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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희망버스 7신]
[1신] 9일 저녁 7시40분
학생·노동자·동성애자 “희망을 주고싶어요”
김진숙 위원 “우리는 이미 이겼습니다” 화답
김혜순(36.회사원)씨는 1차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에 갔던 날 한진중공업 담을 넘었을 때의 그 순간을 잊지 못하고 있다. 기적처럼 어디선가 사다리가 나타났고 사람들은 사다리를 타고 담을 넘기 시작했다. 김씨는 망설이고 있었다. 밤새 촛불을 들어 지쳐 있기도 했고, 사다리를 타고 넘는 것이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얼마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머뭇거리고 있던 그 순간 파란 옷을 입은 한 남자가 김씨에게 손을 내밀었다. 김씨는 말없이 내밀어진 그 손을 붙잡아 무사히 담을 넘었다.
며칠 뒤 김씨는 텔레비전 뉴스에서 강제로 끌려나오는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맞닥뜨렸다. ‘아, 저 사람이었구나.’ 김씨는 그제서야 자신의 손을 잡아주었던 그 남자가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였다는 것을 알았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김씨는 “나는 희망버스 한번 타고 다녀오면 그만이었지만 그곳에선 계속 사람들이 싸우고 있었다. 한번 다녀오는 것으로 끝나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9일 오후 1시 서울광장 앞을 찾아 ‘2차 희망버스’ 41호차에 몸을 실었다. 다행히 6살, 7살짜리 두 아이들은 남편이 맡아주기로 했다. “우리가 1차 희망버스를 탔던 그날 김진숙 위원이 농성 이후 처음으로 편하게 잤다고 전해들었어요. 오늘도 김진숙님이 편하게 잠드셨으면 좋겠어요”
희망버스 185대가 부산을 향해 출발했다. 전국에서 1만여명의 시민들이 6개월 넘게 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을 응원하려고 출발했다. 희망버스 준비팀 김혜진씨는 “누가 조직한 것도 아닌데 자발적으로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모인 것은 처음이다.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35m 고공 크레인 위에 올라선 노동자 한 명이 전국의 시민들을 움직이고 있다. 무엇이 이들을 희망버스에 몸을 싣게 했을까. 희망버스를 찾은 사람들은 어떤 사연을 갖고있을까.
#예비 노동자의 미소
이소망(24.대학생)씨는 곧 졸업을 하는 대학 4학년생이다. 등록금을 대느라 4년 동안 허덕였던 아픈 기억을 갖고있다. 이제 그는 곧 노동자가 된다.
이씨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면서 ‘함께 사는 것의 중요함’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저도 이제 곧 노동자가 되잖아요.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들이 승리하는 경험을 해야 저같은 예비 노동자들이 불이익을 겪지 않을 것 같아요.”
이씨는 6월11~12일 동안 진행됐던 ‘1차 희망의 버스’에는 10일 열린 ‘반값 등록금 집회’에 참석하느라 미처 몸을 싣지 못했다. “매우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함께 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하는 이씨의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씨의 남자친구가 “위험하다며 가지 말라”고 했지만 이씨가 뜻을 굽히지 않자 결국 연인은 부산으로 함께 가기로 했다고 했다.
#희망버스 부녀 연대
김씨 부녀는 한 희망버스 뒷 자석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까만 피부의 아버지.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은 뽀얀 피부의 딸이 두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아버지 김아무개씨의 손을 꼭 붙잡고 있던 이는 임소담(영등포여고 2학년) 양이었다. 임양은 “뉴스에서 접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몸소 체험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고 했다.
아버지가 이끌어 희망버스에 몸을 실었지만 임양은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고 했다.
“아버지하고 2008년 촛불집회도 많이 나갔어요. 경찰 물대포도 몇 번 맞았지요. 이런 경험을 하게 해주는 아버지가 자랑스러워요.” 임양은 수줍게 웃었다.
임양의 아버지 임아무개(48)씨는 전형적인 386세대이다. 83학번인 그는 “그 시절이 다 그러했듯 이런저런 안해 본 사회운동이 없다”고 했다. 오십줄을 앞둔 임씨는 딸에게 물려줘야 할 세상이 여전히 반노동자적인 것이 속상하다. 그래서 딸의 손을 잡고 부산으로 향하게 되었다.
임씨에게 “딸에게 좋은 교육 시켜주는 것 같다”고 말을 건네자 “그게 아니고 함께 하는 것입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옆에 있던 임소당 양은 “아버지가 자랑스럽다”고 연거푸 말했다. 함께 버스를 타고 부산에 내려가던 시민들은 ‘희망버스 부녀’에게 김진숙씨의 책 ‘소금꽃 나무’을 선물해주었다.
#희망버스 자매 연대
송은미(33)씨 자매도 나란히 희망버스에 몸을 실었다. 언니는 회사원. 자신은 프리랜서라고 소개했다. 경찰이 행진을 허가하지 않을 것이란 소식을 들어 살짝 겁이 나지만 이들은 함께 부산에 가기로 했다고 했다.
이름을 밝히지 못한 송씨의 언니는 “우리는 늘 이렇게 함께 집회에 나간다”고 말했다. “동생이 경찰에 잡혀가면 제가 뒤처리 해야죠.” 이 말을 들은 송은미씨는 “언니랑 함께 가니까 무섭지 않을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이들은 같은 여성으로서 김진숙 지도위원의 투쟁에 연대하고 싶어했다. “남자들은 잘 모르는 고통이 많을 거에요. 김 지도위원이 부디 좌절하지 않고 살아남아서 해고 노동자 문제를 꼭 해결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송씨 자매의 바람이 희망버스를 타고 85호 크레인으로 열심히 달려가고 있었다.
#‘퀴어버스’도 떴다
성소수자인 이아무개(28.중증 장애인 활동보조 노동자)씨도 김진숙 위원을 응원하려고 희망버스를 탔다. 그런데 그가 탄 버스 이름은 조금 독특하다. ‘희망 퀴어버스’. ‘퀴어’는 ‘유쾌하다’는 뜻의 동성애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이씨는 주변 동성애자 50여명과 함께 퀴어버스를 탔다. 성소수자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사회적 약자다. 이들도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들을 응원하려고 퀴어버스를 조직했다. 어느 성 소수자 패션 칼럼니스트는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를 돕는 사람을 ‘밥집 아줌마’에 비유하며 폄하했지만 이들의 생각은 다르다.
“물론, 해고의 걱정없이 살고 있는 성소수자들도 있겠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성소수자들도 평범한 노동자입니다. 우리같은 성소수자들이 해고 노동자의 아픔에 함께 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게 아닙니다.”
이씨와 함께 퀴어버스를 탄 성소수자들은 일곱 빛깔 무지개 깃발을 들고 서 있었다. 다양한 색깔들이 사이좋게 한 깃발 안에서 어울리며 웃고 있었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역사의 주인공”
자본의 매정함에 짓눌린 노동자들은 넘쳐난다. 부산이건 서울이건 해고 노동자들의 농성은 끝이 없다. 오후 1시.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서울광장 인근 재능교육 해고 노동자 농성장에 집결했다. 이곳이 2차 희망버스 출발지다.
유명자 전국학습지 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장은 이날 상기된 목소리로 시민들을 향해 연설을 하고 있었다.
“회사가 노조를 없애려고 해 1300일 동안 싸워오고 있습니다. 희망버스 참가자 여러분. 주위에 있는 아이들, 학부모들에게 호소해주세요. 재능교육 불매운동에 동참해주세요.”
이날 따라 유씨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희망버스가 그에게 불어넣은 힘이었다.
크레인 위의 김진숙 위원은 이날 트위터(@JINSUK_85)에 글을 남겨 희망버스 참가자들을 ‘역사의 주인공’이라고 추켜세웠다.
“희망버스는 많은 걸 담을 겁니다. 사랑, 희망, 연대, 이 모든 것을 담은 ‘인간에 대한 예의’. 이 길을 예의롭지 못한 자들이 막아서겠지요. 만명이 모인 걸로도 우린 이미 이겼습니다. 가장 평화로운 승리! 담대하고 즐거운 축제!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들을 설레며 기다리겠습니다.”
희망버스 41호는 저녁 7시 40분께 부산역 광장에 도착했다. 부산역 광장에는 이미 5천여명의 ‘희망인파’가 모여 있었다.
[2신] 9일 밤 9시40분
쌍용차 노조 “눈물 먹으며 걸어왔다”
9일 저녁 7시께부터 부산역 광장에서 ‘희망과 연대의 콘서트’가 시작됐다. 약한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1만여명 이상의 시민들이 부산역 광장을 가득 메웠다. 공연이 끝나고 밤 9시 40분께 시민들은 한진중공업 쪽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우비를 갖춰 입거나 우산을 쓴 채 시민들은 즐거운 표정으로 공연을 관람했다.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을 찾아 왔다는 전주연(35.직장인)씨는 “비가 와서 많이 모이지 않을 것 같아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며 “이 모습을 김진숙 위원이 꼭 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치인들도 대거 참석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정동영, 천정배, 문학진 민주당 의원과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무대 바로 앞에 앉아 공연을 함께 봤다.
평택에서 출발해 부산까지 걸어온 쌍용자동차 노동자들도 함께 했다. 얼굴이 검게 그을린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 기획실장이 무대에 올라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 기획실장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어서 감사하다. 이번에는 꼭 희망을 만들어 이기는 싸움을 하자”고 호소했다. 이 기획실장은 “열흘동안 걸어오면서 삼계탕과 자두 등 여러 음식을 먹었지만 가장 맛있었던 음식은 눈물이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박수를 쳐 눈물을 흘리며 부산으로 걸어왔을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을 격려했다.
콘서트가 끝난 뒤 시민들은 부산대교를 건너 영도구 봉래동 영도조선소 앞으로 거리행진에 나섰다. 경찰은 한진중공업 앞까지의 거리행진을 불허한 상태지만 밤 9시 40분 현재 특별히 저지하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경찰은 버스 200여대를 동원해 한진중공업 영도 조선소 동쪽 봉래동 로터리부터 서쪽 서문까지 차벽을 친 상태다.
한진중공업 가족대책위원회에서 온 김현숙(36)씨는 “평화롭게 한진중공업 앞까지 행진하고 싶다. 부디 시민들이 불필요한 몸싸움을 하지 않도록 경찰이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3신] 9일 밤 11시55분
9일 밤 11시 55분 현재 희망버스 시민 1만여명이 한진중공업에서 도보로 5분정도 떨어진 지점인 봉래로터리에서 경찰과 대치해 있다. 경찰은 봉래로터리 6차선 도로를 차벽을 쳐서 봉쇄하고 있다. 10일 0시10분께 경찰에게 길을 터줄 것을 요구하던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경찰이 쏜 최루액을 얼굴에 맞고 쓰러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한진중공업 가족대책위 어머니들이 차벽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시위하며 경찰에게 길을 터 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경찰은 해산하라며 맞서고 있는 상태다.
가족대책위 소속으로 한진중공업 노조원의 아내라고 밝힌 여성(38)은 “조금만 더 걸어가면 남편을 만날 수 있는 경찰이 막아 안타깝다”며 울먹였다.
이에앞서 희망버스 시민 1만여명은 밤 9시40분께 부산역 광장을 출발해 한진중공업 쪽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대열의 맨 앞에는 백기완선생과 문정현신부가 섰다.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를 뚫고 백기완 선생과 문정현 신부는 결연한 표정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백기완 선생은 “눈물이 난다. 한숨의 눈물이 아니라 분노의 눈물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노동자들을 죽이고 있다”며 강한 어조로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찰이 행진을 막을 것이라고 하는데 어두운 굴을 뚫고 가야 한다”며 문정현신부의 손을 꼭 쥐었다.
문정현 신부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앞날은 우리의 앞날이다”며 “우리가 그를 살려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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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망버스 시민들의 행진 대열을 격려하는 부산 시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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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진 대열은 경찰의 저지를 받지 않고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됐다. 시민들의 행진에 대해 많은 시민들은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시민 김동건(부산 해운대구. 57)씨는 맥주집에서 술을 먹다가 행진을 발견하고 문을 열어 “힘내라”고 외치며 오른손을 치켜 들었다. 그는 “한진중공업은 악덕기업이라고 생각한다. 조선 주문이 들어와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노동자 정리해고는 부당해고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아무개(부산 진구 서면. 24)씨는 “자기 일도 아닌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내려온 게 대단하다. 한진중고업 노동자들이 부당해고 당했다고 생각하는 부산시민들이 많다”며 행진하는 시민들을 격려했다.
그러나 때때로 일부 시민들이 행진대열때문에 도로체증이 생겼다며 항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시민들의 행진은 한진중공업 코앞까지 진행돼 있으며 현재 봉래로터리에서 경찰 저지선에 막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4신] 10일 새벽 1시40분
10일 0시 10분께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경찰이 쏜 최루액을 얼굴에 맞고 쓰러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경찰은 한진중공업 인근 봉래로터리에서 도로를 차벽으로 차단한채 접근하는 시민들에게 최루액을 분사했다. 이정희 대표는 경찰에게 다가가 시민들에게 최루액 공격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던 중에 최루액을 얼굴에 맞았다. 쓰러진 이 대표는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고 괴로워했다. 이 대표는 얼굴 세척을 위해 부산대 병원으로 실려갔다.
새벽 1시 40분 현재 한진중공업 인근 도로에서 경찰차벽에 막힌 희망버스 시민 1만명은 경찰의 최루액 분사에도 불구하고 길 터줄 것을 요구하며 대치 중이다.
한편 경찰은 한진중공업 정문 앞 횡단보도쪽에 있던 해고자 가족대책위, 아고라 회원, 동네 주민등 100여명을 골목으로 몰아넣고 도로로 나오지 못하게 막고 있다. 또한 부산 경남 아고라 회원이 희망버스 시민들을 위해 마련한 5000인분의 오뎅탕이 담긴 솥을 '집회위험물품'이라며 수거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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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차벽으로 봉쇄된 한진중공업 정문 너머로 크레인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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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신] 10일 새벽 3시30분
10일 새벽 2시 20분께 경찰이 한진중공업 인근 봉래로터리 도로를 차벽으로 막고 희망버스 시민들과 대치하던 중에 기습적으로 시민들을 향해 파란색 최루액 물대포를 난사했다. 10여분에 걸친 최루액 물대포 난사로 시민들은 눈을 뜨지 못하고 괴로워했으며 봉래로터리 도로는 매캐한 냄새로 가득 찼다. 20분 뒤에는 차벽 뒤편에 있던 경찰들이 느닷없이 방패를 어깨 높이로 휘두르며 시민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일부 경찰은 놀라 넘어진 시민들을 방패 등으로 무차별 폭행했다. 10여분에 걸친 경찰의 무차별 폭행으로 시민들은 부상자가 속출했다. 일부 시민은 경찰에게 연행되기도 했다. 경찰은 희망버스쪽의 방송차량을 압수했으며 방송차에 타고 있던 6명가량의 시민을 연행해갔다.
이에앞서 새벽 2시께부터 시민들은 경찰차벽 앞에 ‘희망계단’을 쌓기 시작했다. 주변의 벽돌과 흙더미를 이용해 계단을 쌓은 것이다. ‘희망계단’ 쌓기는 경찰의 기습적인 최루액 물대포 난사와 뒤이은 무차별 폭행으로 중단됐다.
새벽 3시 30분 현재 희망버스 시민들 수천명은 도로에 주저앉아 “폭력경찰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는 한편 한진중공업으로 가는 길을 터줄 것을 요구하며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연좌농성의 맨 앞줄에는 정동영 민주당 의원,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노회찬 전 의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편 크레인 농성 중인 김진숙 부산민주노총 지도위원이 1시 40분께 전화로 현장의 시민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여러분들을 한달 동안 목이 메이게 기다렸다. 이명박 정권은 우리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게 두려운가 보다. 힘 내시라. 우리는 반드시 만날 것이다”고 말했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말이 현장에 있는 방송차 확성기를 통해 힘차게 울려 퍼지자 시민들은 “김진숙! 김진숙!”을 외치며 환호했다.
[6신-충돌상황 종합] 10일 오전 9시
9일 밤 9시 30분께 부산역을 출발한 만여명의 시민들은 이날 밤 11시 30분께 한진중공업 정문에서 1km 정도 떨어진 봉래교차로 인근에 도착했다. 경찰은 이곳에 버스 차벽을 세워 바리케이드를 쳤다. 더 이상의 행진이 불가능해진 시민들은 차선 전체를 점거한 채 농성을 이어갔다.
바리케이드 한켠 인도에서 경찰과 시민들이 산발적인 충동을 계속 벌였으나 전체적으로 평화적인 기조는 계속 됐다. 시민들은 대체로 가만히 선채 촛불을 들고 있거나 노래를 불렀고 경찰은 인도 위 시민들에게 캡사이신 분사액을 뿌리며 방어적 차원의 공격을 하는 선에 그쳤다.
일부 흥분한 시민이 2미터 높이의 경찰 차벽을 기어 오르려 하면 그 앞에 서 있던 한진중공업 가족대책위 회원들이 가로 막았다.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 아내 김미경(41)씨는 “시민들이 폭력을 쓰면 경찰이 폭력적으로 나올 것이기 때문에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경찰 차벽에 물병을 던지거나 우산으로 차벽을 때리며 항의하는 선에 그쳤다.
경찰과 시민 사이 산발적인 충돌이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진압으로 얼룩지기 시작한 것은 10일 새벽 2시 30분께였다. 시민들은 인내심을 잃고 경찰 차벽 아래에 흙과 벽돌을 이용해 계단을 쌓기 시작했다. 십여분 만에 어른 키 높이만큼의 계단이 생겨 차벽을 오르내릴 수 있을 만큼이 되었다.
그러자 경찰이 파란색 물포를 시민들에게 쏘아대기 시작했다. 주변은 온통 매케한 공기로 뒤덮였고 곳곳에서 콜록콜록 거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하지만 시민들은 쉬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새벽 2시 50분께 경찰 차벽 한 켠에서 전경 부대가 우르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흥분한 전경들은 방패를 어깨 높이만큼 세워 시민들을 향해 휘둘러 대었다. 일부 전경은 방패로 시민들을 때리는 데 주저함이 없었고,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부상자가 속출했다. 희망버스 기획팀은 “경찰의 공격에 머리를 부상당한 시민, 손가락이 부러진 시민 등이 발생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고 밝혔다. 또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경찰이 쏜 캡사이신 분사기에 눈을 정면으로 맞아 한 때 실신했고 곧 바로 병원으로 실려가기도 했다.
부산경찰청은 이날 총 50명을 연행했다고 밝혔다. 연행자 중에는 한진중공업 해고자의 아내와 집회장에 나온 고등학생 딸이 포함돼 있으며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도 금정 경찰서로 연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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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일 새벽 한진중공업 인근 봉래교차로에 시민 만여명이 모여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 허재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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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버스 기획단의 김혜진씨는 “경찰이 마치 한진중공업이 고용한 용역깡패처럼 재벌만을 비호하고 평화적으로 시위에 참여한 시민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며 “오늘로서 경찰은 공권력으로서의 권위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새벽 3시 10분께부터 오전 9시 현재까지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은 더 이상 벌어지지 않고 있다. 경찰은 원래대로 경찰 차벽 뒤로 전원 철수한 상태이며 수천여명의 시민들은 태종로 전 차선을 점거해 연좌 농성을 벌이고 있다.
대열 맨 앞에는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온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등이 앉아 있다.
2차 희망버스를 기획한 송경동 시인은 경찰에 연행자를 석방하고,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한 뒤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오후 2시에 일정을 마무리하기로 한 2차 희망버스는 단 한 대도 부산을 떠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9일 한진중공업 정문 앞 횡단보도쪽에 있던 해고자 가족대책위, 아고라 회원, 동네 주민등 100여명을 골목으로 몰아넣고 도로로 나오지 못하게 막기도 했다. 또 부산 경남 아고라 회원이 희망버스 시민들을 위해 마련한 5000인분의 오뎅탕이 담긴 솥을 '집회위험물품'이라며 수거해 갔다.
글 허재현 기자, 영상 정주용·조소영 피디 catalunia@hani.co.kr
1만여명 한진중 인근 대치 중 부상자·연행자 속출
이정희 민노당 대표 최루액 맞고 실신…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 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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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일 오전 희망버스 참가 시민들이 봉래 교차로 인근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허재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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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신] 10일 오후 12시 30분
오후 12시 30분 현재. 봉래 교차로 인근에서 시민들의 연좌 농성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이곳 저곳 둘러 앉아 노래를 부르거나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다. 경찰은 한진중공업으로 가는 길목을 여전히 경찰 차벽으로 막아 놓은 상태다. 밤새 내리던 비는 모두 그치고 뙤약볕이 내리 쬐고 있다.
10일 새벽 심상전 진보신당 전 대표가 부산 금정경찰서로 연행됐다. 경찰은 실수로 연행했다고 밝히며 심 전 대표를 풀어주려고 했지만 심 전 대표는 함께 연행된 시민들도 풀어달라고 요구하며 석방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10시께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과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가 부산지방경찰청을 방문했다. 이들은 경찰 관계자를 만나 한진중공업 앞까지 거리행진을 보장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오후 2시까지 최종 답변을 주기로 했다.
희망버스 기획단은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나지 못하면 부산을 떠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상태다.
부산/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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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10일 새벽 경찰이 쏜 분사기의 최루액에 눈을 맞아 실신했다. 사진 허재현 기자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