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짜고 맵다고 징계 받았다”
대전 금실레져 골프장 노사 갈등...노조 만들자마자 징계, 식당 외주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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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2 18시05분 정재은(cmedia@cmedia.or.kr)
초보 골퍼들을 위한 골프장 이용료+레슨비 이벤트 행사 펼침막 아래 징계를 철회하고 노조를 인정하라는 펼침막이 펄럭인다.
대전시 유성구에 있는 금실대덕밸리CC에서 일하는 주방장, 일식요리사, 홀 지배인이 3월 노조(민주노총 공공노조 대전일반지부 산하 금실레져지회)를 만들고 4월 금실레져산업 사측으로부터 징계를 당하자 투쟁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회사측이 지시불이행, 월권행위 등으로 노조 김옥수 지회장을 포함해 조합원 3명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열고 무급 정직 3개월로 징계를 했다고 밝혔다. 징계 사유에 대해서는 “손님들이 통상 먹던 음식인데 회사는 ‘음식이 짜고 맵다’ ‘야채가 신선하지 않다’고 딴죽을 걸더니 급기야 징계위원회를 열었다”며 어이 없이 웃었다.
“빨갱이 집단 민주노총에 왜 들어갔나”
노조는 회사측이 조합원 3명을 징계한 것을 두고 ‘민주노조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노조 결성과 민주노총에 가입한 것을 문제 삼으며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김옥수 지회장은 “노조 만들자마자 회사측 감시가 시작됐다. 노조 만든 것도 못 마땅한데 ‘한국노총도 아니고 빨갱이 집단인 민주노총에 왜 들어갔나’고 몇 번이고 말했다”며 “여기서 일하는 거 정말 가관도 아니다. 인간답게 살려고, 권리 찾으려고 노조 만들었다”고 전했다.
징계 무급자들은 모두 40대 후반에서 50대 중반의 계약직 노동자들이다. 금실대덕밸리CC에서 1~2년가량 근무했지만, 다른 골프장에서 몇 년에서 몇 십년씩 근무한 업계 ‘베테랑’들이다.
이들은 ‘늘그막에 편히 일하다 쉴 수도 있었지만 노조를 만들었다’며, 모두 ‘악덕사업주’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근무와 임금체계가 불명확하고, 대표이사 ‘마음 따라’ 근무환경이 정해진다는 것이다.
김 지회장은 “복지는 아무것도 없다. 우리도 인간 대접 좀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하루 12시간으로 계약했지만 나는 15시간씩 일할 때도 있다. 그러나 시간외 수당도 없고, 2년 동안 돈 5만원 보너스도 없었고, 연봉인상도 없었다”며 “대표이사는 천하의 나쁜 사람이다”고 덧붙였다.
조합원 김 모 씨도 “대표이사 비위가 틀어지는 잘리는 게 우리 인생이다.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 없어 우리를 감시하고, 일이 힘들어 이직율도 매우 높다. 대표이사 경영방식에 문제가 많은데, 오히려 우리보고 그 책임을 지라고 한다”고 전했다.
조합원 정 씨도 “대표이사가 직원들에게 욕하는 건 기본”이라고 거들며 분노를 드러냈다.
이들이 두 달 전 노조를 만들고 처음 요구안으로 내민 것도 △고용안정 △공휴일수당 지급 △시간외수당 지급 △근로시간 조정 △연차수당 지급 △주5일 근무 이다.
노조가 건 펼침막 중 ‘대표이사’와 ‘금실레져’가 들어간 단어 부분만 칼로 그은 듯 찢어져 있었다. 노조는 '치졸'하다며 회사측에게 책임지라고 교섭 자리에서 요구했고, 회사는 '그런 적 없다'고 맞섰다. 쥐도 새도 모르게 찢어진 펼침막의 모양새가 현 노사관계의 모습과 같은 건 왜일까.
식당 외주화 VS 위장폐업으로 해고
노사 교섭이 7차례 진행됐지만 진척이 없다. 노조도 부당징계 및 부당노동행위로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넣어 노사간 갈등은 장기화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회사측이 징계자들이 일하는 식당 외주화까지 추진하자 노조는 ‘위장폐업’이라고 맞서며 ‘외주화 추진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외주화 원인에 대해 경영상 적자를 들었다.
반면 김동중 대전일반지부장은 “회사는 업체를 선정해 식당을 외주화하고, 업체 소속 노동자로 고용 승계하겠다고 교섭에서 주장한다. 사실상 식당 위장폐업으로 인한 해고다”고 주장했다. 노사 교섭에 대해서도 “매주 교섭을 해도 대표이사가 아니라 노무사와 같은 책임 없는 사람들만 나온다”고 회사측을 비판했다.
김 지부장은 “금실레져 노사 갈등은 대표이사가 죽어도 노조를 용납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그 외에 다른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