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 위기의 한반도, 만단의 준비태세를 갖추자
1.
현재 한반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위기를 향해 치닫고 있다. 미국을 이땅에서 몰아내고자 하는 모든 세력은 현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만단의 준비태세를 갖춰 미국와의 최후대결전에서 승리하기 위한 투쟁에 한사람같이 떨쳐나서야 한다.
2.
3월 11일부터 한미 키리졸브 훈련이 시작되었고, 북은 정전협정 백지화, 북미판문점 대표부 철수 조치를 취했으며 남북 사이에도 불가침합의 파기, 판문점 연락통로를 차단했다. 북은 핵탄두장착 대륙간미사일을 발사 대기로 전환시켜 놓았으며, 김정은 제1위원장의 서해 방어대 시찰, 현영철 조선인민군 총차모장의 판문점 시찰, 북 전투기 출격 급증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서해, 비무장지대, 항공에서의 타격 등 전방위적인 타격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최첨단 무기와 수십만의 병력이 동원되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벌이고 있다. 핵무기가 탑재되어 있는 전투폭격기와 잠수함까지 훈련에 참가하고 있으며, 이번 훈련은 모두 실탄을 장전한 채 진행되고 있다.
한반도에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남북미 모두 최고 수준의 군사력과 전쟁 태세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는 사소한 군사적 충돌이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전쟁 전야 상태에 놓였다.
2.
북은 지난 20년의 북미 핵대결에 대한 총화 속에서 협상과 대결, 제재와 타협이 반복되는 기존의 패턴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미국과의 핵전쟁이라는 최후대결전을 불사해서라도 한반도에서의 평화를 수호하고 민족의 자주권과 존엄을 지켜내며 조국을 통일시키겠다는 적극적인 통일대전 정책으로 전환했다.
그렇다고하여 “나라와 자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전면대결전”이 전쟁 일변도의 정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데니스 로드맨을 통해 미국과의 적극적인 대화메시지를 오바마 행정부에 보냈던 것처럼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실질적으로 철회하고 한반도 평화 회담장에 나온다면 얼마든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는 데니스 로드맨을 통한 북의 대화 제의를 거부했다.
3월 5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이 나온 것은 오바마 행정부가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북이 최종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 북은 외무성, 조평통 등 기관을 내세워 미국를 향한 통일대전에 착수했음을 공개적으로 천명했고, 전당·전군·전민 차원의 총동원태세와 전투태세를 이미 구축하였다. 지금 조선인민군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명령만 내려오면 한반도와 미본토를 향한 총군사공격에 나설 만단의 준비태세를 완료하였다.
3.
3월 11일 키리졸브 훈련이 시작된 이후 한미 양국은 훈련의 규모를 축소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대북 유화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미국의 항공모함인 조지 워싱턴 호가 훈련에 불참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올해 1월로 예정되어있던 한미 국지도발대비계획에 대한 서명이 미뤄지고 있기도 하다.
존 케리 국무장관과 토머스 도닐런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 오바마 정부의 고위 인사들이 북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뢰 프로세스를 강조하는 발언을 하고, 류길재 신인통일부 장관이 취임사를 통해 6.15 공동선언에 대한 이행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하여 현재의 전쟁위기가 평화국면으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초긴장 상태의 현재 위기 상황의 본질을 희석시키기 위한 한미 양국의 기만술에 불과하다. 과거의 ‘대화 - 제재’ 패턴을 유지하면서 대북적대정책을 연장하기 위한 정치적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같은 기만적 술수는 3월 11일 토머스 도닐런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연설에 확연히 드러난다. 아시아소사이어티에서 그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4원칙을 밝혔다. ▶ 북한이 더 나은 길을 선택하도록 독려하고 ▶ 한일과 긴밀한 협력을 강화하고 ▶ 북한의 나쁜 행동에 보상하지 않고 ▶ 미 본토와 동맹에 대한 방위 공약을 재확인한다는 것이다.
이는 표현상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과거 부시 정부의 대북정책과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답습하겠다는 것이다. 북이 강력하게 요구하는 한반도 평화회담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오히려 자신은 대화할 의사가 있으나 북이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는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술책에 다름 아니다.
미국이 진정으로 한반도 전쟁위기를 해소하고 북미 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한미합동군사훈련과 대북 제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을 그대로 진행하는 것은 물론 이번 훈련에 참가한 핵잠수함을 ‘핵우산’이라는 미명 아래 훈련 이후에도 한반도에 잔류시키려 하고 있다. 대북제재는 더욱 강도높이 진행되고 있다. 북은 군사적으로, 정치적으로 고립시키겠다는 대북 적대정책을 공공연하게 표방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 유화적 발언 역시 기만술에 불과하다. 박근혜 정부가 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진정성이 있다면 대북선제공격을 공공연하게 내뱉고 있는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김병관 국방부장관 내정자, 정승조 합참의장부터 내치고 볼 일이다.
4.
3월 21일 키리졸브 훈련이 충돌 없이 중단되면 현재의 위기는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 역시 또 다른 판단의 오류이다. 3월 12일 노동신문은 논설을 통해 “우리는 조선반도 정세가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서 “우리나라가 그 누구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당당한 핵보유국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핵선제타격정책,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논설은 이번 전면대결전에 나서는 북의 전략적 목표를 정확히 보여준다. 북에 대한 핵보유국 인정, 핵선제공격과 핵우산 등 미국의 대북핵정책의 전환, 정당한 주권행사에 대한 유엔의 제재와 북 공격 군사훈련 중단 등의 대북 적대정책을 철회시키는 것이 북의 목표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목표가 달성되지 않으면 북의 전면대결전은 지속될 것이며 오히려 강화된다.
키리졸브 훈련은 3월 21일 끝나지만 또다른 대북적대군사훈련은 한미 독수리 훈련은 4월까지 계속된다. 또한 지난 3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은 앞으로 구체적으로 진진행되고 현실화될 것이다. 특히 모든 회원국에게 북의 선박 검색을 의무화하고 북의 선박이 검색에 불응할 경우 자국 입항을 거부할 것을 의무화하는 조항은 사실상 북에 대한 ‘해상봉쇄’를 의미하며, 가장 높은 수준의 대북적대정책이 유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이 지속되는 한 북의 ‘전면대결전’은 계속될 것이다. 언제 전면전으로 치달을지 모르는 한반도 전쟁전야는 평화회담이 개최되고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계속된다.
5.
설마 미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북한과의 전면전까지 불사할까 하는 생각은 미제국주의의 본질을 망각한 것이다.
미국은 지금 최대의 위기에 몰려 있다. ‘아시아로의 회귀’를 선언하며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 체계를 구축하려 하지만 생각만큼 되고 있지는 못하다. 다른 한편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는 위기 출구를 찾고 있으나 마땅한 활로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북이 핵강국으로 부상하는 것은 미국의 입장에서 최대의 위협, 최대의 위기가 된다. 지금까지 미국은 모든 가능성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있는 상황이다. 제재를 통해 북의 핵무기를 폐기하는 방안, 전쟁을 통해 북의 핵무기를 폐기하는 방안, 대화를 통해 북의 핵무기를 폐기하는 방안 모두를 검토해왔다. 그러나 제재를 통한 방안은 실패했다. 평화회담을 통한 방안은 미국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 전쟁을 통한 방안은 부담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북은 지금 전쟁이냐 평화회담이냐 하는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6.
미국은 최종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그러나 평화회담에 나오라는 북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미국 몰락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21세기 미국의 세계패권전략의 폐기를 의미하기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여 북의 평화회담 요구를 거부하고 북과의 전쟁을 감행하는 것도 쉬운 결단은 아니다. 미 역사상 최초로 미 본토가 북의 로켓 공격에 의해 불바다가 되는 상황을 감내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 제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 하에서 미국은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인가? 과연 미국은 북과의 대화에 순순히 응할 것인가. 위기의 상황은 미국으로 하여금 제국주의적 본성을 드러내도록 압박할 것이다.
제국주의 본성이 무엇인가? 자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식민지를 침략·약탈하고, 핵무기를 동원하여 반제국가를 제거하는 것이다. 식민지를 약탈하고 그같은 약탈전에 저항하는 세력을 제거하지 않으면 제국주의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제국주의는 최종적 판단의 기로에서는 결국 전쟁 수단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같은 제국주의적 본성 때문에 스스로 핵억제, 핵평화를 말하면서도 끊임없이 핵무기의 파괴력을 높이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북의 군사공세에 결국 미국이 대화에 나설 수 밖에 없으며 현재의 한반도 위기 역시 과거의 경우처럼 결국 평화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은 제국주의의 본성을 간과한 주장이다. 파멸의 길로 접어들면 접어들수록, 자본과 제국주의의 위기와 모순이 심화되면 심화될수록 제국주의는 침략적 본성으로 기울게 되어 있는 것이다.
7.
전쟁은 현실로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미국은 ‘북미 평화 회담’ 수용할 생각이 없으며, 북은 현재와 같은 ‘현상 유지 상황’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 남는 것은 군사적 충돌이다. 사소한 군사적 충돌이라도 전면적인 핵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는 것이 현재의 한반도 상황이다.
전쟁은 이성적 판단을 마비시킨다. 한번 전쟁의 불이 붙기 시작하면 그 불씨가 어디로까지 확산될지 예측불가하다. 북미 양국이 모두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모두 발사대기 상태로 놓고 있다는 점에서 사소한 충돌은 핵전쟁으로까지 비화될 수 있다. 또한 상대방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판단이 되면 상대방에 대한 선제공격도 불사하게 된다.
미국은 이미 북에 대한 핵선제타격 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으며 북 역시 미 본토에 대한 핵선제타격을 공공연하게 주장하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북에 대한 선제타격을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번 전쟁의 불이 붙으면 전면전으로, 전면전은 재래식 병력 뿐 아니라 핵무기까지 동원되는 핵전면전으로 비화될 것이다.
8.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한미 양국은 반전평화 투쟁에 대한 대대적인 물리적 탄압에 착수할 것이다. 과거 한국전쟁 당시 예비검속이라는 미명 아래 모든 애국세력들을 잡아가고 총살시켰던 것처럼, 현재의 위기가 전면전으로 비화되었을 때 한미양국은 적대세력에 대한 물리적 탄압에 착수할 것이다.
그같은 탄압은 한국진보연대와 같은 민족민주운동세력 그리고 통합진보당에 집중될 것이다. 벌써부터 트위터, 페이스북에서는 종북세력에 대한 예비검속을 주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전면전으로 비화된다면 한반도 전체가 핵전장이 되는 것은 물론 한국 사회안에서도 대대적인 예비검속과 탄압의 광풍이 불어닥칠 것이다.
9.
반전평화 세력들은 이같은 모든 상황에 대비한 행동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감상적 판단은 금물이다. 설마 핵전쟁까지 나겠는가, 설마 예비검속 하겠는가 하는 것은 전쟁의 본질을 망각한 발상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전평화는 우리가 들어야 할 핵심적 기치이다. 반전평화의 기치를 더욱 높이 들고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해야 한다.
반전평화 투쟁은 한미 양국의 기만책을 폭로하는 유력한 수단이다. 한미 양국이 진정으로 평화를 원한다면 훈련을 중단하고, 제재를 중단하고, 대북적대정책을 철회하고, 핵우산 정책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여론전을 강화해야 한미 양국의 기만책이 폭로될 수 있다.
한편 반전평화 투쟁의 확산은 국제적인 반전 여론을 형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냉전 시기 베트남전쟁 당시 미국은 전세계적인 반전여론에 직면해야 했다. 최고의 냉전주의자였고 대결주의자였던 닉슨 대통령이 베트남전의 종식을 선언하고 베트남 평화협정을 맺고 베트남에서 철군했던 데는 국제적인 반전여론과 그 결과 형성된 미국 내에서의 반전 시위가 크게 작용했다.
10.
현재 반전평화 투쟁이 정세의 요구만큼 전개되고 있지 못하다. 보수세력과 보수언론이 언론을 장악하고 있으며, 그 환경에서 자유롭지 못한 부르주아적 개혁적 정치세력, 시민사회 진영은 반전평화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정권과 언론은 반전평화 투쟁에 색깔론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국민 여론 역시 냉소적 반응이 지배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