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만에 대학강단에 다시 서며 한국의 민주주의를 돌아보다
2006년 상반기까지 8년 정도 강사생활을 하다, 2006년 여름 친일재산조사위에 들어가게 되면서 강의를 불허한다는 방침에 따라 대학 강의를 하지 않고 국가일을 하고는 2010년에 다시 강단에 복귀하였다.
공교롭게도 강의 제목이 '한국의 민족운동과 민주주의'라는 강의였고, 이는 종래 민족운동사라는 강의였는데 여기에 현대사까지 염두에 두고 '민족운동과 민주주의'라는 강좌명으로 조금 바뀐 강좌였다.
따지고 보면 2004년과 2005년 친일파 재산환수법 제정에 나선 것 또한 한국의 민족운동 내지 민족적 과제와 관련한 미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가 '민족'과 '민주'를 주장하던 인물들에 의해 음해압박을 4년동안 받고 보니,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고뇌하던 필자에게는 곤혹스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설명하는게 최선의 답이라는 생각을 갖으며 강의를 시작했고, 이미 강의를 시작할 무렵 올 상반기 중에는 관련문제에 대해 매듭지으려던 결심을 한 바 있기에, 다소 모험적인 시도이기는 하나 카페 '민주주의 민족회의'를 통해 강의를 운영하기로 마음먹은 상태였다. 이에 대해 교수님들도 그렇고 학생들도 어떻게 생각할런지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기는 했으나 다행히 '민주주의 민족회의'가 현실의 정치적 논란등에 대해 중립적이며 불관의 입장을 지니고 있으며 다만 본인이 관여했던 의제들만 다루고 그런대로 청정한 곳이기에 용기를 내어 이곳에서 한학기 강의를 운영하기로 했던 것이다.
애초 대문을 형성할 때도 면암 최익현선생이 의병운동을 준비하기 위해 강학을 펼치던 '구동정사'라는 강학당을 대문으로 만든 상황이고 보니, 강의주제와도 이미지가 걸맞아 형식적으로는 문제될만한 부분이 없었다. 그럼에도 강의안을 외부의 다양한 인물들이 드나드는 카페에 공개한다는 것은 사실 선생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고 또 혹 강의안등을 두고 논란이 발생하는 상황도 염두에 두어야 하는 입장이기에 여간 조심스러운 일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한 학기를 마치는 입장에서 보니, 학생들도 그다지 불편해 하지 않고 오히려 강의안을 편하게 와서 가져갈 수 있게 되어 편리하지 않았나 생각되며, 여타의 부분에 대해서는 학생들에게 물어본 바가 없기에 어떨지는 모르겠다.
이처럼 강의를 카페를 공개적으로 운영하고자 했던 원래의 의도 중 하나는 사실 현재 개인적인 피해가 워낙 크게 발생한 투서사건에 대해 조기에 매듭지으려는 생각이었다. 이 또한 투서사건 관련당사자들의 악의성과 집요한 은폐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결과적으로는 이런 부분에 대해 어느만큼 효과적이었는지 모르겠으나 그래도 공론형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강의를 진행하면서 내내 어려웠던 부분은 "도대체 이런 상황과 이런 엉터리없는 일들을 무어라 설명해야하는지!" 매우 난감한 입장이었고, 거기에는 투서사건의 주체들이 다름아닌 대학강의를 하는 강사급 인물들이 관여한 것이기에 더욱 난처한 입장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그래도 강의시작할 무렵 이 사안에 대해 흔히 말하는 '형식적 민주화과정'이 곧 민주주의의 내용이 될 수 없다는 확고한 생각이 정리되면서, 이 문제는 '형식적 민주화'를 곧 민주주의의 내용이라 착시현상을 갖은 우리사회의 전반적인 인식기반에서 비롯된 것임을 확인하는 하나의 사례로 정리하였고 그런 입장으로 학생들에게 관련사안에 대해 평가와 더불어 관련 사안의 일단을 들려준 바 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한국사회의 80년대의 민주화운동은 실제로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정착을 위한 기나긴 몸부림에 지나지 않았고, 민주주의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정착으로 완성되지 않는 생활적이면서도 철학적인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는 한편에서 본다면 "일제로부터의 독립과 현재 북한이 강조하는 자주가 곧 민주주의를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일제로부터의 독립은 민주주의적 발전을 이를 수 있는 조건인 것과 마찬가지로, 절차적 민주주의의 실현은 민주주의를 꽃피울 수 있는 조건이 이제 마련된 것이고, 우리의 경우 결과적으로는 민주주의의 경험이 이제 갓 60여년의 역사를 갖는 짧은 역사적 경험을 갖는 신생국가라는 점을 떠올려 본다면 그다지 놀랄만한 일들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또한 흔히 말하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는 실상 우리의 민주주의 역사를 과대포장한 담론에 지나지 않으며, 우리의 민주주의의 역사는 이제 갓 60년의 경험을 지닌 아직도 초보적 단계에 지나지 않고, 그 속에서 절차적 민주화를 위해 조금 기여한 인물들이 스스로를 무슨 대단한 '민주주의의 화신'인양 국민의 시야를 흐리게 한 속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또한 작년 하반기의 안산 상록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특히 올 상반기에 진행된 지방선거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분명하게 떠오른 영상은 흔히 이야기하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서의 가장 큰 적은 다름 아닌 과거의 권위주의의 문제가 아닌 금권정치(金權政治)에 의해 어렵사리 이룩해 놓은 절차적 민주주의의 성과마저도 유실되는 상황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분명히 우리의 민주주의에서의 과제는 권위주의의 문제가 아닌 종래 얘기되어 왔던 지역색의 탈피와 더불어 급속하게 만연되어가는 금권정치의 문제가 극복과제인 사회로 이미 진입했다고 보는게 현재의 우리사회 민주주의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또한 민주주의는 한낱 구호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생활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자, 철학적 기반이 갖춰졌을 때 비로소 온전한 것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이 필자가 '투서사건'을 겪으면서 체감적으로 확인한 진실이다. 이는 이른바 '민주화인사'라는 포장 속에 감추어진 위장이 아닌 생활적이며 철학을 지닌 민주적 인물들이 정치영역이든 공공의 영역에서든 성장해야 비로소 새로운 민주주의의 발전이 가능하며, 선진정치 또한 꽃피울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더불어 어수선한 학기시작과 개인적인 문제등이 산적한 분주함 속에서 한학기를 함께 보낸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자 한다. 아마도 처음에는 선생의 말이 도무지 감이 안잡혀서 혼란스러웠으리라 생각되며, 게다가 대부분이 신입생들인데 꿈을 품고 대학에 들어왔는데 희망적인 내용들로 한학기 강의를 해줘야 하는 입장인데 우리사회의 어두운 치부를 불가피하게 얘기해야 하고 대학 선생 조차도 어쩔 수 없는 일들이 백주대낮에 버젓이 이루어짐을 말해야 하는게 매우 곤혹스럽기도 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대학사회 또한 그 사회적 환경에서 완전히 벗어나 독야청청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사회적 환경에 의해 대학사회도 휘둘리기도 할 수 있음에 이른바 '민주화된 사회'를 사는 대학 선생으로서 안타깝기만 하다.
이는 정치하는 인물들이 무소부지(無所不至)한 행태들을 하고 그것이 온 사회에 통용될 수 있다는 오만함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기에, 학생들에게도 이 사안의 끝은 아마도 정치영역과 강단의 영역의 자존심의 싸움으로 끝이 나게 된다면 사회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사안이니 차분하게 구경하기 바란다고 내내 당부하며 수업을 진행했다. 대학강단에 있는 사람으로서 오만한 정치와 오만한 권력 앞에 굴복할 생각은 없으며 또한 향후 그 추이에 대해 예의 주시하며, 그 끝에는 백서를 통해 학문세계의 영역에 대해 함부로 다루는 정치영역에 대해 힘없는 서생으로서 유일한 무기라 할 또다른 글쓰기를 하고자 하는 소이(所以)이기도 하다.
국가귀속 친일재산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위한 10만인 서명방 링크 주소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9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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