 채용하여 비정규직관련 사업을 펼칠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단 한사람도 배치할 역량’이 없다는 이재웅 본부장의 발언은 그래서 도무지 납득하기 힘든 것입니다. 게다가 이미 민주노총 서울본부에는 ‘미조직비정규팀장’이 한사람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략조직화사업이나 최저임금사업등을 담당하고 있는 조직국장도 두명이나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소 3명의 상근활동가들이 현재도 미조직비정규사업을 집행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재웅 본부장의 주장을 믿는다면 이들은 ‘직함’만 가지고 있을뿐 실제 사업은 하지않는 유령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 서울모임은 이재웅 서울본부장의 발언이 서울시의 ‘20억 예산’을 무조건 받기위한 억지일뿐이라고 판단합니다. 민주노총의 방침을 어기면서까지 지자체로부터 예산을 타내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를 핑계삼는 일은 이제 그만두어야 합니다. 다른 이들에게 요구한 ‘조직적 반성’을 스스로 먼저 실천해보시기를 진심으로 권고드립니다.
2013년 7월 29일
서울지역운동 강화를 위한 모임(서울모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