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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게 펌]4차 6자회담의 전망 / 한반도 상황과 통일정세 약간 언급 - 글쓴이 : 한석호
4차 6자회담 초기, [전진] 웹진 소식지에 담긴 글입니다.
지금은 6자회담 말미라 시의성이 약간 떨어진 감이 있지만, 아래의 통일관련 논쟁과 연관있을 것 같습니다. 한반도 상황과 통일정세에 대해 약간 언급하고 있습니다.
통일문제와 한반도 상황에 대한 논쟁이 당게시판에서 내용있게 진행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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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회담이 결렬된 이후 13개월만인 7월 26일부터,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4차 6자회담이 열리고 있다. 이번 회담은 지난 1년여 북한과 미국이 서로에게 비외교적 언사를 마구 퍼부은 뒤 어렵게 열린 회담이다. 그래서 기대감이 남다르고, 결과도 상당히 궁금하다.
그런데 사실, 북한과 미국이 중심이 되어 진행하는 협상은 그 결과를 예상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실제 그동안 북미관계에 대해 난다긴다하는 수많은 전문가들의 전망은,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 한순간에 헛된 노력이 되곤 했다. 그것은 이번 4차 6자회담의 전망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북한의 협상대표를 빼고, 아니 미국과 북한의 협상대표단까지도, 회담이 끝나기 전까지는 그 결과를 쉽게 예상하지 못한다.
북미의 기본전략과 북핵의 역설
미국 부시정권의 기본전략은 한반도 분단이라는 현상황의 유지다. 분단상황을 통해 만들어지는 적당한 긴장과 갈등은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근거가 되고, 남한과 일본을 미국의 그늘 밑에 묶어두도록 작용한다. 막대한 무기판매로 군사자본의 이득도 보장한다. 또한 MD체제로의 전환에 걸림돌이 되는 미국내 반대자들을 무력화시키거나 설득하는데, 북한 미사일은 매우 효과적 수단이다. 미국의 그늘 밑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남한자본주의도 미국자본에게는 엄청난 이득을 안겨주고 있다. 그래서 부시정권은 한반도 상황이 평화체제로 나아가는 것이 못마땅하고, 북한이 북미관계개선을 요구하는 것도 못마땅하다. 미국이 남북교류협력에 부정적이고, 북한의 관계개선 요구를 무시하는 배경이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이 핵을 가지는 것에 대해서도 부담스럽다. 북핵은 미국주도 세계전략과 동아시아전략에 파열구를 낼 수 있는 뇌관이다. 남한과 일본의 핵무장을 불러올 수 있고, 중동으로 수출될 수 있으며, 전세계 비보유국의 핵개발을 부추길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북한의 협상요구를 마냥 무시하지 못한다.
애초 북한이 핵개발을 시작한 것은 체제안보를 위해서였다. 핵은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에 맞서 체제를 지킬 수 있는 유력한 무기였다. 안보용 수단이었다. 그러나 90년대 북한경제는 고난의 행군과 식량난민으로 표현될 정도의 처참한 상태에 빠졌다. 그리고 현재 북한은 혼자의 힘으로 경제난을 극복할 수 없다. 바깥 자본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그 열쇠를 미국이 쥐고 있다. 조금의 불안요소만 있어도 머뭇거리는 바깥 자본을 효과적으로 끌어들이려면 준전시상태를 벗어나야 하고, 미국의 경제제재가 해제되어야 한다. 국가전략의 중심이 대미적대전략에서 대미관계개선전략으로 변화되어야 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이러한 북한의 요구를 철저히 무시한다.
여기서 북한은 안보용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핵을 미국과 친구되기의 협상용 카드로 전환시켰다. 북핵의 성격이 변화된 것이다. 핵을 통해 미국과의 관계개선, 체제안전보장, 경제지원을 얻으려 한다. 핵의 성격이 협상을 위한 수단으로 중심변동한 것이다. 미국과 싸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과 친구되기 위해 핵이 개발되고 있는 상황, 바로 북핵의 역설이다.
4차 6자회담의 결과 예측
4차 회담의 결과는 세가지 가능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첫째, 말대말이든 쌍방의 실제적 조치든, 협상의 성과를 만들고 그 성과가 합의문으로 발표되는 상황이다. 말대말은 추상적 수준에서라도 ‘북은 핵폐기를 약속’하고 ‘미국은 경제지원과 관계개선을 약속’하는 수준일 것이다. 그리고 실제적 조치는 그것이 한발 더 나아간 일정으로 제출되는 수준일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가장 현실성이 크다.
이번 회담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복귀를 약속한 것이기에 무언가 성과를 남겨야 한다는 북한측 부담감, 회담에 앞서 북미가 상당한 시일에 걸쳐 다양한 물밑 교섭을 했다는 점, 북미가 쌍방을 자극하는 주장성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는 점, 부시정권의 대북정책에 대한 미국내 비난여론의 확산 등이 그 근거일 것이다. 둘째, 합의문을 도출하지 못한 상태에서 회담이 종결되지만, 이른 시일안에 5차 회담 날자를 합의하는 상황이다. 이는 앞의 상황과 동일한 연장선에 있다.
셋째, 회담을 통해 북미 입장차가 더 커지고, 서로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 속에 결렬되는 상황이다. 현재의 회담 분위기를 보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미국의 무시압박전술과 북한의 벼랑끝교섭전술이 만나면 가능한 상황이다.
그런데 우리가 4차 회담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보다 더 유의깊게 보아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4차 회담의 결과가 어떻든, 그것은 한반도의 극적 변화를 수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기본전략이 한반도체제의 현상황 유지이고, 북한의 기본전략이 개혁개방을 위한 대미관계개선에 있는 한, 한반도의 상황이 급격한 통일이나 전쟁이라는 극적 상황으로 전환되지 않을 것이다.
먼저 6자회담을 통해 북미가 제네바합의에 버금가는 합의문을 만들었다고 해도, 한반도가 통일상황으로 요동치지는 않을 것이다. 부시정권의 기본전략이 현상황 유지인 때문이다. 게다가 완전한 핵폐기와 북미관계개선, 실질적인 경제지원까지 가는 길에는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무수하게 널려 있다.
한편 6자회담이 결렬되고 쌍방 비난의 수위가 높아지더라도, 한반도가 전쟁상황으로 요동치지도 않을 것이다. 북한핵의 성격이 안보용에서 협상용으로 중심이동했고, 부시정권도 그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북이 핵보유 선언을 해도 부시정권이 무시하고 전쟁호들갑을 떨지 않았던 이유 가운데 하나가 북핵의 성격변화를 인지했기 때문인 것처럼, 6자회담의 결렬이 한반도의 전쟁상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남한 진보진영의 과제
조만간 4차 회담은 마무리되고 그 결과가 드러날 것이다. 남한의 진보진영은 그 결과와 상관없이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을 위한 투쟁을 해야 한다. 한반도의 진보적 통일체제를 형성하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한다. 한반도의 운명을 북한과 미국의 협상에 맡겨서도 안되고, 통일의 경로와 통일정부의 상을 남북한 정권에게만 맡겨서도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 진보운동 내의 두가지 편향을 극복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통일에 대한 무관심을 극복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몰계급적 통일촉진운동을 극복해야 한다. 무관심은 민중의 삶을 크게 규정할 한반도 통일상황에 대한 무기력으로 결론지어질 것이고, 무원칙한 통일촉진운동은 북한까지 신자유주의화하자는 자본의 요구에 편승하는 오류를 범할 것이다. 운동진영의 의지와 무관하게 한반도는 통일이라는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석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