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시가 늦여름 닥친 건설공무원 뇌물비리 사건으로 안절부절하고 있습니다.
일부 기술직 공무원들이 건설업체로부터 상습적으로 뇌물을 받아 챙겼다는 혐의 때문에 경찰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수사 대상이던 한 직원이 강물에 몸을 던져 자살했습니다.
한 직원은 이미 구속된 상태입니다.
대전시장이 대시민 사과문 발표에 나서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습니다.
대전시 건설본부는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허둥거려야 했습니다.
벌써 1억원이 넘는 뇌물 수수 규모가 드러났고, 그 비리의 한켠에 기술직 공무원들의 골프동호회인 '만골회'가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역시 '비싼 운동' 골프가 이번 사태에서도 일정한 역할을 했네요.
만골회는 건설업자로부터 접대를 받아 국내외 필드를 누볐답니다.
대전시장은 극소수 직원의 비리라며 획기적인 대책 마련을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대전시가 외견상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 중 하나가 골프에 대한 총반격입니다.
지난주 대전시장은 직원 뇌물수수사건을 다룬 방송에 출연해 선언했습니다.
"나는 골프를 안친다"
"나는 골프를 못친다"
대전시장은 이렇게 전제한 뒤 직원들의 골프치기에 대한 철저한 감시활동을 펴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골프치는 직원의 사전사후신고제를 도입하겠다고 명시했습니다.
사회자가 움찔하며 골프는 이미 대중화 길에 접어들었다고 반론을 폈지만 시장의 의지는 단호했습니다.
다시 며칠이 지난 대전시는 골프에 대한 제2차 반격에 나섰습니다.
감사관실이 각 실국 주무계장에게 전자메일을 띄웠습니다.
골프를 치는 직원을 샅샅이 조사해 명단을 제출하라는 것 입니다.
골프 연습장 문턱을 넘어 본 직원까지 총 망라하라는 주문도 뒤따랐습니다.
이 명단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아직 모릅니다.
골프를 향한 반격이 유례없이 매섭습니다.
대전시 산하 공무원들은 이제 골프를 치려면 시장에게 누구와 어디서 친다고 신고를 해야하겠지요.
칠갑산은 골프와 연관된 직원의 비리를 발본하겠다는 시장의 의지를 격려하고 싶습니다.
허나 불과 3년전 대학총장 시절 골프를 즐겨 그 운동에 대해 잘 알고 있을 시장의 단호한 발상에 좀 놀랐습니다.
직원들의 골프 취미에 마치 죄의식을 대입하는 듯한 획일적인 발상이 아닌지 한번쯤 짚어 볼 필요성을 느낍니다.
골프를 배운 직원들은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전에서만도 수만명이 즐기는 골프를 공무원 신분이라는 이유 하나로 시장의 통제를 받아야하느냐는 겁니다.
격한 직원들은 사생활 침해 아니냐며 맞받아 치고 있기도 합니다.
자신의 능력에 맞춰 품위를 잃지 않는 범위에서 취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하는 게 민선시장 다운 판단력 아니냐고 반문합니다.
대전은 박세리와 장정이 대전의 명예를 드높이면서 골프를 활용한 지역특화산업을 육성해봄직하다는 제안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골프 여가 활동을 즐기는 시민도 공무원도 덩달아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대전시장이 선언한 공무원 골프 통제 의지가 얼만큼 실효를 거둘지 지켜볼 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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