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유창선 시사평론가
2015.09.25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이 다시 남북관계에 암초로 등장하고 있다.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 20일 북한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대북전단을 살포했다. 이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20일 “대북전단 20만장을 10개의 대형 애드벌룬에 실어 보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1달러 지폐 1000장을 비롯해 DVD 500장, USB 500개를 함께 보냈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한동안 소강상태였던 대북전단 살포가 다시 행해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전단 살포가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남북 간에 8.25 합의가 있었고 이산가족 상봉을 앞둔 시점에 생겨난 일이기 때문이다. 군사적 충돌 위기를 넘어 간신히 관계개선을 모색 중인 남북관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사안이 바로 대북전단 살포 행위이다.
우려했던 대로 북한은 즉각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우리 민족끼리>는 "동족에 대한 증오와 혐오를 고취하는 너절한 삐라장들이 날리는 하늘아래서 북과 남의 흩어진 가족, 친척들이 어떻게 만날 수 있으며 더구나 그 속에서 북남 당국자들이 어떻게 화기애애하게 마주앉아 관계개선 문제를 논의할 수 있겠는가"라며 대북 전단과 이산가족상봉•남북당국회담을 연계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아직 조평통 차원의 낮은 수위의 항의이기는 하지만, 대북전단에 대한 북한 측의 변함없는 거부감을 확인시켜주는 반응이다. 앞으로도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계속된다면 그토록 어렵게 만들어낸 남북대화의 흐름이 다시 역류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입장은 교과서를 암송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통일부는 전단포가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해당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법률적 근거 없이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 기본입장임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앞으로도 기본권 보장 측면과 타인에 관련된 주민들의 신변보호 측면을 균형 있게 고려해서 처리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여전히 애매한 태도이다.
정부는 사안의 경중을 가릴 알아야 한다. 남북관계의 개선이라는 민족적 과제가 몇 사람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에 의해 가로막히는 일이 과연 정상일 수 있는가. 몇 사람의 대북 자극 행동을 방치하다가 주민들의 생명이 위협받는데 대한 국가의 책임은 어떻게 질 것인가.
이미 법원은 "대북전단 살포가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급박하고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킬 경우 이를 제지할 수 있으며, 그 제한이 과도하지 않은 이상 위법이 아니다"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렇다면 결국 정부의 의지에 달린 문제이다. 남북은 일촉즉발의 군사적 충돌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고 공히 대화와 관계개선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그런 시점에서 몇몇 탈북자들의 행동을 통제조차 하지 못한 채 또 다시 남북 관계개선의 암초를 만나게 하는 것은 정부의 무능력을 드러내게 된다. 대화를 하고 이산가족 상봉을 하자면서 상대를 자극하는 부적절한 행동들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모순이다.
언제부터 탈북자단체의 몇몇 사람들에 의해 이 나라의 대북정책이 휘둘리게 되었는지 유감스럽다. 대북전단 살포 행위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발상의 전환이 있기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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