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해고노동자 무기한 집단단식 ‘위험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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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좋은 ‘희망퇴직’ 후 흑자 기록, 손배-가압류 등 각종 탄압
‘무노조 더러운 신화’ 깨야 삼성 최고 기업으로 다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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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고의 브랜드파워와 기업이미지, 정치·경제 등 사회 각 분야 최고의
영향력을 지닌 거대기업 삼성그룹(회장 이건희). 삼성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세계적 브랜드 조사 전문기관인 인터브랜드사는 2003년도 세계 100대 브랜드
발표에서 삼성의 브랜드 가치가 108억불, 세계 25위로 평가됐다고 보도했다”는
내용이 자랑스럽게 올라와 있다(출처 www.interbrand.com).
이 자료에 따르면 삼성은 세계 100대 브랜드 가운데 유일한 한국 브랜드다. 일본
도요타가 11위, 소니가 20위, 핀란드 노키아가 6위, 독일 메르세데스가 10위,
스웨덴 에릭슨이 80위고 나머지는 모두 미국 브랜드(1위 코카콜라)인 현실을 보면
삼성은 한국의 ‘경제국보’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기업은 자국인을 포함한
세계인을 대상으로 이윤을 얻고, 자국·세계 사회의 필요에 의해 존재가치 및
성장동력을 획득하며, 사회발전을 위해 자산을 꾸준히 환원하는 노력이 병행될
때만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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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자금 문제로 SK가 언론의 주목을 받을 때도 삼성에 대한 의혹은 오히려 더
커졌고 지금은 수사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시민사회는 “허울좋은
무노조 신화보다 이제는 민주노조를 인정하고 노동자를 진정으로
‘삼성가족’으로 대하며 후계구도 강화나 의혹의 재산상속과 로비없이 깨끗하게
경영할 때만 윤리경영으로 뿌리내려 세계 재계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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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상황에서 삼성의 변화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상황이 지금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다. 막대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이는 최초의
실업자노조 삼성생명해고자 복직투쟁위원회(이하 삼성해복투, 위원장 윤진열)
소속 70여명의 노동자들의 무기한 단식농성이 20여일째를 맞고 있음에도 삼성생명
측은 “대책은 없다”는 답만 내놓고 있으며, 삼성SDI(구 삼성전관) 등 삼성
계열사들이 노조건설 움직임에 대한 각종 탄압 의혹을 받고 있어 ‘일등기업’
삼성의 이미지는 바야흐로 시민들에게 ‘노조탄압 일등기업’으로 낙인찍히기
일보직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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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해복투 사람들을 지난달 28일 만나, ‘노동자가 보는 삼성’을 들어본 것은
어떤 면에선 삼성을 위한 언론의 처방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원한다면 ‘노동자가 일하기 좋은 기업’을 먼저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이 바로 서야 대한민국 바로 선다”
삼성해복투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28일 오후 서대문 쪽 경기대학교 서울캠퍼스
정문 수위실 옆의 지하소극장 문을 열자, 소극장을 메운 담요와 이불 속에서 지쳐
자고 있거나 앉아서 대화로 단식의 고통을 잊고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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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씻지 못하고 피로에 지쳤으며 소금과 생수만으로 버텨야 하는 그들이지만
웃음은 잃지 않고 있었다. 현재 삼성해복투 상황실을 겸하고 있는 석당빌딩 2층의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서울경인사무서비스노동조합(이하
서사노)·전국생명보험노동조합 사무실로 이동하자, 삼성그룹해고자
복직투쟁위원장도 겸직 중인 윤진열(46) 위원장, 이명숙(51) 대구지역 대표와
송수근(41)씨 등 두 명의 공동부위원장, 성시애(48) 대외협력국장 겸 호남지역
대표가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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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로 바쁜 윤 위원장과는 잠시 따로 대화의 시간을 가졌지만, 이 부위원장과 송
부위원장, 성 국장은 번갈아가며 삼성해복투의 사연과 삼성의 노동현실에 대해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줬다. 신문 지면이 공간적으로 그 얘기들을 다 담지 못하는
것도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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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는 ‘가족’이라던 우릴 속이고 내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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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은 지난 1998년 ‘외환위기로 3조4000억 이상의 적자가 예상된다’며
구조조정을 통한 회사 살리기 방안의 하나로 희망퇴직제도를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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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국장은 “1998년 5월에는 희망퇴직 설명회도 없이 1대1 밀실면담을 통해
선택의 여지없이 강압적으로 ‘합의퇴직’이란 명목의 사직서를 쓰게 했다”며
“10월에는 형식적 설명회를 열었지만 이미 주로 여사원을 대상으로 퇴직자
명단을 만들고 1200여명을 내보냈으니 총 1723명이 희망퇴직이란 이름 하에
정리해고를 당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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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인원감축 두달 후인 1998년 12월, 삼성자동차가 외국회사에 넘어갈 상황이
되면서 자동차 사원을 비롯한 계열사에서 1000여명이 삼성생명으로 전입됐고
1999년 1월 신규사원을 채용했으며 500여명의 계약직 사원들이 들어왔다고
삼성해복투는 분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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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10년 이상의 장기근속자에 1200여명이 여성노동자인 해고노동자들을
복직시키지는 않고 비정규직 확대와 여성노동자 차별, 해고자 외면과 경영실패로
넘어간 계열사 직원들의 고용승계를 삼성생명이 떠맡는 모습 등은 사측에 대한
작은 믿음마저 빼앗아갔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또한 1999년 3월 말 결산 후
중앙일간지에 956억원의 흑자가 났다는 발표를 함으로써 이들에게 ‘회사가 우릴
속였다’는 결정적 충격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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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해복투는 그로부터 약 2달 뒤인 5월 본격적으로 항의집회를 삼성생명 본사
옆에 위치한 남대문 쪽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했고, 지역별 투쟁을 병행하며
7월에 결성 및 투쟁선포식을 가졌다. 삼성그룹해고자 복직투쟁위원회도 2002년
2월 뒤따라 결성돼 윤 위원장이 대표를 겸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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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삼성생명 한 관계자는 “우리는 ‘경영정상화 이후 퇴직자 우선
채용’을 약속하지도 않았고 퇴직금 외에 위로금을 별도 지급했다”며 적자
예상에서 흑자가 난 것은 “당시로서는 누구나 적자를 예상했는데 그해 갑자기
주가가 뛰어 주식평가액이 결산에 반영된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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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삼성해복투는 “계열사별 형평성을 들먹이며 얼마 되지도 않는 위로금으로
직장에서 내몬 뒤 원직복직 요구에는 ‘위로금 더 달라고, 우리사주 달라고’
한다며 매도하니 이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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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위원장은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주위에서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며 다들 말렸다”며 “하지만 법의 공정함을 믿고 시작했는데 5년
세월 동안 법이 결코 평등하게 사람을 대하지 않음을 확인해 슬프다”고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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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작은 불씨… 목숨걸고 삼성 바로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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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의 복직투쟁 끝에 이들은 결국 지난달 13일부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처음 350여명이던 동료들이 이젠 75명 정도로 줄었지만 수많은 법적 투쟁도
삼성의 힘에 밀리고 다른 방법도 없어 ‘최후통첩’의 결의로 시작했다는
단식농성. 남성노동자 9명 외에는 모두 여성노동자고 30대에서 60대까지 연령이
분포돼 있으며 “고혈압 환자는 환자 취급도 못 받을 정도”의 질병을 얻고
있으면서도(유방암 3기 환자와 10개월 된 아기를 눈물 속에 떼놓고 나온 어머니도
있다고), 목숨을 건 농성에 이들이 나선 이유는 무엇인가. 믿음과 가족애를
강조했던 기업이 자신들을 버리고 매도함으로써 오는 배신감, 그리고 오랜 투쟁
과정에서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한 노동운동의 중요성과 ‘삼성이 바로 서지
않으면 나라가 망한다’는 현실인식 때문이라고 이들은 말한다. “우리는 작은
불씨야. 우리가 꺼지더라도 이 불씨를 누군가는 받아 살려냈으면 좋겠어. 참 많이
배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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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위원장과 성 국장은 “1989년 넥타이부대가 거리를 메우며 6월 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에 나설 때도 우린 외면했고 무노조가 주는 반대급부로의 안락함을
즐겼지만 이제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라며 “삼성식 노무관리를 분쇄하지
않으면 다른 기업들도 ‘무노조의 더러운 신화’를 배워 민주노조를 하나하나
무너뜨릴 것이므로 반드시 이를 깨야 하며 시민사회가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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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부위원장은 “삼성전관(현 삼성SDI) 시절 노사협의회에서 일하다가
사내하청제도에 반대, 해고되고 납치 등 각종 고통을 겪었는데 실제 삼성
계열사에서 노조를 만들려는 이들을 탄압하는 방법으로 손배-가압류 외에도 납치
등 갖가지 악랄한 방법을 쓰고 있어 이런 것부터 근절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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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위원장은 “현재 20여개 시민사회단체·정당 등이 ‘삼성생명해고자
지원투쟁대책위원회’를 만들고 오세철 연세대 교수, 홍근수 목사 등을
공동대표로 적극 지원에 나설 예정”이라며 “23일 경찰에 의해 단식농성 중이던
이들이 연행되고 탄압받았던 경험이 오히려 우리들의 결의를 더 굳건하게 했으니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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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살아서 투쟁해야지 이대로 가면 정말 큰일이 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집행부로서 가슴아프고 시민단체 어른들과 만류도 했지만 설득할 수
없을 만큼 굳은 결의를 동료들이 보이고 있어 계속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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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편법 증여 부분에서 참여연대·경실련 등과 연대하고, 해고자 문제 승리를
쟁취하면 삼성의 소유·자본 관련 투쟁도 지속하며, 삼성의 동남아 공장들에서
일어나는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연대 투쟁도 이어나가겠다는 윤 위원장은
“홈페이지(www.outsamsung.net)를 통해서도 국제적 홍보 및 정보교류와
국제공동행동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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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노와 전해투(전국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의 약칭)는 꾸준히 지원하고 있지만
민주노총은 사무금융연맹에 어용노조인 ‘삼성생명노동조합’이 가맹해 있어도
어찌하지 못하는 등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고, 한국노총은 삼성플라자 등에
노조를 세우는 데까지는 잘 하지만 그 이후 보호에는 취약해 대부분의 노조들이
곧 사라져버리는 한계를 보인다”고 지적할 정도로 평범한 노동자였던 이들은
이제 차돌처럼 단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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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사용자들에게도 역설적으로 노동자와의 대화, 노조 인정의 필요성을 자각케
하는 본보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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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에게 사랑받는 삼성, 민주노조와 함께 할 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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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삼성해복투 노동자들에 대한 시민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커지고 있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희망퇴직자들이게 무슨 대책을 세울 수 있겠는가”란
삼성생명 관계자의 반문은 한국 기업이 아직 제대로 된 기업윤리를 갖고 있지
않다는 반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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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쓸 수 없는 상황이 와서 ‘무더기 배달호·김주익’, 아니 ‘삼성해복투
열사들’을 만들게 되면 그때는 정말 노동자들의 분노를 막을 그 어떤 방법도
없을 가능성이 높다. 정·경의 인식 전환과 시민사회의 총력 연대만이 더 이상의
비극을 막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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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직접 비정규노동자대회에서 분신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노조 이용석 광주본부장은 지난달 31일 오후 3시경 끝내
한강성심병원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누구도 더 이상의 죽음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국민에게 사랑받는 삼성이 되려면 억압적인 구식 노무관리를 포기하고
민주노조를 인정하며 지금이라도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며,
삼성에게도 이것이 힘들지만 장기적으로 좋은 일일 것이라는 삼성해복투 사람들의
충언이 동정 없는 세상으로 은은히 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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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규 기자 (dewfinder@ngo-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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