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문제는 우리사회의 뜨거운 감자 중 하나다. 특히 ‘미군장갑차 여중생살인사건’ 이후 반미여론이 급격히 대두하면서 우리사회는 ‘철수냐 주둔이냐’하는 심각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필자는 ‘주한미군’문제를 올바로 풀어 나가는데 이해를 돕기 위해 지난 60년간 주한미군과 관련된 주요사건들을 통해 주한미군의 본모습을 알리고자 한다.
1945년 9월8일 미 태평양방면 총사령부 포고문 1호(일명 조선인민에게 고함)
주한미군문제를 논함에 있어 가장 먼저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 미군의 ‘성격’문제이다. 즉 ‘해방군인가, 강점(강제점령)군인가’하는 문제이다. 그 동안 우리사회의 통치자들은 ‘친미반공’을 제일국시로 내세우면서 주한미군을 ‘해방군’이라고 공공연히 밝혀 왔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미군이 일제 패망 후 인천에 상륙하면서 직접 발표한 ‘1945년 9월 8일자 미 태평양방면 총사령부 포고문 1호’를 통해 간단히 부정된다.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 명의의 포고문에는 “본인이 지휘하는 승전군은 오늘 북위 38도선 이남의 조선영토를 ‘점령’한다”고 정확히 명시하고 있다.
또한 “적극적인 협력과 복종”을 요구하며 “북위 38도선 이남의 조선영토와 조선인민에 대한 최고 통치권은 당분간 본관의 권한 하에 시행된다”고 밝혔다. 그리고 “점령군에 대한 반항행위 ... 가차없이 엄벌에 처할 것”과 “영어를 모든 목적에 사용하는 공용어”로 규정하기까지 하였다.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은 주한미군이 ‘해방군’으로 들어온 것이 아니라 ‘강점군’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증명한다.
1950년 7월14일 한국육해공군지휘권이양에 관한 이대통령․맥아더유엔군사령관 사이에 교환된 공한(이른바 대전협정)
주한미군문제의 또 다른 핵심은 ‘국군에 대한 작전지휘권’을 미군이 갖고 있다는 점이다. 즉 국군이 우리국민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미군사령관에 의해서 움직인다는 말이다. 이 문제는 지금까지도 우리나라의 자주권을 미국이 침해하고 있는 원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지난 1950년 7월 14일 이승만 대통령과 맥아더 장군은 이른바 대전협정이라는 것을 맺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본인(이승만 필자 주)은 현작전상태가 계속되는 동안 일체의 지휘권을 이양하게 된 것을 기쁘게 여기는 바이오며 본 지휘권은 귀하 자신 또는 귀하가 한국 내 또는 한국근해에서 행사하도록 위임한 기타 사령관이 행사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에 대한 맥아더 장군은 “...대한민국군을 본관지휘 하에 두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나이다”고 회신했다. 이렇게 넘어간 작전지휘권은 반세기가 지난 오늘에도 주한미군사령관이 갖고 있다. 작전지휘권을 외국군대가 갖고 반세기동안 행사해온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그 사례를 찾기 힘들다.
1950년 7월 26일 노근리 양민학살사건
1999년에 ‘노근리 양민학살’사건을 밝힌 AP통신 보도문이 온 나라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후 밝혀진 바에 따르면 미군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7월 26일 충북 영동군 노근리에서 수 백명의 무고한 양민을 학살했다고 한다.(공식집계 사망 1백59명, 부상 39명, 행방불명 10명 / 한국경제신문 1999년 12월 5일자) 노근리 양민학살사건은 미군의 학살사건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에 밝혀진 1951년 1월 19일 경북 예천군 보문면 산성리 폭격사건(사망 138명)과 같이 계속해서 미군의 양민학살범죄가 밝혀지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직, 간접적인 학살한 양민은 최소 1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1958년 1월29일 핵무기 실전배치
한반도에 핵무기를 끌어들인 장본인도 미군이다. 미군은 1958년 1월 29일에 280밀리 원자포와 ‘어네스트존’ 핵미사일의 배치를 정식 발표했으며 같은 해 2월에는 주한미 1군단 지휘부에서 이것을 실물공개하고 원자포발사시험을 벌였다. 북한의 ‘자위적’ 핵무기 뿐만 아니라 심지어 ‘평화적’ 핵이용도 절대 용납을 못한다는 미국은 이미 47년 전부터 주한미군에 핵무기를 배치하고 대북전쟁위협을 높여 왔던 것이다.
최근에 공개된 핵탄두 30개를 이용한 북침전쟁계획이나 수없이 많은 작전계획들, 개념계획들은 주한미군이 핵전쟁부대라는 것을 증명한다. 물론 주한미군의 핵무기실전배치는 우리국민들과 단 한 번도 상의한 바 없다. 미군의 핵무기 실전배치 및 대북전쟁연습은 한반도 긴장의 가장 큰 원인이다.
1980년 5월 광주학살
광주학살이후, 배후에 미국이 있었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이 같은 주장은 미국에게도 꽤나 타격이 되었는지 주한미 대사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광주사태’ 관련 게시판을 만들고 당시 미국이 중립적 입장을 지켰다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입장은 단순한 ‘그들의 입장’일 뿐 학살 당시 미군이 보여주었던 움직임과 주한미군 사령관이었던 위컴의 발언을 통해 드러난 ‘진실’을 감추지는 못한다. 광주학살이 장기화되는 조짐을 보이자 당시 미군은 오키나와에 있던 조기경보기 2대와 필리핀 수빅 만에 정박 중인 항공모함 <코럴시>호를 한국 근해에 출동시켜 전두환의 학살을 사실상 ‘엄호’했다. 또한 한미연합사령부의 직접지휘를 받는 국군 20사단이 전두환의 군사쿠테타를 직접 지원하기도 하였다.
또한 위컴 주한미군 사령관은 1980년 8월에 "(한국)국민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한국의 안보가 유지된다면 이를 한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여 전 장군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한국민은 들쥐와 같은 민족이어서 누가 지도자가 되든 복종할 것이며, 한국민에게는 민주주의가 적합치 않다"고 폭언을 하기도 했다. 당시 미국에게는 친미독재자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민중의 자주민주통일투쟁이 광주에서 되살아나면 자신에게 이로울 것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은 이렇게 한국정치에 직접적으로 개입했다.
2002년 6월13일 ‘미군장갑차 여중생살인사건’
2002년 6월 13일 오전 10시 45분, 경기도 양주군 광적면 효촌리 56번 지방도로에서 신효순(14.조양중 1년). 심미선(14.")양이 미 2사단 공병대 소속 가교운반용 궤도차량(운전자 워커 마크 병장.36)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이 비극적 사건에 대해 미군은 장교 몇 명을 보내 위로금조로 ‘100만원’을 전달하려고 했으며 이후 "이번 사고는 우발적 사고“라고 주장했고 ”어느 누구의 잘못도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온 국민의 규탄에도 불구하고 같은 해 11월 18일부터 23일까지 동두천 캠프<케이시> 내 미 군사법정에서 열린 군사재판에서 배심원단은 기소된 미군 2명 모두에게 무죄 평결을 내렸고 5일 뒤 살인미군들은 본국으로 돌아갔다. 한국민을 죽인 살인‘미군’을 ‘미군’ 판사, ‘미군’ 검사, ‘미군’ 배심원이 재판하는 어이없는 현실, 죽은 사람은 있어도 죽인사람은 없는 비정상적인 현실은 오늘날 이른바 예속적 ‘한미동관계’를 다시 고민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지난 기간 미군에 의한 범죄는 살인, 강도, 강간, 방화 등 그 종류를 헤아릴 수 없으며 정부 공식통계에 따르면 1967년부터 1987년까지 총 3만9452건, 평균 1년에 1,972건, 하루 5건의 범죄를 저질렀다. 가히 한국 최대의 조폭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악명높은 범죄조직 <마피아>도 주한미군에 비하면 양반인 셈이다.
주한미군 주둔60년, 근본적인 물음, ‘누구를 위한 미군주둔인가?’
주한미군의 ‘철수냐 주둔이냐’ 논쟁이 분분한 오늘, 필자는 ‘누구를 위한 미군 주둔인가?’하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싶다. 적어도 앞에서 살펴본 바에 따르면 우리민족에게는 도움은커녕 피해만 주는 존재가 미군이다. 역사는 미군이 우리의 권리를 무력으로 짓밟으면서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것이 주한미군의 유일한 목적이었음을 수없이 많은 사례로 증명하고 있다. 자! 이제는 우리가 역사에 답할 때다. 수없이 많은 양만학살, 살인방화, 환경오염, 전쟁위협, 강도강간... 이 수난의 60년 역사를 바로세우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