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31일 민주노총 중앙위원회 석상에 배포한 전국비정규연대회의(준) 호소문]
파견법 개악 저지와 비정규권리보장 입법 쟁취를 위한
하반기 하루총파업 투쟁을 결의합시다!
비정규직 철폐와 파병반대, FTA 반대를 내걸고 하반기 총력투쟁을 조직하고 계신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 님을 비롯한 임원 및 중앙위원 동지들! 민주노총 소속 전국의 비정규직노동조합을 대표하여 동지애의 인사를 전합니다.
저희 전국비정규직노조대표자연대회의(준)(이하 ‘전국비정규연대회의(준)’)은 지난해부터 민주노총 소속 비정규직노동조합들의 자발적인 연대체 결성의 노력을 거쳐 올해 1월31일 공식 조직체계를 갖추고 출범한 조직입니다. 서러운 비정규직 신세를 한탄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한 투쟁으로 떨쳐일어선 비정규직노조들은, 정규직노조와 상급단체에 대한 성토와 비판이 아니라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스스로 투쟁의 주체가 되기 위해 지난 1년간 전국비정규연대회의(준)을 중심으로 단결과 연대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존경하는 민주노총 임원 및 중앙위원 동지들!
하반기 총력투쟁은 명확한 요구를 내걸고 대정부투쟁 전선을 형성하여, 그 속에서 대중들의 자각과 분노를 조직함으로써 결사항전의 태세로 나서야 할 것입니다. 전국비정규연대회의(준)은 그 전선의 핵심에 바로 비정규직의 문제가 놓여있다고 확신합니다.
제국주의 침략전쟁을 분쇄하고 파병을 철회시키기 위한 투쟁과 FTA 및 시장개방에 맞선 투쟁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노무현 정부가 하반기에 밀어붙이려 하는 파견법 개악을 비롯한 비정규개악안의 문제가 하반기 정세의 핵심 진원지가 될 것이라는 확신입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비정규직 보호입법’이라는 미명 아래 무려 5년간을 끌어온 비정규개악안을 올해 하반기에는 어떠한 형식으로든 관철시키려 할 것이고, 노무현 정부는 파견법 개악안만큼은 올해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비정규개악안이란 무엇입니까?
노무현 정부는 ▲제조업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 전체로 파견대상업종 확대 ▲파견기간을 최장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방향으로 파견법을 개악하려 합니다. 간단히 말해 기존 26개 업종에만 허용되던 노예제도를 전 업종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놈의 지긋지긋한 불법파견도 제대로 못잡으면서 아예 불법파견 모두를 합법으로 바꾸어 자본 측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것입니다.
파견법 확대대상에서 제조업이 배제된 것은, 단계적으로 파견법을 확대하기 위한 노무현 정부의 고도의 농간이자 술책입니다. 일본에서도 80년대 말 최초 26개 업종으로부터 시작하여 단계적으로 파견대상업종을 확대하다가, 마침내 지난해에 제조업마저 잡아먹음으로써 전 업종으로 파견법을 확대하였습니다. 쉽게 말해, 투쟁력과 조직력이 강한 제조업 노동자들을 고립시킴으로써 차후에 제조업까지 파견업종을 확대하려는 음모인 것입니다.
또한 정부는 노사정위를 통해 ‘유사근로자 단결활동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자며 ‘유사 단결권’과 ‘유사 교섭권’ 방안을 논의해 왔습니다. 특수고용 노동자는 노동자이지 ‘유사근로자’가 아닙니다. 게다가 ‘유사 단결권’과 ‘유사 교섭권’이 도대체 무엇입니까? 결단코 파업권만큼은 주지 않겠다는 정부의 단호한 입장 표명이 아니겠습니까?
그나마도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법제화하는 논의는 현재 완전히 중지된 상태입니다. 그러는 사이 산재 인정도 받지 못하고 과로로 쓰러져 죽어간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부지기수입니다. 노무현 정부는 노동자들의 죽음에는 아랑곳않고 노동유연화만큼은 반드시 실현시키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하반기 총력투쟁을 힘있게 결의하기 위해 전국에서 달려오신 민주노총 중앙위원 동지들!
저희 비정규직노조들은 지난해 8월29일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중소영세·비정규·여성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대폭 후퇴시킨 근로기준법이 개악되던 그날! 우리는 눈물을 머금고 국회 앞에서 집으로 되돌아가야 했습니다. “비록 개악을 막아내진 못했지만 현장에서 단체협약으로 개악안을 무력화하자”고 말씀하시던 지도부를 원망하고 성토하기도 했습니다. 노동조합이라도 갖고 있는 우리들이야 피터지게 싸움이라도 할 수 있다지만, 그조차 없는 1,100만 중소영세·비정규·여성노동자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항의하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비판과 성토가 아니라, 비정규 문제해결을 위해 누구보다 먼저 비정규직 노동자 스스로 투쟁으로 일어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비정규직노조들 스스로 자주적인 연대체인 전국비정규연대회의(준)을 결성하여 투쟁을 전개해왔으며, 전국비정규연대회의(준)은 지난 7월24~25일 전국비정규직노조 간부수련회 및 대표자회의에서 1차 토론을 거친 후, 8월26일 전국비정규직노조 대표자회의에서 ▲10월10일 전국비정규직노동자대회 총력 집중과 ▲파견법 개악 저지 및 비정규권리보장입법 쟁취를 위한 비정규직노조 하반기 하루총파업을 결의하였습니다.
멀쩡한 노동자인 레미콘기사, 골프장경기보조원, 보험모집인, 학습지교사 등을 자영업자로 둔갑시켜 단결의 권리를 빼앗아가려는 정부와 사용자들에 맞서,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지난 5년간 단결과 연대로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 투쟁해 왔습니다. 김대중 정권 시절부터 5년을 끌어온 비정규 개악안을 노무현 정부가 강행하려 하는 이상, 특수고용 노동자들 또한 지난 5년간 투쟁의 결절점으로서 하반기 총파업·총력투쟁에 미련없이 나설 것입니다. 더 이상 밀릴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속속 결성된 사내하청노조들이 파견법의 허구를 온몸으로 폭로하며 불법파견 집단진정과 정규직화 투쟁을 선도해갈 것입니다. 한해에 700명씩 죽어나가는 죽음의 건설현장에서 정부 당국의 무차별 구속과 공안탄압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건설일용노조들 역시 불법파견과 위장도급에 맞서 원청 자본의 사용자성 인정과 단협체결투쟁을 전개해갈 것입니다. 지난 2월 현중 사내하청 박일수 열사의 죽음을 초래한 바로 그 지긋지긋한 파견법과 간접고용에 대한 분노,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에 대한 요구를 내걸고 건설일용 노동자와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파견법 개악 저지와 파견법 철폐를 위해 싸우겠습니다.
기간제·계약직·파견·용역 등 비정규직화의 총천연색이 망라되고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직노조들이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본질을 폭로하며 투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한통계약직 노동자들의 영웅적 투쟁기운과 근로복지공단 비정규노동자 이용석 열사의 한이 서려있는 이곳, 노무현 정부의 비정규직 양산·확대정책의 본질이 드러나는 공공부문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상시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내걸고 운명적인 한판싸움을 전개하겠습니다.
민주노총 임원 및 중앙위원 동지들!
근로기준법 개악과 파견법 개악은 비단 비정규직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동지들께서 더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개악된 근로기준법대로 단체협약을 개악하자는 자본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직접 현장투쟁을 진두지휘하시는 분들이 바로 동지들이 아니십니까! 파견법이 개악되고 만다면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과 일자리까지 위협하여,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아니라 정규직의 비정규직화가 실현된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저희들 스스로도 하루총파업을 결의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과연 가능한 일일까” “얼마만큼 해낼 수 있을까” 두려움도 앞섰고 자신감도 부족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작년 8월29일처럼 올해 또다시 무기력하게 당하고 만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패배주의의 늪에 깊이 빠져들고 말 것입니다. 근로기준법 개악도 모자라 파견법까지 내어주고 만다면, 과연 어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권리보장입법 쟁취가 가능하다고 믿겠습니까!
힘이 부족하여 깨지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고 하나, 가진 힘을 다 써보지도 못하고 당한다면 희망을 완전히 상실하게 되어, 아예 자본의 노예가 되거나 혹은 절망적인 선택을 하는 노동자들이 늘어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부족하지만 저희들이 최선봉에 서겠습니다. 결사항전의 각오로 하루총파업을 성사시키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그리고 다가오는 9월21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파견법 개악 저지와 비정규권리보장입법 쟁취를 위한 하루총파업”을 민주노총 60만 조합원의 이름으로 선포합시다!
이용석 열사와 박일수 열사의 핏값도 모자란다며 또다시 노동자들의 목줄을 죄어오는 노무현 정권에 맞서, 정규직-비정규직의 단결투쟁으로 하반기 총파업·총력투쟁을 결의합시다!
2004년 8월 31일
전국비정규직노동조합대표자연대회의(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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