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7일) 비정규법안이 안상수 법사위원장에 의하여 직권상정되어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12시경 전경련 앞에서는 100여명의 소규모 영세 사업장의 비정규 노동자들이 기자회견과 함께 전경련에 대한 항의 방문이 있었다. 이 행사에는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있는 지역일반노조 조합원들과 여성연맹과 여성노조의 여성 조합원, 경인서비스노조의 시설관리 노동자 그리고 인쇄노조의 인쇄 노동자 등 그야말로 가장 낮은 곳에서 삶을 살고 있는 노동자들이 모였다.
이렇게 그 자체가 비정규인 소규모 영세사업장의 노동자와 이중의 차별을 받고 있는 여성노동자 등이 모인 것은 드문 일일 뿐만 아니라 대기업들의 단체인 전경련에 앞에 선 이유는 무엇일까 ?
김재경 서울일반노조 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집회에서 먼저 말을 연 것은 허장휘 전국여성노조 롯데호텔 잠실용역 부분회장이었다. 허창휘 부분회장은 "용역노동자로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음에도 노동부, 국가인권위, 검찰 그 어디에서도 도움을 받을 곳이 없었다"며 결국 생존을 지키기 위하여 스스로 뭉칠 수 밖에 없는 룸메이드 노동자의 현실에 대하여 울분을 감추지 못하였다. 이어서 오학철 경인서비스노조 조직국장은 시설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한 폭로와 아울러 도급 노동자로서 고용과 생존을 지키기 위하여 결국 원청사용주에 맞서 길고 힘들게 싸워왔던 경험을 이야기 하였다. 오랜 투쟁 과저에서 원청과 교섭하여 협약도 맺었지만 또다시 구조조정에 맞서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청사용자가 사용자 책임을 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가를 힘주어 강조하였다.
이어 여성연맹에서는 누구는 일하다 죽으면 몇 억씩 받지만 청소용역은 노조가 없으면 개 죽음으로 끝나고 마는 청소용역 노동자의 처참한 노동현실을 지적하며 원청의 도급단가 인하를 이유로 최저임금마저 위협 받고 있는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절박한 현실 속에서 결국 단결하지 않으면 생존권은 철저히 짓밟힐 수 밖에 없다며 단결을 호소하였다. 인쇄노조에서는 인쇄와 식당 등 영세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얼마만큼 부당한 대우와 생존의 위협에 시달리는 가를 설명하며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의 전면 적용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중소 영세 비정규 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한 적나라한 증언에 이어 기자회견문이 낭독되었다. 이찬배 여성연맹 위원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하여 '불공정한 하도급으로 소규모 영세사업장을 어렵게하여 결국 비정규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는 대기업이 소규모 영세사업자의 경영악화를 핑계로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전면적용을 반대하고 있는 것은 국민들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였다. 한편 '이익이 있는면 책임도 있는 법'이라며 다단계 원하청 구조를 통하여 이익을 독식하고 있는 원청사요자들이 사용자로서 사용자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기자회견을 낭독한 뒤 정의헌 전국일반노조협의회 의장과 전지현 여성노조 위원장 등의 대표자들은 항의방문에 돌입하였고 대표자들이 항의 면담을 간 사이 부당한 사회제도와 노동탄압을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가졌다. 대표단이 면담을 하고 있는 사이 구권서 전국비정규연대회의 공동의장은 비정규법안이 구고히에 직권상정되어 있는 절박한 상황을 설명하고 상황은 어렵지만 가장 힘든 우리 비정규 노동자들이 먼저 나서서 싸울 것을 호소하였다. 오늘 모인 대오는 오는 12일 노동자 대회 전에 청와대 부근에서 1,000여명이 모여 집회를 갖고 청와대를 항의방문할 예정이다.
기자회견문 전문
재계는 5인 미만 사업장 근기법 확대적용에 대한 기만적인 반대를 철회하라 !
소규모 영세 사업장 노동자의 생존권과 용역도급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 !
소규모 영세 사업장, 여성, 비정규 노동자 ! 바로 한국사회에서 가장 낮은 곳의 삶이다. 이미 절반이 넘어 850만에 이르는 비정규 노동자들은 절반에 불과한 임금 등의 차별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성적 차별이 더해져 여성 노동자들은 10명중 7명이 비정규직이며 소규모 영세 사업장은 그 자체가 비정규직에 다름없다. 10명중 7명의 노동자가 속해 있는 50인 미만의 소규모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은 일상적인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으며 특히, 전체 노동자의 20%가 넘는 5인 미만의 영세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법적 보호 장치인 근로기준법에서도 배제되어 있다. 가장 어려운 노동자들이 오히려 사회제도적인 보호에서 배제된 체 방치되어 있는 것이다. 소규모 영세 사업장 노동의 문제는 단지 당사자의 처절한 삶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날로 심각해지는 사회 양극화의 핵심 원인인 것이다.
이에 뒤늦게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하기로 하기로 하였으나 아직 그 적용범위와 적용시기도 불확실한 실정이다. 그러나 더욱 가관인 것은 ‘비정규직을 위하여 정규직 양보 운운하던’ 재계가 이에 즉각 반대하고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재계는 근기법의 확대적용으로 “경영위기가 심화되고 창업의욕이 크게 위축돼 영세 자영업자들은 고용을 기피할 수밖에 없으며, 법 준수 능력과 지불여력을 고려하지 않고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소규모 영세 사업주를 범법자로 내모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실로 진실을 호도하는 궁색한 변병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근기법을 확대적용해도 임금인상 효과는 5% 미만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가 이미 나와 있으며 실태조사결과 영세사업장에서 사업상의 어려움으로 인건비 부담이 차지하는 비율은 1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오히려 실제 어려움은 금융과 원자재 가격의 상승을 제외하면 불안정한 대금회수와 납품단가 문제였는데 이는 재계가 바로 책임질 부문인 것이다. 그동안 재계는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를 통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해 왔으며 이것이 소규모 영세사업장의 경영난의 원인이었고 결국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적반하장 격으로 재계는 자신의 책임을 소규모 영세 사업장 노동자에게 전가하며 5인 미만 사업장의 근기법 확대적용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재계는 한국사회에서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원하청과 하도급 관계를 통하여 최종적으로 이윤을 챙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책임은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이 외주 하청으로 운영하고 있는 청소 경비 시설분야의 용역도급 노동자들의 처지는 그야말로 비참하기 짝이 없다. 매년 용역회사가 원청사와 도급계약을 하면서 용역도급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으며 용역회사는 이를 이용하여 노동자들의 정당한 생존권 요구와 노동기본권을 억누르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하여 노동조합을 만들고 활동을 전개하는 것은 합법적이고 정당한 권리임에도 집단 정리해고의 사유가 되고 있는 현실이다. 임금인상과 4대보험 가입 등 노동조건 개선과 고용안정을 위한 노동자들의 노력은 언제나 원청사의 허락과 협조가 없어서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있을 뿐이다. ‘이득이 있으면 책임도 있어야 하는 것’이 상식임에도 재계는 대다수 국민들이 지지하고 있는 원청사용자의 사용자 책임을 철저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 도급단가를 이유로 최저임금의 적용하면 해고 할 수밖에 없다고 강변하고 있는 하청업체가 난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청 사용자가 책임을 지는 것만이 용역도급 노동자의 생존권과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따라서 재계는 근기법 확대적용에 대한 반대를 철회하고 기만적으로 호도한 것에 대하여 국민 앞에 사죄하여야 한다. 또한 한국사회를 양극화로 몰아넣은 잘못된 관행의 주범으로서 책임을 인정하고 공정한 하도급 거래의 확립과 원청 사용자로서 사용자 책임을 다함으로서 용역도급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여야 할 것이다.
잘못된 고용관행과 사회제도로 인하여 생존의 위기에 몰리고 있는 소규모 영세, 여성, 비정규 노동자들을 모은다면 이미 1,000만을 넘어 한국사회의 보편적인 고용관행이 되어 버렸다. 비정상적인 것이 보편적인 고용관행이 되어버린 비극적인 현실이 바로 한국사회가 사회양극화로 인한 파탄으로 가고 있는 근본원인인 것이다. 따라서 비정규 노동자들과 소규모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것만이 한국사회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에 우리는 재계와 정부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만약 우리의 요구가 받아드려지지 않는 다면 우리는 이미 위기에 몰린 스스로의 생존을 지키기 위하여 재계와 정부에 맞서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여 나갈 것이다.
우리의 요구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라 !
용역도급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 !
원청 사용자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라 !
출처/ 한국비정규노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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