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08.04.수
<그 여자의 파업일기 -1>
오전 6시 50분, 눈을 떠보니 사무실 바닥이다. 잠시 당황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려 파업중임을 깨닫는다. 딱딱한 바닥에 잔 탓에 허리도 아프고 씻는 것도 불편하기만 하고 온통 맘에 안 드는 것 투성이다. 미간을 찌푸리며 미처 다 뜨지 못한 두 눈을 하고 아침 선전을 시작한다. 어제부터 내 자리가 된 4층 복도 한 가운데. 출근하는 사람들의 바짓단에만 시선을 고정한 채 구호를 따라 외친다. 상무님이 잰 걸음으로 사람들 사이를 지나 당신의 방으로 향한다. 오늘따라 더 미워 보이는 건 내 잠자리가 아늑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정문 입구에서 아침선전을 마친 이들도 합류하여 11시부터 시작예정인 출정식을 준비한다. 풍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니 왠지 생각보다는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 같다. 땡볕으로 달궈진 시멘트 바닥에 앉은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 대충 보아도 70명은 될 것 같다. 남 일인데 남 일 같지 않아 우리를 방문한 이들이 놀랍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연대투쟁이라, 왠지 이 일이 지나간 후에도 나에게 의미 있는 단어로 남을 듯. 사람들이 단결을 외치고 투쟁을 외친다. 이리 모여서가 아니라, 다시 되짚어봐도 순순히 물러설 문제가 아니란 생각에 어느 새 잠자리 불평이 쏙 들어간다. 등에 경영진의 이름을 붙인 사람들에 물풍선을 있는 힘껏 던져본다. 사장님 이름 위에 시원하게 터지는 물풍선들을 보니 왠지 조금 씁쓸하다.
흩어지면 죽는다.. 어느 새 나도 모르게 익숙한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있다. 어제 배운 노래인데 따라 부르고 있노라면 어쩐지 결연한 의지가 생기는 듯 하다. 비슷한 느낌의 노래가 참 많기도 하다. 하나하나 배워보니 의미심장한 것도 있고 의외로 신나는 것도 있다. 이 나날들이 끝나는 날엔 가사도 이미 외고 있지 않을까. 우리 조원들은 우리의 상황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특히 나 같은 주니어를 위해 많은 걱정을 하고 계심을 오늘 오후 분임 토의를 통해 알게 된다. 사람들이 다양한 만큼 의견들도 다양하지만 결국 뜻은 하나다. 일하게 해달라. 참 간단한 소망인 것 같은데 이런 고생들까지 할 만큼 뭐가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 어찌됐든 끝내는 다 잘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 아침, 익숙치 않음에 불평하다 사실 좀 늦었는데 지부장님이 시간엄수를 강조하신다. 알람을 30분 앞당겨 맞추면서 또 다른 하루를 기대해본다. 내일은 한 번 더 웃을 수 있기를. 내일은 조금 더 좋은 소식이 있기를. 내일은 조금 더 성공으로 한 발 더 갈수 있기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