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서
기획예산처의 저열한 지배개입공작을 강력히 규탄한다!
- 소위 '경영혁신과제' 이행을 빌미로 노사자율 단체협약
파괴음모 드러내 -
기획예산처가 드디어 마각을 드러냈다. 지난 몇 해 동안 공공부
문 구조조정이다 경영혁신이다 뇌까리면서 우리 노동자들의 삶
을 파괴하고 허울 좋은 실적쌓기에만 몰두해왔던 기획예산처가
이제 노골적으로 자율적 노사관계에 불법적으로 지배개입하고
있다. 2001년 8월 28일 기획예산처가 국무조정실 산하 과학기술
계 및 인문사회계 42개 출연연구기관에 보낸 공문(문서번호: 행
삼12451--1016, 발신처: 행정3팀 <과장: 하성, 사무관: 이창범>,
제목: 자료제출 협조요청)은 그 결정적 증거물이다.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이하 '과기노조'라 함)은 올 봄부터 출연
기관의 노사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기관운영에 심대한 타격을 주
었던 예산배정유보사태의 빌미가 되었던 소위 '경영혁신과제"에
대하여, 사용자측과의 길고 어려운 협상 끝에 8월 22일까지 대
부분의 해당지부에서 단체협약 핵심조항 및 경영혁신과제에 대
하여 노사합의를 이루고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8월 28
일의 기획예산처 공문은 이러한 단체협약을 송두리째 뒤엎어 버
리려하고 있다.
우선 공문은 42개 출연연구기관의 단체협약서 및 단체협약을 보
충하는 각종 합의서(협약서, 각서, 회의록 등)를 기획예산처로
보낼 것을 요구하고 있고, 더 나아가 주요 항목별 단체협약 신
구조문 대비표를 만들어 보낼 것도 아울러 요구하고 있다. 기존
단체협약과 새로운 단체협약의 대비표를 만들 것을 요구하는 주
요항목은 노사협력비(복지기금), 유급휴가, 연월차수당, 학자보조
금, 구조조정 절차, 면직조항 등이며, 대비표 작성요령을 보면
"금번에 새로 포함된 내용이 아니라도 구조조정, 경영혁신, 인
사·경영권 관련 사항은 모두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각 출연연구기관의 원장이 "귀처에서 행31234-1016('01.8.28)로
요구하신 사항과 관련하여 첨부된 것 외에 다른 합의는 없음을
확인합니다"는 확인서를 첨부하여 기획예산처로 보낼 것을 요구
하고 있다.
공문 내용에서 드러나는 바와 같이, 기획예산처는 노사자치주의
를 부정하고 자율적 노사관계에 불법적인 지배개입을 자행하고
있다.
1. 우선 기획예산처는 단체협약서나 단체협약을 보충하는 각종
협약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할 권한이 없다. 단체협약의 당사자인
노사는 단체협약을 행정관청(노동부)에 신고해야 하고, 행정관청
은 단체협약 중 위법한 내용이 있을 경우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그 시정을 명할 수 있도록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
31조에 규정되어 있다. 노동관계법 어디에도 기획예산처가 단체
협약서와 각종 보충협약서를 요구할 권한은 없다. 이번 공문은
기획예산처가 단체협약서를 검열하고 노사의 자율교섭에 지배
개입하겠다는 의도를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2. 단체협약을 검열하겠다는 기획예산처의 속뜻은 대비표에 포
함시키라는 주요 항목들에서 투명하게 드러난다. 노사협력비(복
지기금), 유급휴가, 연월차수당, 학자보조금, 구조조정 절차, 면직
조항 등은 경영혁신과제 처리를 둘러싼 노사교섭에서 쟁점이 되
었던 사항들이다. 이 항목들에 대하여 기존 단체협약과 새로운
단체협약의 비교표를 만들라는 것은 쟁점사항에 대한 단체교섭
결과가 기획예산처의 기준에 맞는지를 기획예산처가 검열하겠다
는 것이다. 그리고 작성요령에 나타난 바와 같이, '구조조정, 경
영혁신, 인사·경영권 관련' 단체협약조항들도 모두 비교표에 포
함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날로 뻔뻔스러움이 더해 가는 기획예
산처는 소위 '경영혁신과제'를 벗어나 이제 단체협약의 일반적인
핵심내용까지도 검열하려 검은 손을 뻗치고 있다. 그리고 그 목
적은 뻔하다. 자신들의 기준에 맞게 단체협약의 내용을 고치지
않으면 예산배정을 계속 유보하고 내년도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기획예산처는 예산권을 무기로 하여 모든 판
단을 독점하고 자신의 기준을 강요하며 불법적인 행위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3. 출연기관의 경영혁신과제와 관련한 이번의 노사간의 단체협
약은 참으로 어렵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다. 과기노조
와 출연기관장들의 4차례에 걸친 공동교섭, 그리고 양측 실무진
들 사이의 서너 차례에 걸친 실무교섭, 그리고 각 지부별 교섭
등 이번의 노사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하여 노사양측은 정말로 최
대한의 인내를 가지고 끝까지 노력하였다. 그러나 8월 28일의
공문은 이러한 힘든 과정을 거쳐 탄생한 노사간의 자율적 교섭
결과를 한순간에 뒤엎고 있다. 그리고 이 공문은 기획예산처의
약속 자체를 뒤엎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그 동안 노사가 자율교
섭을 통하여 경영혁신과제에 대하여 하루 빨리 합의에 이를 것
을 종용하여 왔다. 그러나 막상 노사가 자율교섭을 통하여 단체
교섭 핵심사항과 경영혁신과제를 일괄타결하는 합의에 이르러
노사합의서를 제출하자, 기획예산처는 자신들의 원래의 요구사
항에도 없던 단체협약서의 내용을 문제삼아 노사합의서를 백지
화하려 하고 있다. 국가의 핵심행정기관의 행정행위라고 보기에
는 너무나 치졸하고 더러운 뒤통수치기요 단체교섭에 대한 초법
적 지배개입이다. 기획예산처는 이러한 도덕적·법률적 책임 뿐
아니라 이 노사합의서가 백지화되어 나타날 노사관계의 파국,
그리고 출연기관의 최소한의 자율경영권 파괴 등의 엄청난 후유
증에 대해서도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기획예산처의 공문
이 첨부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확인서의 내용을 보면서 참담함과
무력감을 느끼지 않을 기관장은 없을 것이다.
4. 두말할 필요도 없이, 단체협약이란 노사간의 자율적 교섭을
통해서 탄생하는 사회적 협약이며, 노사간의 종합적 교섭력을
반영하여 만들어지는 당사자간의 약속이다. 노사관계와 단체협
약의 자율성과 법적 효력을 보호하기 위하여 엄정중립과 공평성
의 확립에 앞장서야 할 기획예산처는 오히려 자신의 약속조차
뒤엎으면서 자신의 일방적 기준에 맞지 않는다 하여 단체협약과
노사합의서를 무력화하고 노사관계를 다시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던 5공시대의 '보도지
침'을 연상케하는 8월 28일 공문을 즉각 철회하고, 노사간의 자
율교섭의 결과로 탄생한 단체협약서와 노사합의서를 즉각 인정
하라. 그리고 예산권을 무기로 틈만 나면 노사관계에 부당하게
지배 개입하려는 못된 관행도 즉각 중단하라. 우리 노동조합은
모든 투쟁력을 동원하여 기획예산처의 부당지배개입에 맞서 싸
울 것이다. 우리 노동조합의 이러한 엄중한 경고를 무시하여 발
생하는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은 기획예산처에 있음을 밝혀 둔
다.
2001. 8. 29
민주노총/공공연맹/전국과학기술노동조
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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