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시]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작성자
사회민주노동당
작성일
2022-12-12 05:11
조회
80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 김남주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부가 그물을 던지다 탐조등에 눈이 먼 바다에도 있고

나무꾼이 더는 오르지 못하는 입산금지의 팻말에도 있고

동백꽂 까맣게 멍드는 남쪽 마을 하늘에도 있다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오고 가는 모든 길에도 있고

사람들이 주고 받는 모든 말에도 있고

수상하면 다시 보고 의심나면 신고하는

이웃집 아저씨의 거동에도 있다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뜨는 해와 함께 일어나고

지는 달과 함께 자며

일하면 일할수록 가난해지는 농부의 팍팍한 가슴에도 있고

제 노동으로 하루를 살고 이틀을 살고

한 사람의 평등한 인간이고자 고개를 쳐들면

결정적으로 꺾이고 마는 노동자의 허리에도 있다

어디 그뿐이랴 삼팔선은

농부의 가슴에만 노동자의 허리에만 있으랴

그 가슴 그 허리 위에 거재(巨財)를 쌓아올리고

아무도 얼씬 못하게 철가시를 꽂아놓는 부자들의 담에도 있고

그들과 한통속이 되어

자유를 혼란으로 바꿔치기하는

패자들의 남침 위협 공갈에도 있다



나라가 온통 피묻은 자유로 몸부림치는 창살

삼팔선은 나라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라 밖에도 있다

바다 건너 마천루의 나라 미국에도 있고

살인과 약탈과 방화로 달러를 긁어모으는 그들의 군수산업에도 있고

그들이 북으로 날리는 위장된 평화의 비둘기에도 있다



김남주: 전라남도 해남군 황산면에서 태어나 5.18광중항쟁 전후에 사회운동을 시작하였던 사회주의 농민혁명시인. 1994년 사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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