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산업노조 파업 투쟁 끝에 남은 것은 배신감과 분노뿐
민주노총 총파업 철회 유감
1.
전기 들어온 지 100년만에 처음으로 발전 노동자들이 파업을 시작했다.
그것도 상당한 조직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하기 어렵다는 '산개파업'이었다.
가족들의 투쟁 역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헌신적이었다. 국민여론은 발전소를
비롯한 국가기간산업, 공기업의 민영화에 대해 80%이상이 반대하고 있다.
정부도 언론도 노동자 스스로도 깜짝 놀란 37일간의 파업이 이제 노정합의문을 작성하고 전체
조합원 총회를 통한 찬반결정만을 남겨두고 있다.
2.
지금 우리는 노정합의문과 민주노총 총파업 철회 앞에서 심각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
단순히 교섭 결과가 '함량미달'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민주노총과 정부간의 교섭과 파업철회, 그리고 민주노총 교선실 명의로 나온 '발전파업이
우리에게 남긴 것'과 오늘 아침 직무대행의 기자회견문까지 한국의 민주노조 운동의 현실이
이토록 부끄럽게 제 모습을 다 드러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왜 4월 2일 총파업을 결의하고 조직했는가?
이번 파업은 발전소를 포함한 공기업의 사유화를 막아내겠다는 노동자들의
최후의 선택이었다.
우리의 투쟁 목표는 분명히 공기업 사유화 '저지'였다는 것이다.
"패배는 있어도 항복은 없다"는 말은 단순한 위원장 지침이 아니었다. 깨질 때 깨지더라도 이런
백기항복만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는 노동자들 스스로의 다짐이었다.
그런데 "타결내용은 어차피 민영화 봉합-징계 최소화로 일찍부터 정해져 있었다"고 생각했다면
30일 넘는 파업과 가대위의 투쟁, 그리고 민주노총의 1차 파업, 2차 파업 준비는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
"발전소 매각의 부당성을 알리는 데 투쟁목표를 집중했고" "국민 81%가 발전소를 매각하는 데
반대했으며, 86%가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이 투쟁이 상당히 성공을
거둔 것" 이라고 한다면 너무한 아전인수가 아닌가?
김대중 정부의 임기 내에는 발전소 매각이 힘들 것이라고 하면 이 투쟁이 성공한 것인가?
합의안 작성이 끝나자마자 정부는 예정대로 민영화계획을 추진해갈 것을 공공연히 표명하고
있다.
발전 조합원들과 가족들은 해고, 징계, 가압류에 대한 두려움과 배신감에 분노하고 있다.
이 긴 투쟁의 끝에 이토록 쓰디쓴 '배신감'과 '상처'를 남긴 것은 누구인가.
3.
스스로 총파업을 접은 민주노총은 한국노동운동사에 어떤 역사의 한 페이지를 남기게 되었는지
냉철하게 직시해야 할 것이다.
진정으로 "노동운동의 역사를 새로 쓴 귀중한 연대투쟁으로 이후 노동운동의 기풍을 새롭게 하는
큰 활력소가 될 것"인지를 자문해보기 바란다. 60만 조합원과 이 땅 노동계급을 대표하고 있다고
자부한다면 그에 마땅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지 말이다.
" "안은 (발전파업이 남긴 것)에서 인용
2002. 4. 3
한국노동자운동연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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