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제35회 과학의 날』을 맞으며 -
오는 4월 21일은 제 35회 과학의 날이다. 1967년 4월 12일 현
과학기술부의 전신인 과학기술처가 정부부서내에 신설되었고, 4
월 21일에 과학기술처의 간판이 내걸렸다. 이듬해, '과학한국과
과학기술대중화'라는 명목으로 과학기술처가 간판을 내건 그날을
기념하기 위하여 "과학의 날"이 제정되었다. '과학의 날'은 그 제
정의 역사에서 이 땅 과학기술의 관주도성과 전시행정의 굴레를
덮어쓰고 있다.
35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다시 과학의 날을 맞고 있다. 군사독재
정권과 문민정권을 지나 '국민의' 정부라는 현 정권의 과학의 날
에, 우리 연구현장의 과학기술노동자들은 참담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IMF사태이후 김대중 정권은 공공, 금융, 기업, 노동부문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
기관을 맨 먼저 도마위에 올려 희생양으로 삼았다. '경영혁신'을
내세운 종사자의 30%에 달하는 3천 4백여명의 무분별한 인력감
축, 연봉제/계약제/정년단축 강행, 퇴직금누진제 폐지, 임금삭감,
민영화·민간위탁 강제, 각종 복리후생제도 전면적 폐지/축소/후
퇴 등의 폭풍같은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연구현장에 몰아 닥쳤다.
연구현장을 지키려는 과학기술노동자의 저항과 투쟁이 중단 없이
지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산권을 쥔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구
조조정으로 연구현장은 여지없이 황폐화되고 피폐화 되어 갔으
며, 지난해에는 무려 9개월 동안 연구비 지급(배정)을 유보하는등
예산을 담보로 한 출연(연) 죽이기식의 인질극은 극에 달하였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경우 강압적인 연구인력감축으로 인해 연
구기능이 마비되는 지경에 까지 이르자 박사급 70 만원, 석사급
50만원의 '현상금'을 걸고『퇴직한 연구원 찾기운동』을 전개하는
코메디가 연출되었으나,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1999년도 경영혁
신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버젓이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
또한, 과학기술노동자를 '보따리장사'로 전락시켜 연구비를 구걸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PBS(연구과제중심제도)로 인해서
과학기술노동자들은 연구의욕을 상실하고 창의성을 박탈당한지가
이미 오래이다.
잘못된 구조조정과 이에 따른 연구현장의 파괴는 최근의 조사(과
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출연(연)에 근무하는
83.3%, 민간(연) 77%, 대학연구소 38%의 연구현장 종사자들이
"이직을 하겠다"고 답하고 있다. 그간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연구
현장을 떠난 연구원중 10%는 이민을 갔다는 통계도 나오고, 어
렵게 이공계 석·박사과정을 마치 두뇌들이 각종 비정규직의 형
태로 고용되어 100만원도 안되는 열악한 임금을 받고 있으며, 비
정규직 과학기술자의 숫자는 정규직의 70%∼80%에 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위와 같은 총체적 위기상황이 현 과학기술계 정
부출연(연구)기관이 직면해 있는 오늘의 현실인 것이다.
아울러,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오길록 원장의 행태에서도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병영적 노사관을 가지고
있는 몰지각한 기관장의 파행적, 독선적 기관운영은 연구현장을
노사대립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자율적인 연구환경을 말살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과학기술노동자들의 이탈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또한, 정보촉진화 기금을 둘러싼 정보통신부 관료의 벤처관련 부
정과 비리, 산업자원부의 산하기관(산업기술평가원) 예산(기술료
수입금) 불법전용등 과학기술관련 정부부처와 관료의 부패와 무
능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자율적 운영과 독립성을 그 근본에서
부터 철저하게 파괴하고 있다.
역대정권들은 단기적 또는 정치적 필요에 따라 국가과학기술정책
의 기본방향과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 자체를 좌지우지
하여 왔다. 게다가 과학기술 주무부처 장관들은 바뀔 때마다 임
기내 한건올리기식의 성과에 매몰되어 정책기조를 흔들고 연구현
장의 혼란을 가중시켜왔다. 신임 채영복 과학기술부장관의 취임
후 일성이 평가운운하며 출연(연)의 민영화를 거론한 사실로 보
나, 최근의 졸속적인 「이공계 기피현상 극복 및 출연(연) 사기진
작 방안」등을 볼 때 위와 같은 사실은 김대중정권하에서도 예외
가 아니다. 국가과학기술정책의 총체적 부실과 실패가 오히려 역
대 어느 정권보다 더 심한 상황이며, 과학기술관련 관료의 부정
과 부패까지 구조화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제 35회 과학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노동조합은 국가과학기
술정책의 올바른 체계를 확립하고, 황폐화된 과학기술 연구현장
을 살리고,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자율적이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
하여 다음과 같이 우리의 요구사항을 밝힌다.
- 연구현장을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PBS(연구과제중심제도) 즉
각 폐지하라!
-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대한 지배·.개입·간섭을 중단하고 자
율적 운영과 독립성을 보장하라!
- 정부는 과학기술정책의 형성과정에서부터 관련 전문가들과 연
구현장 과학기술자, 이해당사자(지역주민, 시민)등 민간과 노동조
합의 참여를 보장하고, 소수 정부관료에 의한 정책독점을 중단하
라! 이와 관련하여, 과학기술에 대하여 문외한인 장관들 위주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구성을 혁신하고 노동조합을 포함하여 민간
전문가들의 참여비율이 최소한 1/2이 되도록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를 개편하라!
- 과학기술관련 정부부서 및 관료들의 부정과 부패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여 그 책임자를 엄중 처벌하라!
우리노동조합은 정부가 위의 요구들을 정책수립과 집행에 반영할
것을 엄중히 촉구하는 바이며, 이러한 우리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하여 지속적인 투쟁을 전개하여 나갈 것임을 밝힌다. 아울러,
이 땅의 과학기술이 진정으로 노동자, 민중의 삶의 질을 향상시
키는데 이바지 할 수 있도록 우리 과학기술노동자들은 끊임없는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2002. 4. 19
민주노총 공공연맹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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