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시공은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 건설노동자의 총파업은 건설현장의 구조를 바꾸고, 부실시공을 스스로 하지 않겠다는 선언 -
■ 강제 물량도급은 부실시공의 주범입니다.
시민 여러분!
강제 물량도급이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건설현장에서는 언제부터인지 하도급이라는 관행이 자리잡기 시작하였습니다. 발주처인 건축주가 있고, 시공을 도급받는 시공사인 원청회사가 있고, 이로부터 실질적인 공사를 집행하는 하도급업자인 전문건설업자가 있습니다. 전문건설업자는 자신이 맡은 공정에 대하여 일정한 물량으로 나누어 작업팀을 불러 또 다시 하도급을 줍니다.
건축물은[발주처-원청-전문건설업체-팀장-노동자]라는 기본구조를 통해서 건축물은 완성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하지만 물량도급이 이루어지는 과정이 위의 구조로만 이루어진다면 다행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건설산업에 팽배한 하도급구조는 시공회사인 원청이 또다른 원청에게 위장도급을 주는 경우도 있고, 전문건설업체가 다른 전문건설업체에게 위장도급을 주는 경우와 전문건설업체가 팀장에게 바로 주는 경우 등 다양한 방법이 법망을 피하고 있습니다. 이중 가장 악질적인 방식은 하도급 중간에 공사 브로커를 끼어넣고, 브로커는 또다른 브로커에게 하도급을 주는 경우가 비일비재 합니다.
■ 악덕 건설브로커가 건설업자의 절반 이상입니다.
즉, [발주처-원청-2차 원청-전문건설업체-2차 전문건설업체-공사브로커-2차 공사브로커-팀장-노동자]라는 과정을 겪는 경우도 발생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노동자와 마지막 하도급 구조에 있는 팀장은 현장에서 아무것도 모른 체 열심히 일만하다 임금체불등이 다반사로 발생하게 됩니다.
이렇게 불법적인 다단계 하도급구조는 공사비를 점점 갉아먹고 현장에서 직접시공을 담당하는 팀장과 노동자는 윗 단계에서 다 떼어먹은 도급금액으로 먹고 살아야 합니다. 이 결과는 팀장과 노동자에게 장시간 노동을 스스로 하게 만들고, 공사금액을 보전받기 위해 단기간에 공사를 마치게 됩니다. 품질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사태가 되는 것이지요.
■ 부실공사의 주범은 바로 다단계 하도급이고, 저가 하도급 구조입니다.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고 붕괴, GS물류센터 붕괴, ACE 건설현장 사고처럼 부실시공은 붕괴사고와 다수의 사망사고를 발생 시키게 됩니다. 건설현장에서 노동하는 것을 자신의 천직으로 알고 살아가는 건설기능공들에게 무조건 도급을 받게 하고 전문건설업자나 피빨아먹는 공사브로커가 제시하는 금액으로 일을 마치도록 강요되고 있습니다.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일당쟁이 노동자가 언제 일거리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도급을 받아야 하는 현실이 지금까지의 현실이었습니다.
■ 우리의 투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강제도급에 의한 시공은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최소한의 생계비를 벌기 위해서 새벽 7시부터 일을 시작해서 해가 질 때까지 노동하는 건설노동자는 죽음의 고역같은 생활입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 자신의 기본적인 생활을 위해서 투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생활을 하는 것과 동일하게 건설현장의 구조를 바꾸고, 부실시공을 스스로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건축물이 공공이 이용하는 점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의 투쟁이 전체 시민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의 투쟁이 우리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체 시민과 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점 또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내가 쓴 편지
내가 머뭇거린 이유
“ 삐리릭....... ”
휴대폰에 낯선 전화번호가 뜬다.
미경씨, 저 창수씨 집사람인데 저번에 뵈었죠?
“애들하고 고생이 많죠? 파업이 벌써 19일이 지나고 점점 길어지네요. 우리 가족들의 도움이 필요해요. 시간이 되면 아저씨 손 꼭 잡고 집회에 나오세요.”
머릿속에는 많은 생각들이 교차된다. 하지만 머뭇거리다 할 말을 놓치고 통화를 마쳤다.
남편과 나는 작년부터 필요한 말만 할뿐 살가운 얘기는 나누지 못하고 있다. 남편은 새색시처럼 수줍음 많고 조용한 사람이다. 남편의 꿈은 조그마한 3층건물을 지어 1,2층 세를 주고 3층에 우리의 살림집을 갖는게 꿈이다.
별로 술도 좋아하지 않고 헛돈일랑 쓸 줄 모르는 그 사람. 그 꿈을 키우기 위해 남편은 새벽 5시에 일어나 소금 땀에, 비바람이 웬만큼 불어도 까마득한 높이의 외줄 난간에 몸을 맡기며 일하는 형틀목수 건설노동자이다.
화장품판매원으로 할인마트 아르바이트로 두아이 키우면서도 한푼 두푼 돈이 모아지는 재미에 힘든 것도 잠깐이었다. 월급이 두세달 밀려 못 나올 때면 남한테 아쉬운 소리를 못하는 남편이지만 미안하다는 말로 나의 신경질을 다독거려주었다. 그때마다 바가지를 긁지만 맞벌이 하는 내가 남편에게 큰 힘이 되는구나 실감을 했다.
큰 딸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해서 잠시 아르바이트를 쉬며 아이들 간식거리를 챙겨주고 아이의 하교를 반가이 맞아 줄 수 있는 엄마가 된다는 것이 뿌듯하고 행복한 시간이 이었다.
남편과 내가 6-7년을 고생하며 알토란 같이 만든 목돈을 불려 보자는 욕심에, 아는 언니에게 빌려준 돈이 화근이었다. 꼬박 꼬박 이자를 잘 챙겨주고 화통한 마당발 언니. 나와 안지 5년이 넘었기에 그녀의 인간성을 믿었다. 그러나 주변 이곳 저곳에 엄청난 돈을 빌려놓고 잠적.......
제일 먼저 남편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와 남편의 꿈이 무너뜨린 그녀의 잠적으로 근 한 달을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그녀의 소식에 희망을 걸었다.
새카맣게 타는 가슴, 말은 못하고 한잔의 술로 몰래 달래 보았지만 그녀를 찾지 못하고 사실대로 그에게 말했다.
“약간의 여윳돈만 불켜 봐라, 사람의 일은 모르니 너무 욕심내지 마라” 스쳐가듯 던진 남편의 당부에 은행이자를 훌쩍 넘어선 돈이 매달 나오니 나도 모르게 욕심이 났다. 아는 사람 여윳돈도 소개해주고 조금 부담스런 돈을 맡겼던 나의 욕심이 이렇게 한순간에 무너질 줄이야......
남편의 모든 행동과 눈빛이 나를 질타하는 것 같았다.
나혼자 잘먹고 잘살자고 한것도 아닌데, 백번 미안하다하지만 억울하다고 소리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아프고 쓰린 가슴을 남몰래 마시는 술로 달래야했다. 몇 달을 서로 못본 척, 신경이 곤두선 채 지내는 집안의 냉랭한 공기.
그게 작년의 일이다. 나는 미안함과 다시 살아야한다는 심정에 지금은 우유를 배달하는 중이다. 잠시 그늘 밑에서 쉬던중 걸려온 창수씨 부인의 전화....
내가 머뭇거린 이유다.
건설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별말 없는 남편이지만, 심장이 타들어가듯 오그라지는 걸 난들 왜 모를까?
나는 그 심정을 너무도 잘 안다. 나도 남편 어깨의 짐을 함께 덜어 주고 싶다.
파업에 동참하면서 “ 너무 오랫 동안 지나간 과거를 붙잡고 있었데이, 마음 아팠제” 말하는 무덤덤 하지만 속깊은 남편의 따뜻한 손을 살포시 함께 잡았으면 좋겠다.
언론은 의도적으로 막고, 월드컵 열광속에 건설노동자의 요구는 묻혀버렸습니다
이제 가족이 모일 때입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검·경의 집중적인 탄압과 날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가정살림 등으로 파업투쟁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시민에게 알리고 현장에서 관철시킬 수 있을 때까지 우리의 투쟁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우리 조합원 가족들은 파업투쟁에 함께 동참하고 지원을 하기위해 가족대책위를 만들었습니다.
가족대책위는 경찰의 감시와 불법적인 행동에 대해 즉각적으로 대응하고, 경찰의 폭력에 다쳐서 병원에 입원한 조합원과 연행 및 구속된 조합원의 면회, 법적절차 관련 지원, 해당 가족들과 상담을 통한 걱정, 불안감 해소, 어려운 가정 및 생계지원, 집회 공동참여등의 활동을 할 예정입니다.
가장 가까운 가족부터 우리는 함께 하고자 합니다.
인터넷에 능숙한 아이들은 싸이에서, 대화방에서 아빠의 파업소식을 열심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집회에서 선전전에서, 일주일 단 두세시간도 좋습니다.
가족들의 맞잡은 손을 보여주십시오.
가족대책위 전화번호:053-257-6476/ 노동조합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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