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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 국가재정 활용은 점검이 아니라 폐기 되어야 한다.
지난 9월 12일,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의 ‘서울본부 국가재정 사용중단 요청에 따른 처리 건’에 대한 무책임한 결정에 대해 서울지역 운동강화를 위한 모임(서울모임)은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22차 대의원대회의 결정의 원칙이 유효함을 확인한다’라고 하면서‘이미 진행되고 있는 사업은 각 단위의 운영구조에서 목적내용을 확인하여 판단한다’고 하였고, ‘서울본부의 문제는 진행된 사실을 중심으로 총연맹과 해당단위가 충분히 협의하여 자주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의 추진을 점검한다’라고 결정하였다. 가맹‧산하 조직이 대의원대회 결정을 위반하고 있으니 ‘판단’하여 시정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책임있는 결정을 내리지 않고 다시 각 조직이 알아서 ‘판단’하라는 결정을 내려 버린 것이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가 스스로의 권한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는 결정을 내렸으며, 나아가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결정을 무시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중앙집행위원회는 국가 재정 활용에 대한 민주노총의 자주성과 독립성이 훼손 될 수 있다는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재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사업 중단을 유보하였다. 이와 함께 자주성 확립을 위한 재정자립 방안을 마련하고 지원금에 대한 운영실태 조사와 진행되고 있는 사업은 각 단위의 운영구조에서 목적내용을 확인하여 판단하기로 하였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단위에서 자체판단을 통해 스스로를 비판할 수 있는 단위가 과연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민주노총이 원칙에 입각하여 가맹산하조직이 통일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지침을 내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진행되는 사업에 대한 감독 기구로 전락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미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7월 운영위원회에서 비정규센터 사업을 결정한 이후 비정규센터 직원을 11명 채용하고, 채용직원에 대한 교육사업과 비정규직 노동자 사업장 실태조사 • 생활실태조사 사업에 대한 예산을 수령하여 이미 국가 재정을 활용하고 있다. 중앙집행위원회의 결정 이후에도 장학사업(전체 15억의 예산 중 8억 배정)에 대한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총연맹과 해당단위가 충분히 협의하여 자주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의 추진을 점검한다’고 하였지만, 서울본부는 장학사업에 대한 추진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또 비정규센터 직원들에게 일정금액의 임금이 지급되었다는 얘기도 있다. 서울시에서 서울본부에 지원한 노동단체지원금에는 어디에도 인건비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만약 사업비(교육비 또는 비정규실태 조사사업비 등)에서 변칙적인 방법으로 지급되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민주노총이 이를 방치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서울본부가 진행하고 있는 실태조사 사업 내용은 서울시가 수행해야 할 노동행정업무를 서울본부가 위탁해서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장학사업은 서울시의 재정으로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만 장학금의 시혜를 베풀자는 것이다. 장학금 대상자를 조합원들에게만 한정하여 노동자들이 민주노총에 가입하게 하려고 한다는 서울본부의 계획은 아연실색케 한다.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를 시혜적 입장에서 접근하고 있는 서울본부의 모습은 민주노조 정신을 근본적으로 훼손시키고 있으며, 전체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생활권 쟁취를 위해 투쟁하는 민주노총의 위상을 뒤 흔들고 있다. 당연히 폐기되어야 할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사업이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의 안일한 결정으로 인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총은 8월 30일 열린 2차 중앙위원회에서 ‘비정규 100만 조직화 200억 기금조성 운동’을 결의했다. 대중적인 미조직비정규 기금모금운동을 통한 계급대표성 확보와 조직문화 혁신을 목표로 설정하고 비정규직 의제의 사회적으로 확산으로 여론의 지지를 획득하겠다고 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방식으로 중앙과 가맹산하 조직별로 운동본부를 구성하여 대중적인 모금을 펼칠 계획을 세웠다. 서울모임은 200억 기금 조성 운동을 적극 지지하며, 활성화되고 실현되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산하조직이 국가로 재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대중적인 모금과 사회여론의 지지를 획득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조합원의 참여와 실천을 조직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 토론이 필수적인데 국가로부터 재정을 받으면서 기금을 모금하는 것에 대해 조합원을 설득시키기도 힘들 뿐 만 아니라 그 자체가 모순이다.
민주노총의 계급 대표성 확보와 조직문화 혁신을 위한 200억 기금 조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가 재정 활용을 중단하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국가의 재정으로 조합원들에게 시혜를 베푸는 민주노총이 아닌 민주노총 조합원의 힘으로 더 많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아와야 한다. 민주노총의 자주성 확보를 위한 재정자립방안을 위해서 국가재정 활용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2013년 10월 7일
서울지역운동 강화를 위한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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