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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복 동지 살려내라” 노동자 분노 하늘 찔러
건설노동자에 대한 탄압은 건설노조에 대한 도전이다!
고 이철복 동지의 한을 풀수 있도록 전국적 흐름 만들것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다. 겨우내 추위속에서 언손 녹여가며 일했던 한 건설노동자는 밀린 임금을 요구했다가 건설자본의 폭력에 맞아 죽었다. 고 이철복 조합원을 죽음으로 내몬 체불임금 450만원은 한겨울 영하의 날씨에 손등 터지고 얼음장보다 차가운 철근을 엮으며, 건설사 관리자들의 폭언도 속으로 삼켜가며 일한 노동의 대가였다. 동료의 영정 사진을 든 건설노동자들은 ‘건설노동자도 인간’이라며 고 이철복 동지가 생전에 외쳤던 임금체불 없는 현장, 인간답게 살고 싶은 건설현장을 만들기 위해 강릉으로 모여들었다. 건설노동자들에게 봄은 이렇게 찾아왔다.
안동근 열사, 하중근 열사에 이어 이철복 조합원이 맞아 죽었다!
전국 건설노동자, 강릉으로! 강릉으로!
2일 ‘건설노동자 고 이철복 조합원 폭력살인 규탄 결의대회’가 열린 강원도 강릉시청 앞은 수십개의 녹색깃발로 가득 메워졌다.
목수, 철근 노동자, 레미콘·덤프 노동자, 타워크레인 노동자, 전기원 노동자, 플랜트 노동자들은 이 나라 기간산업을 건설하는 노동의 주체들이다. ‘노가다’라 불리며 멸시와 천대를 받았던 건설노동자들이 아직 찬 기운 가시지 않은 강릉에서 ‘인간선언’을 하고 나섰다. 사측의 납치·감금으로 안동근 열사를 보내고, 공권력의 탄압에 하중근 열사를 잃고, 정해진 열사를 보냈던 건설노동자들은 건설자본의 폭력살인에 목숨을 빼앗긴 고 이철복 동지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겠노라며 투쟁 의지를 불살랐다.
건설노조 백석근 위원장은 여는말을 통해 “하루에도 2명꼴로 일년에 700명 이상의 건설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죽어 나가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자본에 맞아 죽었다”며 “이철복 동지의 한을 가슴에 품고 1년이면 수백억의 임금체불에 신음하는 200만 건설노동자들의 응어리를 풀 수 있도록 전국적 흐름을 만들 것”이라며 투쟁 의지를 밝혔다.
이어 민주노총 주봉희 부위원장의 격려사, 건설산업연맹 남궁현 위원장의 투쟁사, 민주노총 강원본부 본부장의 연대사, 건설노조 권혁병 강원건설기계지부장의 경과보고가 이어졌다.
체불투쟁을 함께하고 있는 한 건설노동자는 체불임금 달라는데 고 이철복 동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건설사를 향해 “우리가 거지인가, 동네 양아치인가, 치가 떨린다”며 분노했다.
“투쟁은 이제 시작이다”
1000여명의 투쟁대오가 강릉시청을 출발해 강릉역까지 행진이 이어졌다. “죽도록 일했는데 폭력살인 웬말이냐 우리동료 살려내라” “살려내라 살려내라 우리동료 살려내라” 건설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과 고 이철복 동지의 죽음의 이유를 알려내려는 산 자들의 함성이 강릉벌을 뒤흔들었다. 하늘은 맑은데 잔비가 이어졌다.
강릉역에서 가진 마무리 집회에서 건설노조 김금철 수석부위원장은 “악으로 깡다구로 이 투쟁 반드시 승리해서 수개월째 집에 못 들어가고 있는 건설노동자를 집에 보내고 아직도 구천을 헤매고 있을 이철복 동지 편안하게 눈감을 수 있도록 하자”며 투쟁 의지를 밝혔다.
발주업체 대표는 이날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최악의 경우 늦어도 7일 월요일에는 체불임금을 모두 지급하고 오후부터 유족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지방노동청 강릉지청 관계자는 “(임금체불에 대해) 상부기관에서 조사할 것”이라며 무성의한 답변을 늘어놓았다.
참가자들은 새끼줄에 건설자본과 정부에 하고 싶은 말들을 적어 새끼줄에 엮었다. “유령회사, 사기꾼 건설사 쳐부수자” 등 악에 받힌 노동자들의 분노가 휘날렸다.
투쟁은 이제 시작이다!
서울지방노동청 강릉지청 앞 작은 불씨를
전국적으로 퍼뜨리자!
“체불임금 해결, 노동부가 도와드립니다”
“체불임금 방치하여 노동자를 죽게만든 책임공무원을 처벌하라”
체불임금을 두고 서울지방노동청 강릉지청과 건물 앞 천막농성장 현수막은 서로 반대의 말을 하고 있다. 건설 동지들은 마무리 집회 상징의식의 결과물인 새끼줄을 서울지방노동청 강릉지청에 휘둘러 들고 여는 그 입을 닫아버렸다.
저녁 7시가 되자 건설 동지들 손에는 작을 불씨가 들려졌다.
강원건설기계지부 권혁병 지부장은 “노동자가 한번 한 약속은 끝까지 지킨다”고 결의하고 “그러한 의지도 동지애 없이는 빛을 발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연대에 감사 인사를 했다.
경남건설기계지부 김근주 지부장은 “건설 현장 노동자라면 누구든지 객지로 떠나면서 집에서 고생하는 아내의 눈물을 보았을 것”이라며 “연대투쟁 해서 자본을 박살내는 투쟁의 선봉에 서겠다”고 밝혔다.
“건설회사 사장 출신, 이명박 정부 !
건설현장의 체불임금부터 없애라 !!”
민주노총, 1일 정부규탄 기자회견 가져...
민주노총은 1일 오전11시 기자회견을 통해 “이명박 정부는 임금체불 양산의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기업중심의 정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건설노동자 고 이철복 동지가 건설자본의 폭력에 의해 목숨을 잃은지 9일이 지난 1일 현재까지도 임금체불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번 사태의 원인이 건설자본을 비호하고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정부에 있다고 규정하고 노동부와 국토해양부를 향해 체불임금 방지를 위한 근본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용식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이철복 건설비정규노동자의 죽음은 우연히 발생한 일이 아니다. 노동부가 나서서 체불을 해결하고 건설현장에 만연된 불법을 관리·감독 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라며 임금체불에 대한 근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또 “현재 건설현장에 법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을 건설회사 출신 이명박 대통령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본인이 불법을 자행하며 회사를 이끌어온 전력이 있어 손을 대지 않는 것 아니냐”고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노동부와 국토해양부에 면담을 요청했으며 면담시 건설 현장에서 임금체불을 비롯해 산업안전보건법과 근로기준법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문제들을 지적하고 근본대책 수립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동부와 국토해양부는 체불임금 해결 근본대책 마련하라 !
발주처인 대해개발, 원청인 드림종합건설, 전문건설업체인 양진건설 등은 공사능력조차 없는 사기꾼 집단으로 드러나고 있다. 적절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자들이 100억 규모에 이르는 공사를 진행한 것이다.
지난해 6월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건설현장에서 하청 업체가 임금을 체불할 경우 원청 업체가 이를 책임지도록 의무를 부과했다. 그러나 고 이철복 동지가 일하던 현장에서는 원청(드림종합건설) 자체가 공사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발주처조차 임금체불을 해결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발주처, 원청 모두 고 이철복 동지가 숨을 거둔 이후에도 체불 임금에 대해 돈 없으니 배째라는식으로 나왔다.
노동부에 요구한다!
임금체불을 방지하기 위해 발주처의 지급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제도를 신설하고 발주자가 공사대금과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을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체불이 계속되고 사측이 6차례 임금 지급 약속을 어긴 가운데 근로감독관이 현장에 출두했지만 오히려 사측 편을 들고 ‘나중에 준다고 하니 기다려보라’는 식으로 대응했다.
고 이철복 조합원은 ‘노동부도 못믿겠다’며 현장을 찾았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근로감독관 직무규정을 개정해 2회 이상 임금지급 약속을 어긴 건설사에 대한 특별근로감독하도록 하고, 임금채권을 신속히 확보하게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현재 체불임금 청산지도 규정에 따르면 ‘10억원 이상’이 체불돼야 장관에게 신속히 보고토록 돼 있다. 이것을 ‘1억원 이상’으로 낮춰 개정해야 한다.
국토해양부에 요구한다!
건설산업기본법을 개정해야 한다!
국토해양부가 전체 건설공사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 발주자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마련해야 한다.
임금 지급 관리를 발주자가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고 이철복 조합원 사망사건은 발주자가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수급인도 발주자와 사실상 동일 사업주이기 때문에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처벌조항이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었다.
하도급 대금을 직접 지급하지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법적 제재를 통해 발주자, 수급인, 하수급인 모두 임금체불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강제해야 한다.
이럴 때만이 고 이철복 조합원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사기꾼 집단이 건설현장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