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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도 울었다!(이 글을 한진 노조 故 김주익 지회장께 바침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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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19221
글쓴날 : 2003-10-17 21:54:40
글쓴이 : 趙娜丹조나단 조회 : 60
제목: 까마귀도 울었다!(이 글을 한진 노조 故 김주익 지회장께 바침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난 오늘도 산소질에 용접질에 육중한 레바와
쟈키를 들고 다니며 취부와 탈거에 여념이 없었다.
오늘일이 손에 익어갈때쯤 용접직장이 정신없이 뛰어 다니며 모
든 인부들한테 [일 그만해라! 집에 가라!] 소리쳤다. 평소엔 일
똑바로 안한다며 잔업을 왜 안하느냐 면서 다그쳤던 사람인데 말
이다.무척이나 일 욕심이 많아 다른 파트들은 쉬고 있는데 용접
파트만 먼저 집합해서 조례하고 중례하면서 10분 일찍 작업을
시켰던 사람인데 이해가 가질않았다. 손을 휘휘 저으며 집에 가
란말을 첨음엔 제대로 들을수 없었다. 놀란 눈을하고 손만 젓고
다니길래 아침밥을 잘못 먹어나 싶었다. 시끄런 소음때문에 항
상 귀마개를 끼고 있는 나로썬 처음에 그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9시 30분 쯤이었을때다. 연장들을 정리하고 비 안맞게 호루로 기
계를 싸덮어두고 귀마개를 빼냈을때가. 평소 안면이 있던 동료한명이
네게 오더니 사람이 죽었다며 [오늘 일그만하고 집에 가란다!] 라는
말을 해주었다. 나완 다른 회사였기 때문에 다른 회사도 집에 가
는 구나 생각을 했을때쯤이다. 그가 내뱉은 말을 잠시 생각했다.
죽어?...죽었다구?..
아침 출근길에 난 살벌하고 기이한 장면을 목격했다.평소에 남들
과 다름없이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자는 평범한 생활에 익숙
한 나인데 오늘은 출근길에 통근버스가 회사 안으로 들어와 사람
들을 내려 놓을찰라 였다. 노조원 예일곱 명이 들어오려던 버스
밑에 기어 들어가 버스의 앞길을 저지했다. 사람들은 마구 몰려
들고 관리부서의 사람들이 그들을 말리려 했지만 빨간띠 두루고
남색의 금속노련연맹 조끼를 입은 그들을 빼낼수 없었다. 단지
버스가 후진으로 빼어 그들의 가미가제 시위를 진정시켰을뿐 이
었다. 그간 약 두달간의 노조를 멀리서 나마 지켜보았는데 이런
광경은 첨으로 내눈으로 목격한 광경이었다. 그들은 처절하다 하
다못해 죽기를 각오한듯 보였다.
동료의 말을 다시들어보니 사람이 죽었는데 크레인에서 죽었단
말이었다. 그는 다름아닌 김주익 지회장 이었다. 순간 어느 누구
의 말이 떠올랐다.[ 본사 꼭대기에서 한명이 분신자살해야 끝나
지....]
난 그대로 뛰어갔다. 85호기 크레인 앞으로 뛰어갔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모여앉아 집결해있었다. 간부급으로 보이는 사람들과
십여명이 크레인과 크레인 바로 밑에 따로 모여 상황을 논의하고
있었다.빨간 띠두른 성토하는 노동자는 모두들 침울하고 애통한 얼굴들
이었다. 쓰디쓴 줄담배만 피어댔고 주위엔 희끗한 담배 연기만
가득했다. 두말할 나위없는 진혼곡조의 풍경 이었다.
난 평소에 지회장을 눈여겨 보았다. 친분이 있는것도 말한마디
나눈적도 없지만 매일아침 나누어주는 '현장의 힘'이란 종이 에
지회장의 파업일수와 나날이 계속되는 그의 외로움을 보던 나로
썬 점심을 하러 식당이나 물을 찾아 식수대를 갈때 쯤이면 항상
크레인 위에서 산보하던 그를 號景호경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을 뿐이다.
풍성하게 기른 수염만이 그의 풍채를 싸고 있었다.
그렇게 멀리서 지켜보며 그의 용기와 배짱과 오기의 뚝심을 내심
존경하며 동경을 하는 나로썬 그의 죽음은 타인의 죽음이 아닌
전우의 죽음 이상이었다. 85호기 그의 주검앞에 난 서서 그를 보
았다.
처음엔 빨간 호루로 싸둔 물체가 그인듯 싶었다. 낭자한 핏자국
과 뜨끈한한 뇌수가 흥건할것 같았던 호루주위엔 왠일인지 아무것
도 없었다.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지회장은 사실 크레인 위에서
목을 메고 자결한것이었다.
두줄기의 온감한 눈물이 소리없이 흘렀다. 난 아무말도 할수없었
다.잠시동안 그렇게 그의 주검앞에 소리없이 서있을뿐이었다. 크
레인 앞은 고요하고 적막했다. 직영의 조합원들은 개탄스런 한숨
을 쉬고 몇몇이들은 남모르게 눈물을 닦기도했다.
피냄새가 진동을 하지도 질퍽한 선혈이 뿌려진것도 아닌데 크레
인 위에는 어떻게 알았는지 [까악.....까악 ] 하며 까마귀녀석이
선회하며 울고있었다. 녀석도 지회장을 평소에 흠모해서일까?
....
누군가 그랬다! 오래전인데 [넌 그에 비하면 쨉도 안된다!]라며
술에 취한 누군가가 나를 나무라는 말이었는데 난 그제서야 김주
익이란 사람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지회장을 동경 했는지도 모르
겠다.
나의 무성의 눈물을 그치게 한건 다름아닌 직영 조합원이었다.
[마! 가라! 가라!]
순간 누구인지 고개를 돌려 봤다. 30대 후반으로 난생처음보는
생면부지의 사람이었다. 어닷없이 신경질적이고 공격적으로 내
뱉는 한마디에 난 눈물을 거두었다.순간 그를 짓이기고 싶었다.
[야! 이 xx새끼야 엇따대고 반토막말에 욕지거리고? X대가리가
반토막밖에 안되나? 확 X대가리를 반토막으로 회를 쳐벌이까부
다 . 썅!]
생각과는 다른게 난 그를 한번 쏘아보고 아무말없이 뒤돌아 섰다.
아니 설수밖에 없었다.그를 향해 쏟는 말은 전 조합원에게 하
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그들은 쇠파이프를 들고 본사 사무실 뒤
집으로 가니 어쩌니 하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그들이 결코 무서
워서도 두려워서도 아니었다. 난 내 생각 밖에 하질 못했다. 난
비 정규직의 사원이고 그들은 정규직이었다. 정규직 노조 지회장
이 죽었는데 그들은 이미 이성을 상실했음은 당연지사였다. 그런 상황에
내가 가서 가만히 서있는것 조차 그들에게 난 낯선 이방인으로 밖에
보여지지 않을뿐이다. 그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버스밑에 들어가고 몇달째
무일푼에 농성장을 사수하고 급기야 전 조합원을 살리려 지회장
이 자결을 했다. 반면 에 나는 살겠다고 먹어야 되겠다고 그들의
터전에 끼어들어 일을했다.그 자리의 난 부산의 시민이고 부산의
노동자였다.나를 꺼리고 배척하려는 그에게 울화가 치밀기도 했지만 그의
심정을 십분 이해 할수 있었다.
누구는 살겠다고 죽기를 각오하고 시위를 하고 누구는 살겠다고
그 시위현장에서 일하고....
뒤돌아 오는 크레인 앞은 부산일보 기자들이 동분서주 뛰어다녔
고 여러 비정규직 인부들은 저만치 떨어져 멀쩡한 사람 죽었다며
혀를 차며 그를 애도했다.
9시 뉴스에선 그의 보도가 짧막하게 나오고 그의 자결로 인해 영남
노동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될것이고 나아가 정치권과 대립도 피할수
상황이라 보도했다.
부디 높은곳에선 지회장님의 바램대로 이루어져 투쟁보단 편안함과
안락을 즐기길 바람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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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 : 2003-10-18 12:06: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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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 10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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