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한 돈, 따스한 햇살 .
한 해 농사 수입을 생각해 보니, 자꾸 허허 웃음이 났습니다.
많이 추우시지요?
현관 밖에 걸어둔 온도계가 며칠 연달아 영하 13도 밑으로 내려갔습니다.
지금도 영하 10도입니다.
더 썰렁하게, 돈 이야기 조금 하려구요.
지난 번 연말, 산악회 후배들과 모임을 가졌습니다.
술 몇 잔 들어간 남편이 갑자기 엉뚱한 말을 했지요.
내년에 대박 터질지도 몰라....
눈이 커진 후배들이 뭐라 뭐라 물어싸도 남편은 복권을 샀다는 말만 하고는 입을 꾹 다물었습니다.
무슨 좋은 꿈이라도 꾸었느냐는 물음에도 남편은 내내 웃기만 하더군요.
저도 대체 뭔 일이래, 그러고 말았지요.
그리고 그제 저녁이었습니다.
남편이 느닷없이 복권을 맞추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는 하는 말이, 꿈에 멧돼지 가족을 보았다는 겁니다.
이 사람이, 그 꿈을 꾸고는, 제게도 아무 말없이, 읍내에 나가, 복권을 샀던 거지요.
꿈 이야기를 떠들면 효력이 없어진다고 어디에선가 들었답니다.
그래서 인터넷을 열고, 복권 번호를 맞추는데, 참으로 우스웠지만, 제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제 귀에 들렸습니다.
오메, 이게 대체 뭔 일이래...
남편이 산 복권은 자그마치 10장이었습니다.
손도 떨리고, 눈도 떨리고, 그래가면서 맞추는데 2000원짜리 한 장, 1000원짜리 세 장이 당첨되었습니다.
꼭 반타작이었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하고 남편에게 이르니, 그만하면 잘 되었네 하고 웃더군요.
그런데 저는 낙심이 되었더란 말입니다.
번호를 맞추던 순간, 저도 모르게 느꼈던 묘한 기대감과 흥분감이 물거품이 되었으니까요.
그러면서 일억인지 삼억인지가, 내 돈이었던 것이, 하늘로 포르르 날아간 것 같은 상실감이 느껴지더란 말이지요.
제가 이렇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따스하게 햇살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어제 앙성농군 일로 충주에 나갔습니다.
매섭게 추웠지요.
중무장을 하고 차 안에 앉아 있는데, 차안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어쩜 그리도 환하고 따스한지요.
마음이 자꾸 자꾸 놀라졌습니다.
작업실 창이 환하니, 오늘도 햇살이 참 따스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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