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한 나라에 엘리스처럼 딴 세상에 떨어진 것 같다.
습하고 더웠던 한여름의 날씨가 하루아침에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바뀐 것이다.
마치 출발점에 서 있는 선수들이 “땅” 하는 신호음에 내달리기 시작하는 것처럼 올 겨울은 이렇게 순식간에 온 것이다.
새벽기온에 코 가 시려 일어나니 어제와 같은 시간대의 어둠이 짙어 보인다.
노숙 농성 35일.
짧은 기간에 사계절의 느낌을 한 아름 만끽하는 것 또한 노숙농성만이 느끼는 사례가 아닐까!
동지의 소개로 가끔 “나는 꼼수다” 라는 인터넷 라디오 프로그램을 다운 받아 듣는다. 누구나 말 하면 알 만한 사람들이 화자가 되어 오르 내리며, 그들의 꼼수를 파헤치는 진행자들의 추리력과 예지력이 스펙터클하다.
자신의 꼼수가 알려졌을 때 그것은 이제 꼼수가 아닌 덫으로 자신을 옭아맨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이러한 꼼수로 이 세상을 지배하려하고, 자신의 욕망과 욕심만을 채우려는 많은 사람들이 결국엔 갇힐 스스로의 덫의 깊이를 알고나 있는지....,
그들의 사악한 행동으로 빚은 민주 민중의 고통과 울부짖음이 덫의 깊이임을 알고나 있는지…….,
그리고 보면 “노동자”는 꼼수 하고 너무도 멀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묵묵히 내 자리를 지키는, 꼼수를 모르는 사람들.
85크레인의 김진숙 지도위원이 그렇고, 콜트, 콜텍에 형님 누님들, 재능 교육 동지들, 국체 누님들, 계룡대 동지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총자본과 맞서 투쟁하는 동지들이 그렇다.
어떤 의지로, 무슨 희망으로 오늘의 투쟁을 이어갈까?
진정 “나”를 버리는 그들의 진정성은 언제쯤 동지들의 미소를 보며, 위로 받을 수 있을까?
저들은 총, 칼을 앞세운 전쟁보다 더 잔인하게 더욱 고통스럽게 몰아붙이고 있다. 권력 깊숙이 뿌리박은 금권의 장악력은 상식을 실현 시키는 투쟁 마저도 목숨을 담보로 내놓고 해야할 실정이다.
또한 금권에 장악된 정부와 언론은 대다수 국민의 눈과 귀를 거짓으로 가리운체 눈먼 장님이 이끄는 목동의 인도처럼 결국엔 공멸할 수밖에 없는 형국으로 치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계룡대 동지들의 투쟁은 계룡대만의 투쟁이 아님을 느낀다.
국가 기관인 국방부와 거대 자본 군인공제회를 상대로 하는 총 자본과의 대항인 것이다. 자본가 전선에 맞선 노동자 전선 최전방에 계룡대지회 투쟁이 있는 것이고, 노숙의 고단함이 하루가 천일같을 지라도 이 자리를 지키는 것은 반죽을 부풀릴 누룩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 믿는다.
이 시대 투쟁하는 동지들이 자신을 태우며 빛을 밝히는 촛불 이라면, 동지들의 관심과 연대는 거센 바람과 횡포로 막아주는 든든한 바람막이인 것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노숙농성 속에 조급함으로 인내를 갉아먹지 않을 것이며, 섣부름으로 고단함과 타협하지 않을 것이고, 헛된 희망으로 자신을 팔아넘기지 않을 것이며, 그보다 정직한 절망에 대지에 뿌리를 내릴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