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7일) 저녁7시, 대한통운 앞에서 4차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오늘 자리는 어제(6일) 화물연대 확대간부 결의대회 이후 투쟁의 근거지를 지켜내고, 투쟁의 파급력을 더욱 확대하기 위한 출발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화물연대 동지들은 오전부터 대전 시내를 돌며 시민들을 상대로 박종태 열사의 죽음을 알리는 선전전을 진행했다.
여태껏 아빠의 죽음을 알지 못하는 열사의 아이들에게 화물연대 동지들은 어제 눈물을 머금고 이야기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미 언론과 인터넷에 아빠의 얼굴과 죽음에 대해서 공개가 되어 더 이상은 숨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에 첫째 혜주는 펑펑 울기 시작하여 동지들의 가슴을 저미게 했지만 더욱 가슴 아픈 건 여전히 천진난만한 얼굴로 아빠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 둘째 정하의 모습이었다고 한다.
어제는 둘째 정하의 생일이기도 한 날이다. 다른 아이들이 아빠에게 생일 선물을 받을 때 정하는 아빠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어야만 했다.
정권과 자본, 공권력은 열사의 목숨을 빼앗고도 지속적으로 살아남은 이에게 이토록 잔인한 고통을 주고 있다.
오늘 촛불집회는 이런 쓰린 가슴을 안고 다소 무겁게 시작했지만, 참석한 이들의 가슴에는 분노가 한층 더 쌓였다.
오늘 자리에서는 많은 발언자들이 나와 투쟁사와 자유발언을 통해 자신의 분노를 표출했다.
민주노총대전본부 김현수 부본부장은 투쟁사에서 “지역본부의 투쟁대책위원장으로써 보다 적극적인 연대를 실현하지 못한 부분을 반성할 틈도 없이 박종태 동지는 가셨다. 민주노총대전본부는 열사에 대한 반성과 자본과 정권에 대한 분노로 곧바로 비상대표자회의를 소집하고 결의했다. 우리 대전본부는 화물연대 동지들의 이 싸움을 지역에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모든 투쟁을 다할 것이다. 화물악법이 철폐되고 대한통운, 금호자본이 무릎 꿇을 때 까지 끝까지 동지들과 함께 할 것이다.”라며 결의를 밝혔다.
6.15실천연대 임재근 사무국장은 “화물노동자들이 한 발 물러서게 되면 모든 노동자들이 물러서게 되는 것” 이라며, 이번 투쟁이 전체 노동자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투쟁임을 강조하였다.
화물연대 광주지부 택배분회 선창길 동지는 “이명박 정부와 금호자본이 평범한 노동자를 투사로 만들고 있다. 우리 삶에서 투쟁이란 말은 없었다. 우린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점심 굶어가며 운전대를 잡았고, 너무 피곤하여 아침잠 조금 더 자려고 아침을 굶어가며 그렇게 묵묵히 살아왔다. 그런 일상에서 박종태 동지를 만났고 우리는 이 거대한 대한통운, 금호자본이 노동자의 피를 빨아 자신의 배를 채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노예 같은 삶을 벗어나고자 투쟁을 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이 투쟁이 조금씩 밀릴 때 마다 우리자신을 되돌아 보기 보단 박종태 동지에게 푸념했고, 투정을 부렸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박종태 동지가 얼마나 가슴 아팠겠는가 생각해 보면 면목이 없다. 내 정신과 육신이 나약해도 이번 투쟁 반드시 승리 할 수 있도록 이겨 낼 것이다.”라는 발언으로 장내를 숙연하게 하였다.
자유발언도 이어졌다.
화물연대 대구경북지부장은 자유발언을 통해 박종태 열사가 그토록 좋아했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부른 <민들레 처럼>을 부르며 동지들의 가슴을 울렸다.
이어, 광주의 소식을 잠깐 전하기도 했다. “광주는 거리 곳곳에서 박종태 열사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여기 대전에서는 이곳 대한통운과 중앙병원에서 박종태 열사를 볼 수 있을 뿐이다. 이 자리에 모이신 대전지역의 동지들과 시민들에게 호소드린다. 스스로 집에 있는 프린터로 박종태 열사 영정사진 한 장이라도 뽑아 거리에 붙여달라. 자발적 참여가 진정한 촛불집회 아니겠는가! 지금 우리가 진행하는 촛불집회는 절반의 촛불집회이다. 앞으로 미완의 촛불집회를 완성 시켜 달라!”며 호소하였다.
정승기 민주노동당 한국타이어 분회장의 자유발언도 있었다.
정분회장은 “한국타이어 문제만 매몰되어 박종태 열사가 ‘연대를 부탁한다.’는 말을 솔직히 그냥 흘려버렸다. 지금은 그때 신중하게 생각하지 못한 것을 땅을 치고 후회한다. 나는 박종태 열사 때문에 깨어났다. 이 땅에 이렇게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많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하나라는 것을 말이다. 우리 소중한 노동자들에게 어제 대전 대덕경찰 서장은 개같은 놈들이라고 욕했다. 나는 이 투쟁 승리로 결속 짓기 위해 천번이라도 개같은 놈이 되겠다. 천번이라도 개같은 짓을 하겠다.” 며 결의와 더불어 노동자에게 막말을 해 댄 공권력을 상대로 조롱하였다.
이은영 615청년회 사무국장은 “아까 집회장소에서 한 아이가 카네이션을 들고 놀고 있었다. 하나는 자기 가슴에 달고 하나는 손에 쥐고 있었는데 아마도 아빠에게 달아 주려 한 듯 하다. 그런데 우리 정하는.........우리 정하는 카네이션을 준비해도 달아줄 아빠가 없다.”며 눈물 흘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다잡고 “노동자는 아흔 아홉 번 패배할 지라도 단 한 번의 승리로 결속 짓듯이 이 번 싸움이 반드시 단 한 번의 승리가 되었으면 한다.”고 바램을 이야기 하였다.
박종태 열사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촛불집회는 계속된다.
대전 읍내동 대한통운 앞으로 매일 저녁 7시에 모이자!
거칠고 투박하게 시작한 촛불집회지만 아무것도 없는 시커먼 아스팔트에 우리는 감동의 공간을 창조하고 있다. 박종태 열사의 정신을 무기로 무(無)에서 유(有)를 창출하고 있다.
결국 이 길의 끝자락은 승리고 그것은 박종태 열사와 우리 노동자의 것이다.
매일 같이 모이자! 저녁7시! 대한통운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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