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1.자로 국회에서 일부 법률 개정안이 발의된 '독립운동자 예우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은 시민사회의 요청에 배치되는 법안이다.
위 법률 개정안에 따르면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2호에 따른 친일재산으로 얻은 이익 또는 이를 대체하는 유,무형의 재산을 순국선열, 애국지사 사업기금 전입 근거규정에 추가하도록 한다"는 취지의 일부 법률 개정 취지를 지니고 있다.
관련하여 우리 민족회의는 이 법률안 개정안이 본래 시민사회에서 요청한 바 있고 민족회의에서 주장한 바 있는 '민족기금법'과는 배치되는 법안임을 밝혀 둔다.
본래 시민사회에서 요청했던 민족기금법안에 따르면 친일파의 환수재산은 그 성격이 '민족자산'이며, 이 자산은 광복 60여년만에 어렵사리 진행되고 있는 친일잔재청산운동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이를 국가보훈사업에 귀속시키는 것은 이 업무가 지닌 역사적 의미를 축소 또는 보훈사업의 일환으로 바라보는 일천한 역사의식의 귀결이라 본다.
애초 시민사회에서는 친일파의 환수재산을 '민족자산'이라 성격 규정한 바 있고, 이는 한국사회의 분단 또한 일제 식민사회의 유산이라는 점에서 애초 특별법에 규정된 '독립운동자 예우에 관한 사항에 우선적으로 사용한다'는 조항을 염두에 둔다면 독립운동자 예우에 관한 사업(1/3), 민족사적 상징사업(1/3), 통일기금(1/3)의 용도로 사용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또한 민족회의에서는 민족자산으로 걸맞게 사용되기 위해서는 보훈사업기구보다는 학계와 보훈관계자, 시민사회의 영역이 참여할 수 있는 특별위원회의 형태가 보다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게다가 현재의 법률안 일부 개정안이 시민사회의 요구사안이 공론화되는 것에 대해 누차 견제가 들어와서 유실되고 나서, 재차 민족회의에서 시민사회와 정부와의 접촉을 표방하고 나선 시점에 제출된 점에서 이에 대해 우려를 재차 표명하는 바이며 추후 시민사회세력의 공통된 의사를 모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2009. 4. 2. 민주주의 민족회의 집행부)"
쇄신론의 등장으로 위원회측에서는 매우 놀랐던 모양이다.
본인에 대해 쇄신론 등장의 경위에 대해 경위서를 작성하기를 요청했고, 그에 따라 당시 경위서를 작성하여 제출한 바도 있으며, 이 사안은 끝내 2009년 8월 계약해지 통보로 이어졌던 사안이 된 셈이다.
경위서를 작성하면서, 이게 공직사회에서 사람을 치는 방법론이구나라는 것을 실감하면서, 이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둘 필요가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도 내가 다치는 상황이 벌어진다해도 시민사회의 명분에 대해 훼손되어서는 안되기에 경위서 말미에 이에 대해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
당시 해직을 예감하면서 경위서 말미에 입장을 피력한 부분을 간단히 소개해 둔다.
"위 관련 사안에 대해 본인 역시 공감대가 있는 입장이어서, 본인의 블로그 이화세계에 쇄신론글을 게시한 바 있고, 이에 대하여 위원회 직원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이루어졌고 그 부분은 심정적으로는 쇄신론에 공감하지만 형식적으로 적절한 지적이었기에 수용하여 2009.4.6.자로 삭제 조치했습니다.
본인은 추후 민족기금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으며, 이를 위해 이제까지 부당한 처우를 모두 감내하며 인내하는 자세로 위원회 업무를 대해 왔던 입장으로 신정부에서 이에 대해 이 업무가 본래의 역사적 의의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민족기금법제정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추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의원입법이 이루어진다면 카페와 시민사회의 의견을 묻고 본인의 최종거취를 결정하고자 합니다(2009.4.9. 경위서)"
경위서를 작성하고 그러는 와중에 잠정적 조치로 일시적으로 업무에서 손을 떼고 대기상태로 지난 적이 있고, 이 일에 대해 함께 근무하던 분들과 '위리안치(圍籬安置)'라고 우스갯소리를 하고 지났는데, 백서를 작성하면서 생각해보니 이 말이 당시 상황에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인 듯하여 제목으로 달아 보았다.
위리안치는 자구대로 해석하면 "귀향지에 보내진 인사가 외부출입을 금하도록 집주위를 가시나무를 심어 외부와 통하지 않게 한다"는 의미이나 본래 봉건사회에서 고위공직자나 경우에 따라서는 왕족 중 위험한 인물을 백성들이 없는 변방지대나 외딴 섬으로 보내어 일종의 귀향살이를 시키는 방법을 말하는데, 좁은 사무실에서 그렇다고 무슨 별도의 방을 줄리는 없는 것이고, 조사과에서 사무를 담당하던 부서로 대기상태로 발령을 낸 것을 말한다.
당시 새롭게 발령된 부서의 과장님께서는 공직생활을 오래 하신 분이고 인품도 뛰어나셔서, 위리안치된 입장인 나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위원회 해직당시에도 '여러 모로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드린 바 있는데, 이 자리를 빌어서도 감사의 인사를 다시 드린다.
업무발령이 난 순간에 과장님이 하신 얘기는 '백박사는 이쪽 업무에 대해 알지 못하니 공부도 좀 하고 수양 좀 하시게나'하시기에, 안그래도 사무자체의 특성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없었고, 2004년에 제출했던 박사논문의 공간도 아직 못하고 있던 입장이라 우선 책의 집필활동을 하기로 작정했다.
그래서 5월 무렵부터 두달 정도 시간을 들여 책 출간 작업을 진행했고, 그것이 2009년 10월 출간된 <<대한제국기 민족담론과 국가구상>>(고려대 출판부)이라는 책이다. 그간 국가일을 하느라 새롭게 공부한 것은 없었기에, 박사논문을 조금 수정하는 수준에서 발간된 책이다.
그런데 저서출간 작업도 종료된 6월말부터는 소일을 할 것이 없었기에, 위원회 들어오던 순간에 가져왔던 <論語>를 다시 보게되는 불행 중 다행이라고나 할까 그런 시간을 8월 무렵까지 갖을 수 있었다.
<논어>는 대학원 입학 준비를 하기 위해 대학 4학년이던 20여년전에 서당에서 1년간 두 번 들었으나 전반적으로 생각하며 배운 것도 아니고 문리조차 깨우치지 못해 한문 문리공부차원에서 한 것이기에, 차분하게 볼 겨를도 없이 시험공부차 배운 것이기에 언제 틈이 나면 찬찬히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는 학문하느라 읽어본 적도 없던 차에 기회가 닿은 것이다.
<논어>를 손에 잡는 순간부터 전혀 새로운 사실들이 다시 눈에 들어온 점에 대해 매우 감탄하며 보게 되었다. 갓 스무살을 넘긴 나이에 배웠던 <논어>는 도덕교과서에 불과해서 지루하기만 했는데, 시간을 들여 찬찬히 뜯어가며 읽는 <논어>는 말 그대로 경전(經典)이자 철학으로서 다가온 것이다.
왜 진작 <논어>를 깊게 보지 않았는가 후회를 할 정도로 많은 생각을 하면서 보게 되었다. 특히 부모에 대한 논의를 하는 장구를 접하고는 일찍 공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어리석음에 대해서 자책마저 하면서 전편을 보게 되었다.
다시 보게 된 <논어>를 문구를 정리해서 별도로 모아내는 작업까지 하는데, 두 달이 채 걸리지 않았으니 대단히 침잠해서 보기는 했던 듯하며, 다시 전편을 보게 될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핵심적으로 와닿은 문구들을 정리해 놓았으니, 틈틈히 보려고 모아놓은 편들이라고 종종 보면 다행이라 생각한다.
당시 문구들을 모으면서 아이들에게도 들려줄 문구들이 많기에 아이를 위한 <논어편(수기편과 학문처세편)>으로 모아 코팅하여 책받침용으로 들고 다니며 보라고 제작하기도 했는데, 이왕 제작한 김에 조사과에 같은 근무하시던 분들과 새롭게 함께 근무하게 된 분들에게도 코팅하여 드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당시 모아보았던 문구들을 백서를 편찬하면서, 백서에도 수록해 놓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 않을 듯하기에 여기에도 옮겨와 본다.
修己篇
* 修己篇은 <논어>의 수양을 위한 덕목을 모은 것으로, 孔子는 본래 君子를 이상으로 삼았으나 지나친 이상이고 古今이 다르므로 君子를 賢人(현명한 이, 어진 이)로 바꾸어 修己篇, 學問篇/處世篇을 마련해 놓았다.
賢人務本 本立而道生, 孝弟也者 其爲仁之本與.(學而篇)
(어진 이는 근본에 힘쓴다. 근본이 서야 道가 생기는데, 孝와 弟[공손함]는 仁[어짐]의 근본이다)
曾子有疾 召門弟子曰 啓予足 啓予手 詩云 戰戰兢兢 如臨深淵 如履薄氷.(泰伯篇)
(증자가 병이 들었는데, 제자들을 불러 이르기를 “내손을 만져 보아라”, “내 발을 만져 보아라”했다. 시경에 이르기를 “전긍긍하기를 깊은 연못에 이른 듯이 하고 살얼음 위를 걷는 듯이 한다”했다. 몸을 늘 아끼라는 뜻이며, 증자는 이어서 내가 그래도 자식으로서 몸가짐을 조심했구나 했다.)
子曰, 吾十有五而志于學, 三十而立, 四十而不惑, 五十而知天命, 六十而耳順.(爲政篇) (공자가 이르기를 나는 십오세에 학문에 뜻을 두어 서른에 독자적으로 설 수 있었고, 마흔살에 이르러서는 미혹된 바가 없게 되었으며, 오십에 이르러 天命을 알 수 있었고, 예순에는 듣는 바가 귀에 거슬리지 않게 되었다)
子曰 弟子入則孝 出則弟 謹而信, 汎愛衆而親仁, 行有餘力 則以學文.(학이편)
(공자가 이르기를 집에 들어서는 효도해야 하며, 밖에 나가서는 공손해야 하며, 매사에 신중해야 하며 남에게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 무릇 어진 이를 가까이 해야 한다. 仁이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며, 孝弟忠信은 仁에 이르는 방법이다)
仲弓問仁 子曰 己所不欲 勿施於人 在邦無怨 在家無怨.(顔淵篇)
(중궁이 仁에 대해 물었는데, 공자 이르기를 자기가 바라지 않는 바를 남에게 베풀지 말아야 한다. 그리하면 나라일(큰 일)에 임해서도 원망이 없고 집에 머물렀을 때도 원망을 듣지 않는다)
賢人所貴乎道者三 動容貌斯遠暴慢矣 正顔色斯近信矣 出辭氣斯遠鄙倍矣.(태백편) (어진 이가 귀하게 여기는 것이 세가지다. 용모가 난폭하고 게으름을 멀리하고, 안색은 믿음을 주어야 하며, 말은 비루한 말을 멀리해야 한다)
子曰 賢人泰而不驕 小人驕而不泰.(子路篇)
(공자가 이르기를 현인은 편안하며 교만하지 않고, 소인은 교만하며 편안치 못하다. 현인은 순리를 따르므로 편안하다는 의미이다)
學問篇/處世篇
子曰 古之學者爲己 今之學者爲人.(憲問篇)
(예전의 선비는 자기를 완성하기 위해 학문을 닦았으나 지금의 배우는 이는 남들이 알아주는 것을 위해 배운다. 즉 공부는 모름지기 무엇보다도 자기 계발을 위해 하는 것이다.)
子溫而厲 威而不猛 恭而安.(述而篇)
[공자는 (성품이) 온화하면서도 엄격했고, 위엄이 있으면서도 위압적이지 않았고, 공손하면서도 편안하였다.]
子曰 賢人不重 則不威 學則不固, 主忠信, 無友不如己者, 過則不憚改.(學而篇)
(어진 이는 진중하지 못하면 위엄이 없게 되고 학문이 견고하지 못하게 된다. 모름지기 忠(자기의 정성을 다하는 것)과 信(남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것)해야 하며, 자기만 같지 않은 이를 벗 삼지 말며, 허물이 있으면 고치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아야 한다)
子曰 見賢思齊焉 見不賢而內自省也.(里仁篇)
(공자 이르기를 어진 이를 보거든 그와 같이 되기를 생각해보고, 어질지 못한 이를 보거든 스스로를 돌이켜 보면 된다)
子曰, 不仁者不可以久處約 不可以長處樂, 仁者安仁 知者利仁.(이인편)
(어질지 못한 이는 편치 못한 자리에 오래 머물지 못하며 좋은 자리에도 오래 머물지 못한다. 어진 이는 仁에 편안해 하며, 지혜로운 이는 어짐을 좋아한다)
子曰, 里仁爲美 擇不處仁 焉得知.(이인편)
(어진 곳을 택해 머무는 것은 좋으며 어진 곳을 택해 머물지 못하면 어찌 지혜롭다하겠는가)
寬則得衆 信則民任焉 敏則有功 公則說.(堯曰篇)
(너그러우면 사람들의 마음 얻을 수 있고, 신뢰할만하면 백성들의 신임을 얻을 수 있고, 열심히 하면 공을 세울 수 있으며, 공정하면 사람들로부터 환대를 받는다)
子曰 知者不惑 仁者不憂 勇者不懼.(子罕篇)
(지혜가 있는 이는 미혹된 바가 없고, 어진 이는 근심이 없다)
子曰 德不孤 必有隣.(이인편)
(德이 있는 이는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 (백서 준비자료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