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연구원 실태조사…"전임자임금 조합비보다 많아"
신현경 기자
예정대로 내년부터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이 금지될 경우 노조 존립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노조 전임자임금 총액이 조합비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노동부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노조전임자 관련 개선방안을 위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340개 노조의 유급노조 전임자 1천199명의 연간임금은 518억원인데 반해 조합비는 467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임자임금을 충당하기에는 조합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총연맹별로 보면 상대적으로 노조 규모가 작은 한국노총이 민주노총에 비해 전임자임금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합원 300~999인 노조는 전임자임금 비율이 높았고, 1천인 이상 규모에서도 조합비와 전임자임금 비율이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인 이하 노조에서는 조합비로 전임자 1명의 임금도 충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50명 이하의 경우 조합비가 전임자 1명 임금의 40%에 불과해 사실상 전임자를 두는 것이 불가능하다. 조합원 100인 이하인 경우도 연간조합비는 2천317만원으로 노조 전임자 1명의 총액임금(3천232만원)보다 낮았다. 300명인 경우 2명, 1천명 6.4명, 5천명 규모에서는 32명까지 전임자 임명이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1만명은 64명, 3만명은 193명으로 규모가 클수록 임금지급 여력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대부분 노조의 재정은 조합비로 충당되고 있었다. 지출은 사업비(31.0%) 비중이 가장 높았고, 운영비(26.8%)·예비비(17.3%)·대외분담금과 적립금(각 12.0%)·인건비(2.7%)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전임자임금 지급금지에 대비해 기금을 조성하는 곳은 조사대상 노조의 4.1%에 불과했다. 전임자 축소보다는 유지 또는 확대에 주안점을 두고 있고, 집행부 연임 여부가 불투명해 전임자 기금설치에 무관심한 것을 이유로 들었다.
연구원은 “노조전임자 임금을 노조 재정에서 지급하거나 지방조직이 많을 경우 고정비 비중이 높아 노조 본연의 사업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노조전임자를 축소하더라도 전임자를 둘 수 있는 노조는 일부 대공장을 제외하고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규모가 영세한 경우 전임자가 없거나 활동이 부진한 휴면노조가 급증하고, 전임자가 있더라도 상대적으로 노조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노조들이 노조기금 적립과 조합비 인상 등 재정적인 측면과 산별노조 전환 등 조직적인 측면에서 대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 가지 방법만으로는 제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여러 방안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매일노동뉴스
- 기사입력: 2009-03-20 08:57:10
- 최종편집: 2009-03-20 09:4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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