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오후 대전엑스포과학공원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대덕연구개발특구 육성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 장면.
ⓒ2004 오마이뉴스장재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덕R&D특구법안에 미흡한 점이 많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또한 현재법안대로 추진될 경우 환경적·노동적 문제가 많아 특구추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과학기술부·대전광역시가 공동주최한 '대덕연구개발특구 육성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22일 오후 대전엑스포과학공원 국제회의장에서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이번 공청회는 지난 14일 서울 공청회에 이은 두번째 공청회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환영사를 통해 "최근 대덕R&D특구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느냐, 아니면 타 지자체에도 개방하여 일반법으로 제정할 것인가 하는 논란이 있다"며 "그러나 일반법으로 제정될 경우 R&D기술이 집적된 곳을 집중적으로 지원해서 세계적인 혁신 클러스트를 구축하겠다는 본래의 목적을 상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염 시장의 이러한 발언은 이해찬 국무총리가 최근 과학기술부장관에게 '정부가 추진 중인 대덕R&D특구법률을 대덕 이외에도 여건만 갖춰지면 어느 지역이든 특구로 지정 육성할 수 있도록 법 추진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
염 시장은 이어 "대덕단지는 지난 30년 동안 정부가 많은 투자를 통해 정부출연연구소·연구 기자제·연구인력 등 전국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해온 곳"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R&D특구를 어느 지역으로 할 것인가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주제발제에 나선 김선근 대전대 교수는 "대덕 R&D특구는 대덕에 집중되어 있는 우수 연구인력과 R&D인프라를 토대로 연구개발 혁신과 기술의 상업화를 촉진하여 세계적 혁신클러스터로 육성하기 위해 여타 지역과는 차별화된 제도를 적용하기 위해 지정된 지역"이라고 설명한 뒤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김 교수는 이어 대덕특구를 세계적 혁신클러스터로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R&D 상업화 기반구축 ▲창업 및 기업활동 촉진 ▲R&D 역량의 고도화 추진 ▲핵심분야별 전문 클러스터 육성 ▲국제적 R&DB활동 기반 조성 ▲통합적 특구 혁신지원체계 구축 등의 중점 추진과제를 제시했다.
토론자들 "특구법안 보완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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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토론에 나선 토론자들은 현재의 법안이 미흡한 점이 많다고 지적하면서 법안의 보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성철 KAIST부총장은 "대덕연구단지는 지난 30년동안 연구적 성과는 있으나 이를 경제적 가치로 창출해 내는 것에는 소홀했다"며 "대덕R&D특구가 지정되면 과학기술의 연구와 상업화가 함께 맞물려 세계적 혁신클러스터로서 기능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신 부총장은 이어 "그러나 아무리 좋은 기반이 갖춰져 있다고 하더라도 인력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며 "법안에 병역특례조항을 삽입하는 등 더 세밀하게 검토해 보안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민 국회의원(대전 유성구)은 "대덕R&D특구는 우리나라가 미래사회를 헤쳐나가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한 제도이지 한 지역의 발전을 위한 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전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그러나 현재의 입법안은 지역주의와 부처간 이기주의 등으로 실질적인 알맹이는 빠져버렸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대덕R&D특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관에서 주도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하며, 주식회사형태의 지원본부 시스템을 도입, CEO가 경영마인드로 운영토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김정묵 한국원자력기술기업협회장도 "연구개발사업과 상업화 과정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이미 대덕연구단지에는 그에 따른 하드웨어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고 말한 뒤 "현재의 법안은 특구다운 혁신적인 육성방안이 빠져있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본탁 대전바이오커뮤니티 회장은 "이번 특구법안에는 소프트웨어적인 것이 많다, 심하게 표현하면 이런데 돈을 썼을 경우 기업에 무슨 효과가 있을까 의문이 든다"며 "퍼블릭 연구소와 프라이빗 섹터(private sector)에 있는 기업이 함께하는 조인트 벤처를 허용하는 방안 등 하드웨어적인 제도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형 대덕IT포럼 회장은 "대덕R&D특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지원만을 바라보지 말고 지방정부도 많은 투자를 해야 하며 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한 뒤 "대덕단지 근처에는 국방관련 기관이 많이 위치해 있으므로 국방관련기술도 연계한 특구가 함께 이어지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구지정은 환경적 노동적으로 문제많아"
일부 토론자들은 특구의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면서 특구지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김종남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과학기술연구는 시민을 위한 연구이어야 하는데, 상업화를 너무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국민들의 일반적 삶에 영향을 미치는 기초적 연구가 소홀히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대덕R&D특구법이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가속화 할 것 이라고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또 "현재의 대덕연구단지는 세계적으로도 인정된 친환경연구단지다, 그러나 대덕R&D특구가 조성될 경우 녹지·경관 등의 환경적조건과 교통여건을 악화시키는 등 지금의 법안은 문제가 많다"며 "현재의 법안은 환경관련 측면의 예외조항이 너무 많아 특구개발법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이어 "특구법안의 지역을 대전으로 한정하지 말고 더욱 확대하여 오송 등 인근지역과 연계한 방안이 강구되어야 여러가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대덕R&D특구 추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김양호 민주노동당대전시당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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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호 민주노동당대전시당 사무처장은 "대덕R&D특구법안은 경제특구와 준하는 형태의 조항들이 삽입되어 있어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며 "민노당은 이미 대덕R&D특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중앙부처에 전달한 바 있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이어 "현재의 법안대로 특구가 진행될 경우, 노동시장 유연화, 비정규직 노동자 확대 양산, 상업화논리 강조로 인한 연구활동 위축 등의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는 현재의 노무현정부방식의 특구추진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우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위원장도 "특구법이 지향하는 점은 연구기능과 상업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나 지나치게 상업화를 강조하면서 연구환경의 악화는 필연적"이라고 지적하고 "지나친 성장과 업적을 요구하는 식의 현재의 특구추진은 연구현장에서 본질적 연구가 사장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는 광주·대구·포항 등 타지역 관계자들도 참여해 열띤 자유토론을 벌이면서 4시간 가까이 오랫동안 진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